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불만 끄려는 근시안…수도권 집중 심화할 판교식 처방”

김종훈 선임기자

전문가들의 평가와 주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1일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1일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분양가상한제·분양원가 공개 등
부동산 안정 위한 근본 대책 빠져

서울·지역 간 가격 불평등 고착화
혁신도시 건설 계획 재수정 필요
공영개발 통해 저렴하게 공급해야

부동산 전문가들은 21일 정부의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두고 “단기적으로는 시장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수도권 집중이 더욱 심화되고 서울·지방 간 양극화가 고착화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 후분양제 전면 실시, 공공임대 확대 방안 등 근본적 처방책이 있어야 수도권 집값을 안정시키고, 서민들이 갖고 있는 주거 불평등에 대한 불만을 해소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 급한 불만 끄려는 ‘단기 처방’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장은 “정부의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은 서울 집값을 근본적으로 잡겠다는 것보다 과도한 집값 상승만 막으려는 생각을 보여 준 것”이라며 “‘판교식 공급정책’으로는 장기적으로 수도권 집값을 잡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서울과 수도권에 1차로 3만5000가구를 짓고, 향후 4~5개 미니신도시를 조성하겠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주면서 불안심리는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을 것 같다”며 “다만, 수도권 집중현상이 더욱 강해지면서 서울·지방 양극화는 고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최성헌 부동산서비스업체 ‘직방’ 빅데이터 매니저는 “서울 도심과 수도권에 대한 공급 로드맵이 정해지면서 시장은 안정을 찾을 수 있을 전망”이라며 “전매제한·거주요건 강화 등 투기세력 차단책 등은 긍정적이나 공공주택 공급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빠져 있다는 점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정부가 공급 확대에 대한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시장에 보내면 주택 구매수요가 일정 부분 대기수요로 전환돼 집값 상승세의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면서도 “공공임대주택의 지속적인 확충이 필요한데 이번 발표에는 임대와 분양주택 중 어떤 형태로 할지 등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단기 급등에 따른 후유증, 대출 규제, 양도세 및 종합부동산세 압박에 공급 계획까지 나오면서 당분간 부동산시장은 조정 국면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부터 도입해야”

김성달 팀장은 “서울 집값 상승은 2014년에 정부가 민간택지에 공급하는 아파트 등에 대한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한 상황에서 ‘영동개발’ ‘서울역~용산역 지하화 및 용산개발’ ‘여의도 통개발’ 등 정부와 지자체발 개발 이슈가 이어지면서 확대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당장 공공택지뿐 아니라 민간택지에 조성되는 아파트 등에 대해서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고 개발 계획은 공영개발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정부는 여전히 완전한 분양원가 공개와 후분양제 도입을 머뭇거리면서 임대주택과 택지도 민간에게 팔겠다(분양 전환하겠다)고 한다”며 “주택공급 시스템의 개혁 없이 수도권에 공급만 늘려서는 주택시장의 장기적 안정은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성헌 매니저는 “정부 대책에는 신규 주택분양으로 발생한 차익이 시장에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구체적인 장치가 빠져 있다”고 했고, 김은진 팀장은 “다주택자 규제로 민간부분 임대공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공공 임대주택의 지속적인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더욱 멀어진 ‘국토균형개발’

김성달 팀장은 “이번 발표로 정부가 지금까지 외쳐온 ‘수도권 집중 완화 및 국가균형개발은 공허한 외침이 되고 말았다”며 “혁신도시 건설, 공공기관 이전 계획 등의 전면 재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한국전력의 전 삼성동 부지를 예로 들며 “공공기관 이전을 통한 수도권 집중 완화는 어떤 경우 겉만 완화였지, 사실은 집중이었다”고 주장했다. 김 팀장은 “한전 부지처럼 비싸게 팔린 땅값은 주변 집값을 상승시키는 촉매제가 된다”며 “지방으로 내려간 공기업도 그 지역 투기를 부채질했다”고 비판했다.

이강훈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부본부장(변호사)은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비롯한 주거복지정책이 재정 부담을 이유로 시장이 요구하는 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며 “이렇다 보니 주택 실수요자들은 제때 주택을 구입하지 못할까봐 걱정한다. 이번 대책 역시 전국적 주택가격 불균등 및 자산소유의 불평등을 완화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과 지방, 서울 내부의 지역적 인프라 격차로 인해 주택가격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데도 정부는 이를 해소할 뚜렷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성헌 매니저는 “혁신도시 건설이나 공공기관 이전 등 정부의 수도권 집중 완화 정책은 방향성은 맞지만 한계가 있다”며 “핵심 기능이 서울에 있는 한 인구나 기업 등의 집중을 막을 수 없고, 서울 집값은 장기적으로 계속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 “주택 공영개발, 국토균형개발이 답”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제대로 된 수도권 집중 완화’, ‘서민을 위한 주택공급’이 이뤄져야 주거 불평등 논란이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달 팀장은 “정부가 짓는 주택은 ‘100% 임대주택’으로 수정하고, 민간에 대해서는 분양가상한제 및 후분양제를 통해 고분양을 막아야 한다”며 “불로소득은 보유세 강화로 잡고, 지방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 부지는 팔지 말고 공원을 조성해 시민들에게 돌려주거나 영구임대주택을 짓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강훈 부본부장은 “서울과 지역 간 및 서울 내의 불균형 해소를 위해서는 혁신도시와 도시재생 뉴딜 정책, 공기업 이전 등을 포함해 더 과감한 국토균형개발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며 “그린벨트 민간택지 분양은 지양하고 저렴한 주택공급을 위해 공공분양과 공공임대가 어우러진 공영개발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성헌 매니저는 “지방에 일자리와 의료·교육시설 등 민간이 하기 어려운 사업들을 정부가 맡아야 한다”며 “초기 자본과 임대 비용 조달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창업자들과 지방 이전 공공기관을 연결, 지방의 신규 산업을 육성하는 방안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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