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보단 미래…‘생산능력 증설’ 주력하는 기업을 주목하자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

아픈 말보다는 따뜻한 위로가 한국인들의 주된 정서다. 그러나 곤경에 처한 사람에게 ‘네 안에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는 위로를 건네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가도 다르지 않다. 올해 초 대비 30% 이상 상승한 강세 종목이 넘쳐나지만, 신저가 근처에 머무르는 종목도 그에 못지않게 많다. 머지않아 이미 오른 종목은 쉬고, 쉬고 있던 기업의 시간이 올 것이라 한다. 그러나 그 역시 도움이 안 되는 조언이다. 현재 시장을 읽는 키워드는 양극화 내지 차별화다. 투자는 옳고 그름의 판단이 아니라 돈이 되느냐 아니냐의 판단이다.

투자는 가치의 상승을 바라고 시간과 돈을 투입하는 행위다. 다들 가치 상승을 원하는데 투자자들의 행동은 천차만별이다. ‘가치’를 향한 시선이 각기 다른 곳을 향하기 때문이다. 흔히 활용하는 주식의 상대적 가치 측정법으로 PER(Price Earning Ratio·주가수익비율)과 PBR(Price Book value Ratio·주가순자산비율)이 있다. 하지만 성장이 중시되는 시기가 오면, PBR과 PER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된다. 기업 하나하나의 성장 가치를 가늠하기에는 한계를 드러낼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연유인지 증시 참가자들은 이런 상대적 가치 평가법을 빗댄 농담을 자주 한다. 2020년 여름 성장성을 꿈에 빗댄 PDR(Price Dream Ratio)이란 신조어가 탄생했다. 무형재(구체적인 형태가 없는 재산) 주식이 주도주로 나선 당시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올해는 리튬 생태계에 얼마나 노출되어 있는지를 다룬 PLR(Price Lithum Ratio)이 회자된다. 2차전지 관련주 돌풍을 비꼰 비유일 것이다.

신조어가 탄생하고, 시장의 열풍을 비아냥거리지만 탐욕은 쉽게 진정되지 않는다. 고금리 이상의 성장을 찾아 나선 투자자들의 탐욕이 바로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인정하고 다른 성장의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

가치투자자의 권위자 워런 버핏은 2002~2007년 포스코 지분 4.6%를 사들인다. 2015년 4월 포스코건설 비자금 문제가 터진 이후, 배당을 포함해 1조원 가까운 수익을 거두고 떠나간다. 가치투자자에게 포스코는 항상 1순위였다. 지난 7월 포스코의 후신 포스코홀딩스는 급등했다. 포스코는 더 이상 가치가 아닌 성장의 상징이 된다. 포스코그룹은 올해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리튬 생산체계를 추가 구축하고, 생산능력(Capa)을 크게 늘리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한국 대표 기업들에 축복이 되고 있다. 탈중국 수요를 적극 공략하기 위한 공격적 생산능력 증설을 투자자들은 성장 가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7월 포스코를 위시한 2차전지 관련주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과하다는 비판도 있고 또 그럴 만하다는 옹호론도 만만치 않다. 투자자는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다. 2차전지의 약진에서 지금 주가를 움직이는 힘이 무엇인지를 추론해내야 한다.

과거에 비해 높아진 금리, 인구 고령화와 생산성 저하로 성장이 어려워진 시대다. 금리 이상의 성장이 더 가치를 부여받을 수밖에 없다. 돈은 풀려 있고 성장이 보이는 곳에 생산능력 증설이 몰리고 있다. 공급 과잉 가능성은 당장의 고민거리가 아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 성장에 따른 HBM 관련주, LNG선 발주 증가에 따른 조선주, 광산 개발 특수에 따른 굴착기 업종 등이 미·중 갈등 속에 생산능력 증설의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이다. 반면, 중국에 노출도가 높고 내수에 의존하는 기업들은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 주가는 이러한 증설의 방향을 그대로 반영해 왔다.

당장 숫자가 확인되지는 않을 것이다. 생산능력 증설은 당장은 현금 흐름과 이익에 부정적이다. 일단 현금이 쓰이니 잉여현금 흐름이 악화되고, 신규 취득한 유형자산에 대한 매년 감가상각비만큼 이익이 줄어든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시선은 현재가 아닌 미래에 있다. 생산능력 증설로 성장하는 시장을 장악할 수만 있다면 투자를 멈출 이유가 없다. 길게 보면 생산능력 증설로 매출이 늘고 영업이익이 성장할 때 기업가치는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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