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이온 많을수록 방사능도 많아지는데…정부, 알면서도 ‘팔짱’만

조형국 기자

골프장갑·마스크팩·속옷 등 일상 속 생활용품에 수두룩

관리 손 놓은 ‘원자력안전위’ SNS 통한 안전홍보만 열중

“모나자이트는 음이온 및 원적외선을 방출하는 물질로 가공성, 음이온 및 원적외선 방사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모나자이트를 사용한 제품이 건강 제품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지만 방사능 방출량도 많다는 사실은 감춰졌다. 정부는 이 같은 실태를 파악하고 있었으면서도 관리에는 손을 놓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2016년 9월 특허 출원된 한 마스크팩의 특허공보에서 업체는 마스크팩 전체 중량의 1~5%에 해당하는 모나자이트를 첨가하면 “체온 상승과 혈액순환·신진대사 촉진, 성인병 예방 등에 효과가 있다”고 선전했다.

전체 중량의 2~4%를 모나자이트로 채운 한 골프장갑은 “피부에 음이온 및 원적외선을 방사해 항균·소취 기능을 발휘하고 피부 접착성과 보습성 및 피부노화방지 등의 기능이 있다”고 내세웠다.

음이온과 원적외선을 내세운 제품은 비단 마스크팩과 골프장갑만이 아니다. 지난 2월 한국원자력안전재단(재단)이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 제출한 ‘2017년 생활주변 방사선 안전관리 사업’ 보고서를 보면 입거나 눕거나 붙이거나 들이마시는 다양한 제품이 ‘음이온’으로 포장됐다. 재단이 조사한 제품군 102개에는 보디크림, 마사지팩, 안대, 베개, 목걸이 등 장신구, 비누, 팬티, 입욕제, 벽지 등이 포함됐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라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나오는 알파(α) 입자를 음이온이라고 포장한 것일 뿐”이라고 단언한다. 실제로 재단이 음이온 광고제품을 조사한 결과, 방출되는 음이온 개수가 많을수록 방사능 농도도 높았다. 단위면적당 음이온이 3779개로 가장 많은 남성팬티는 토륨(Th-232) 농도가 1g당 31.023㏃로 25개 제품 중 3번째였다. 토륨 농도(50.139㏃)가 가장 높은 여성용 보정속옷도 음이온이 3번째로 많은 2642개였다. 보고서는 “음이온은 방사선과 연관성이 존재한다”고 결론 내린 뒤 “이들 제품들은 방사선을 방출하는 광석(모나자이트)을 사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음이온 제품으로 알려진 것들이 실은 방사능 제품이라는 뜻이다.

정부도 모나자이트 활용 실태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진작 알고 있었지만, 관리에는 손을 놓고 있었다. 2012년 ‘생활주변 방사선 안전관리법’ 시행에 따라 원안위는 ‘천연방사성 원료물질 취급 사업자와 제품 제조업자’를 관리하겠다고 했다. 2013년 천연방사성물질 취급자 등록제도를 실시하면서 ‘모나자이트 등 취급업체’를 관리 대상에 넣기도 했다. 그러나 원안위는 대진침대 라돈 사태에서 보듯 수입된 모나자이트가 유통업체와 침대 제조업체를 거쳐 소비자의 안방까지 들어갈 때까지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

모나자이트 관리 대신 정부가 선택한 것은 홍보였다. 2012년 제정된 안전관리법에 따라 원안위는 5년마다 ‘생활주변 방사선 방호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대한 세부 계획을 연도별 ‘시행계획’으로 점검·보완한다. 2013년 1월 수립된 ‘2013~2017년 1차 종합계획’의 중점과제 1번은 ‘생활주변 방사선에 대한 국민 이해증진과 소통 확대’였다. “생활주변 방사선에 대한 대국민 이해증진과 소통 강화로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확산된 막연한 불안감 해소”에 방점을 찍었다.

종합계획에서 ‘대국민 홍보’가 선두에 오면서 2013~2017년 연도별 세부계획에서도 늘 ‘추진전략 1번’은 SNS 관리였다. ‘홈페이지·블로그·트위터·페이스북을 통해 보도자료·인포그래픽·브로셔·만화·동영상 등 안전관리 정보 제공(2013)’ ‘홈페이지·SNS 등 생활주변 방사선 안전관리 정보 제공(2016)’ 등이 해마다 시행계획에서 언급됐고 실행에 옮겨졌다.

반면 지난해 생활주변 방사선 시행계획에 담겼던 “취급자 등록 심사 프로세스 진행 및 수출입 신고, 유통현황 보고 등의 입체적 분석을 통해 국내 천연방사성물질 유통 현황 파악” 계획은 공염불이 됐다. 양순필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안전사회소위원장은 “방사성물질 유통·공급업체와 제품 제작업체의 무책임한 관리, 유통경로를 파악 못한 정부의 대응이 한데 섞여 생긴 사태”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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