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안정?…‘글로벌 은행 위기’에 돈 묶인 국민연금 딜레마

권정혁 기자

CS·SVB 등 4곳에 투자한 채권·주식 평가액만 3000억원 규모

‘위기설’ 휩싸였던 도이체방크에도 2210억원 투자 사실 밝혀져

“수익률 제고 나서야” “연기금 운용본부 독립 조직 재편” 주장도

수익? 안정?…‘글로벌 은행 위기’에 돈 묶인 국민연금 딜레마

국민연금이 최근 우려가 커지고 있는 도이체방크에 2000억원이 넘는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파산하거나 타 은행에 인수된 실리콘밸리은행(SVB), 크레디트스위스(CS), 시그니처뱅크, 퍼스트리퍼블릭은행 등과 합치면 투자액은 5000억원을 넘어선다.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이 수익률과 안정성 사이에서 딜레마를 겪고 있다.

30일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실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등에 따르면 2022년 8월 기준 국민연금은 최근 위기설이 불거져 주가가 급락했던 도이체방크의 주식과 채권 등 2210억원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논란이 됐던 CS(1359억원), 시그니처뱅크(35억원), SVB(1389억원), 퍼스트리퍼블릭은행(401억원) 등에 묶인 채권과 주식의 평가액을 합치면 5개 은행에 투자된 자금은 5394억원에 이른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CS를 스위스 최대 금융기관인 UBS가 인수하기로 하면서 한 고비를 넘겼지만 스위스 금융당국(FINMA)이 170억달러 규모의 후순위 채권의 가치는 보장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CS에 투자된 자금은 손실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공단 측은 “국민연금이 보유한 CS 채권은 거의 대부분을 선순위로 보유하고 있으며, 일부 보유하고 있는 후순위 채권도 상각대상이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 수익률은 지난해 -8.22%를 기록하며 평가손실만 79조6000억원에 달했다.

국민연금은 예전에 채권 중심의 안정적 투자를 해오다 최근에는 대체 투자를 늘리는 등 수익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만큼 손실 리스크도 커진다는 점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격적으로 투자해서 수익률을 높인다고 하면 위험 감내도도 높아야 하기에 리스크를 많이 받아들이고 있는 현재의 연기금 포트폴리오 구성상 4년에 한 번꼴로 마이너스(수익률)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익률을 더 올리기 위해 더 극단적으로 투자할 경우 2년, 3년에 한 번씩 마이너스 수익률이 나올 수도 있는데 마이너스 수익률이 나오는 건 가입자 신뢰도에 손실을 입히는 것이다 보니 결국 아주 공세적인 포트폴리오 구성은 어렵다”고 말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와 같은 시장 상황에선 다른 연기금 대비 안전자산 비중이 높은 국민연금은 성과가 좋았어야 했다”면서 “국민연금이 위험하게 운용해서 큰 손실을 가져오는 건 적절치 않겠지만 지금 수준보다는 더 수익률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연기금 운용본부를 국민연금으로부터 독립된 조직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승윤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IMF 이후 기금운용 방식에 대한 변화 및 주주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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