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값 치솟자 ‘수출 빗장’…먹거리 무기화 ‘식량안보’ 위협

안광호 기자

기후 탓 작황 줄고 수요는 늘어
주요 생산·수출국 문 걸어 잠가
유엔기구 식량가격지수 분석서
10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

전 세계적인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 급증과 공급 차질, 기후위기로 인한 작황 부진 등으로 지구촌 곡물 수급 불안이 고조되고 가격이 치솟고 있다. 주요 곡물 생산·수출국들이 자국 식량안보 강화를 위해 문을 걸어 잠그면서 식량위기는 증폭되는 중이다. 밀과 콩 등 주요 곡물을 대부분 수입해오는 한국은 비싼 값에 들여올 수밖에 없고, 이는 식탁물가를 끌어올려 가계 부담을 키운다. 반복되는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수입 다변화와 해외 공급망 확대, 자급기반 확보 등 상시적인 식량안보 대응체계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농림축산식품부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밀과 콩, 옥수수 등 주요 곡물의 수출을 제한하거나 금지하고 있는 국가는 러시아 등 6개국이다. 인도와 베트남 등 14개국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인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곡물 수출을 제한한 바 있다. 자국 내 안정적인 곡물 공급을 위해 수출을 제한하고 곡물 비축량을 늘리는 것이다.

국제 곡물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최근 발표한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보다 3.0% 상승한 133.2(2014∼2016년 평균=100)로 석 달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2011년 7월(133.2) 이후 10년3개월 만에 가장 높다.

한국 작년 곡물 수입량은 1717만t
총 수요 2383만t의 72% 달해
낮은 자급률에 ‘국제 이슈 민감’
비축 관리 등 상시 대응체계 절실

곡물가격이 오르면 세계에서 곡물을 7번째로 많이 수입하는 한국은 타격이 적지 않다. 한국의 2019년 국내 전체 곡물(사료용 포함) 수요량은 총 2341만t으로, 이 중 수입량이 1611만t(68.8%)에 달한다. 지난해는 총 2383만t에서 수입량이 1717만t(72.0%)으로 총량과 비중이 모두 늘었다.

반대로 식량자급률은 낮다. 지난해 옥수수는 3.6%, 밀은 0.8%에 그쳤다. 자급기반 확대를 위한 필수 요소인 농지, 시설, 농업 인력은 산업·도시화, 노후·고령화 등 영향으로 매년 열악해지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달 내놓은 ‘곡물 수급 안정 사업·정책 분석’ 보고서에서 “곡물 수급 안정을 위해 주력 소비 품목의 명확한 설정과 생산 확대 정책 추진, 국제협력 증진, 수입국·수입선 다변화 등을 통한 곡물 수입 안정화, FAO 권장 기준에 따른 적정 비축량 관리 등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 곡물가격 급등은 국내 식탁물가에 큰 영향을 준다. 한국은행의 10월 기준 수입물가지수(2015년=100)는 130.43으로 9월(124.40)보다 4.8% 상승했다.

지수 기준으로 2013년 2월(130.83) 이후 8년8개월 만의 최고치다. 수입물가는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2007~2008년 기후변화와 생산 차질 등에 따른 글로벌 식량위기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했던 흐름이 반복될 여지가 크다.

정부 관계자는 “요소 품귀 사태로 비료 생산이 차질을 빚은 것처럼, 원자재 수급 차질이 농업 분야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며 “특히 식량과 곡물 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는 원자재 수급과 곡물 국제가격 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9월 발표한 먹거리 종합전략인 ‘국가식량계획’(2021∼2025년)을 통해 밀·콩의 자급률을 오는 2025년까지 각각 5.0%, 33.0% 수준으로 높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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