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원주민 ‘잘파세대’, 은행들이 주목하는 까닭은

안광호 기자

알파세대, 부모와 개설한 시중은행 계좌 의존

Z세대 넘어가면 모바일·핀테크 앱 이용 급증

카카오 ‘미니’·하나 ‘아이부자’ 등 잠재고객 공략

[주간경향] 10~20대 초·중반의 ‘잘파세대’(Z세대+알파세대)가 은행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잘파세대는 디지털 시장의 주고객층이자 소비 흐름을 주도한다. 시장과 기업이 마케팅 수단으로 세대를 구분하는 건 흔한 일이나 은행권에서 이들에 주목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수익성만 따지면 당장은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지만, 이들을 잡아두지 않고선 미래를 담보할 수 없어서다. 은행엔 위기이자 기회인 셈이다.

디지털에 익숙한 잘파세대. 연합뉴스

디지털에 익숙한 잘파세대. 연합뉴스

잘파세대 등장과 금융 마인드

잘파세대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한 Z세대(1996~2009년생)와 2010년 이후 태어난 알파세대를 합친 세대를 통칭한다. 현시점에서 초등학생까지는 알파세대, 중학생 이후부터 20대 중반까지는 Z세대로 구분된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에 익숙해 ‘디지털 원주민’으로 불린다. 최신 정보기술(IT)을 비교적 빠르게 습득하고 활용한다. IT,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임, 엔터, 패션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주력 소비층이다. 행정안전부 행정안전통계연보에 따르면 2022년 12월 31일 기준 알파세대는 530만여명, Z세대는 768만여명으로 국내 전체 인구의 각각 10%, 15%를 차지한다.

은행권은 이들의 금융 마인드와 거래 행태에 주목한다. 잘파세대 내에서도 Z세대와 알파세대가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 8월 30일 발간한 ‘잘파세대의 금융 인식과 거래 특징의 이해’ 보고서를 보면, 미성년자 그룹에서 Z세대(중·고생)는 모바일뱅킹과 핀테크 앱에 대한 선호가 높은 반면, 알파세대(초등학생)는 시중은행 의존도가 높았다. 조사는 지난 6월 초·중·고 학생(600명)과 대학생(300명) 등 900명과 초등학생 학부모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이나 청소년 특화 유스앱을 첫 거래 금융기관으로 꼽은 비중은 중·고등학생의 경우 42.2%인 반면 초등학생은 18.0%에 그쳤다. 중학생 이상 Z세대 10명 중 9명은 (청소년 특화 금융) 유스앱 이용 경험이 있었다. 유스앱 만족 이유로는 메뉴 배치, 접근성 등 이용 편리성과 이벤트·혜택을 꼽았다. 보고서는 “2020년 만 14세 이상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카카오뱅크 미니 등 출시 후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거래가 앱 기반으로 급변했다고 볼 수 있다”고 적었다.

윤선영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고생들은 주로 카카오뱅크와 토스 등 모바일 앱을 통해 금융거래를 시작하는 반면 초등생들은 부모와 함께 개설한 시중은행 계좌를 통해 금융거래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현행법상 만 14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부모 동의하에 은행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향후 1~2년 내 주거래 은행을 바꿀 의향이 있느냐’는 물음에 전체 응답자의 14%만 ‘있다’라고 답했으며, 비중은 초등학생(4~6학년) 16.9%, 대학생 15.7%, 중·고등학생 12.7% 등 순으로 집계됐다. 모바일뱅킹은 중학생이 되면서 거래가 크게 늘었다. 모바일뱅킹을 이용한다는 응답은 초등학생이 19.0%인 반면 중학생은 74.0%로 나타나 큰 차이를 보였다. 고등학생은 82.7%, 대학생은 91.0%였다. 핀테크 앱 사용도 초등학생 20.0%에서 중학생 60.5%로 크게 뛰었다.

반면 자동화기기(ATM) 이용률은 금융거래 이슈가 많지 않은 초등학생이 36.0%로 가장 높았다. 부모가 자녀 명의로 계좌를 만들어 용돈을 넣어두면 자녀가 체크카드로 ATM기에서 현금을 찾아 쓰는 방식이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잘파세대 잡기 위한 은행권 전략은

보고서 설문 결과를 보면, 알파세대가 당장은 부모 판단에 따라 시중은행을 이용하지만, Z세대로 넘어가는 중학생부터는 모바일뱅킹이나 핀테크 앱으로 갈아탈 여지가 크다. 은행권이 잘파세대 등장을 위기로 보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당국의 정책 기조도 기존 은행엔 위기감을 고조시킨다. 윤석열 정부 금융위원회는 은행권 경영과 영업 관행, 제도 개선 방안 중 하나로 은행권 경쟁 촉진을 위한 인터넷전문은행 등 신규 플레이어 진입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알파세대 친화적인 모바일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인터넷은행이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다만 최근엔 시중은행도 미성년 잘파세대, 특히 알파세대를 겨냥한 ‘키즈 패키지’ 등 이벤트와 전용 플랫폼을 확대하는 중이다. 또 온·오프라인 공간에서 금융 교육과 관련한 체험 교실을 열어 접촉을 늘리는 식으로 고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이 알파세대를 잠재 고객으로 잡아둘 기회라는 분석도 있다. 시중은행은 맞춤형 플랫폼을 만들고 각종 이벤트나 콘텐츠 투자를 늘리고 있다. 카카오뱅크 ‘미니’를 포함한 하나은행 ‘아이부자’ 등이 대표적이다. 2020년 10월 선보인 카카오뱅크 미니는 선불충전 방식의 체크카드를 발급받아 결제와 ATM 출금, 자동이체 등이 가능하다. 스스로 용돈을 관리하면서 일상과 관련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카드 결제액은 4375억원으로 1년 전보다 38% 증가했고, 가입자는 180만명을 넘어섰다. 만 14세 이상~18세 이하이던 가입 연령을 8월부터 만 7세 이상~18세 이하로 확대했다. 2021년 6월 내놓은 하나은행 아이부자는 체험형 금융 교육 플랫폼이다. 부모와 자녀가 각자의 휴대전화에 앱을 설치해 모바일로 용돈을 주고받는 등 각종 금융 활동을 할 수 있다. 선불카드인 ‘아이부자 카드’는 지난 5월 말 기준 누적 거래 건수와 누적 거래액이 각각 723만건, 235억원에 달했다.

윤선영 연구위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객군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은행별로 차별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 단편적인 관심 유발보다 이들이 은행에 기대하는 핵심가치, 즉 돈을 모으고 편리하게 쓸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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