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쾌속질주 속에 드리운 그늘

고영득 기자
BMW 전기차 iX. BMW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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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25일(현지시간) 전 세계 증시의 이목은 미국 뉴욕에 쏠렸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1024.86달러로 장을 마치면서 이른바 ‘천슬라’ 고지에 올랐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자동차 업체로는 처음으로 시장가치 1조달러 클럽에 입성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아마존 시장가치가 1000억달러에서 1조달러에 이르는 데 8년 넘게 소요됐지만, 테슬라는 2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전기차가 시장의 주류가 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코로나19가 창궐했어도 전기차는 승승장구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수소전기차 포함) 누적 판매량은 전년 대비 43% 증가하며 1000만대를 돌파했다. 신규 차량 등록대수가 전년보다 16%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인 성장세였다. 2030년에는 전기차가 2억3000만대로 늘어나 전체 자동차의 12%를 차지할 것으로 IEA는 내다봤다.

경향신문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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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엔 그야말로 전기차 ‘폭풍’이 몰아쳤다. 전기차 조사업체 EV볼륨즈는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을 640만대로 예상했다. 지난해(324만대)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탄소중립 바람이 ‘부스트 모드’ 역할을 했다. 20여개 국가에서 향후 10~30년 안에 내연기관차 판매를 전면 금지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완성차 업체들도 앞다퉈 중장기 전동화 전략을 내놨다. 친환경 경영이라고 표방하지만, 각국의 환경규제에 따른 벌금을 피하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작용했다.

아직 충전 인프라는 미흡하지만 주행거리 등 성능이 좋아지면서 전기차를 찾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11월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지난해 동기 대비 107% 늘어난 9만1169대였다. 11월에만 1만1692대 팔렸다. 이에 올해 전기차 내수 판매량은 1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내년부터 전기차 구매 보조금 예산을 늘리되 대당 지급 단가를 낮추기로 했다. 전기차 보급을 더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2030년 친환경차 누적 대수 목표치를 450만대로 잡았다. 현실화되면 전체 자동차에서 친환경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33% 수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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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전동화는 세계적인 흐름이지만 추진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목소리도 크다. 무엇보다 현상 유지에 급급한 중소 부품업체들이 대비할 여유가 없다는 점이 당면과제로 떠올랐다. 블룸버그는 일본과 미국의 자동차 부품산업 중심지인 시즈오카현과 디트로이트시 일대 중소 부품업체들이 전기차 시대에 살아남을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불안감에 휩싸였다고 전했다.

국내에서도 완성차 업계의 역량을 감안하면 정부 목표치를 달성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2030년 국내 친환경차 비중이 33%가 될 때까지 3만5000여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품업체로선 내연기관차에 비해 전기차에 들어가는 부품이 30%가량 적다 보니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 또 코로나19 후유증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연구·개발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데다 어렵게 투자를 실현해도 투자금 회수엔 상당한 시간이 걸려 불확실성만 커지는 형국이다.

자동차산업연합회가 지난 9~10월 완성차·자동차부품업체 3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 업체의 56.3%는 아직 전기차와 자율주행 등 미래차 분야에 진출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차 분야에 진출은 했지만 수익을 내지 못한 기업 비율은 23.7%였다. 응답 업체의 80%가 미래차 분야로 완전히 전환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미래차에 진출하지 못한 업체들은 장애 요인으로 자금 부족(34.9%)을 가장 많이 꼽았다.

김세엽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부품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철강 가격 폭등의 위기가 계속돼 미래차 대응 여력이 부족하다”며 “정부는 기업 규모별, 도급 단계별, 생산 부문별 특성에 맞게 부품업체가 실질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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