‘돈잔치’ 때리더니…국회, 금융사 지배구조 개편안 5년째 방치

유희곤 기자

금융위, 임원 보수 주주 심의·고액연봉자 보수 공시안 2018년 발의

금융권 반대에 정부는 당초 안에서 한발 물러서며 논의 ‘지지부진’

주주가 금융사 임원의 보수를 심의하고, 금융사가 고액 연봉자의 개별 보수를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정부 입법안을 국회가 5년째 논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2018년 3월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자산 2조원 이상인 상장 금융사가 등기임원 보상계획을 임기 중 1회 이상 주주총회에 상정하도록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주주가 주총에서 등기임원을 선임할 때 임원의 총 보상계획에 대한 의견을 내면 경영진이 이를 반영하는 내용으로 세이온페이를 의무화한다는 계획이었다. 고액 연봉자에 대한 개별 보수 공시를 확대하는 내용도 담았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은 상장사에서 보수총액이 5억원 이상인 임원이거나 상위 5인이면서 5억원 이상인 임직원의 개별 보수를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금융위는 공시 대상을 성과보수 총액이 2억원 이상인 금융사 임원으로 확대하려 했다.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의 보수체계가 회사의 재무적 성과와 연동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사외이사가 경영진과 유인체계가 같아지면 독립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과 이를 방지하기 위한 영국의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고려했다.

금융위는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를 거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회사지배구조법) 일부개정안을 2018년 9월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정무위원회는 개정안을 2018년 11월 상정해 법안심사제1소위에 회부한 후 별다른 논의를 하지 않았다. 개정안은 제20대 국회 회기가 끝나면서 2020년 5월29일 폐기됐다. 금융위는 제21대 국회가 개원하자 그해 6월29일 동일한 내용의 두 번째 개정안을 냈다. 정무위는 2020년 7월 전체회의를 열고 안건을 상정한 상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법과 제도 개선에는 때가 있기 마련이지만 당시 상임위에서 관련 법 논의가 지지부진해 답답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안도 당초 발표안보다 완화됐다. 금융위는 입법예고안에서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제22조 제6항에 “임원에 대한 보수 지급 계획에 대해 주주총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세이온페이 의무화 조항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국회 제출안에서는 “‘설명’해야 하고 세부 설명자료를 첨부해야 한다”로 바꿨다.

여기에는 금융권의 반대 의견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조용복 당시 정무위 수석전문위원은 2018년 11월 검토보고서에서 법안 문구가 수정됐다고 언급하며 “은행연합회 등 금융업계에서는 주주총회의 심의 결과가 구속력 있는 의결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주주총회의 임원 보수 지급 계획의 심의를 반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2020년 다시 제출한 법안에 대해서도 이용준 정무위 수석전문위원은 2020년 7월 보고서에서 “임원 보상 계획의 주주총회 상정을 의무화할 경우 영업전략의 외부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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