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붕괴사고, 불법 재하도급에 공사비 6분의 1로 줄어"

김희진 기자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구역 철거건물 붕괴 참사 현장에서 국과수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광주/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구역 철거건물 붕괴 참사 현장에서 국과수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광주/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철거건물 붕괴사고는 무리한 해체방식과 불법 재하도급 등 문제가 뒤얽히면서 발생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불법 재하도급을 거치면서 공사비는 6분의 1수준으로 깎여나간 데다, 원도급자인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런 공사 과정을 알고도 묵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9일 국토교통부 중앙건축물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지난 6월 광주 동구 재개발 현장에서 발생한 해체공사 붕괴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사고로 광주 학동 4구역 주택 재개발 지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도로 쪽으로 붕괴되면서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사조위는 부실한 해체공사 과정에서 무리하게 쌓아올린 흙더미가 쏟아져 내리면서 가해진 충격이 건물 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밝혔다. 해체를 맡은 철거업체는 건물 최상부층 해체를 위해 3층 높이(10m)까지 흙을 쌓아 올렸는데, 토사 무게를 견디지 못한 1층 바닥판이 먼저 붕괴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바닥판 위에 있던 토사가 지하층으로 몰리면서 상층부에 있던 흙더미까지 건물 방향으로 급격하게 쏠렸고, 이때 충격으로 건물 기둥과 벽체가 무너져 건물 붕괴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과도한 성토로 인해 광주 철거건물이 붕괴된 과정. 국토부 제공

과도한 성토로 인해 광주 철거건물이 붕괴된 과정. 국토부 제공

해체계획서가 부실하게 작성되고 감리자와 원도급사가 안전 관리를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는 등 업무태만도 지적됐다. 이영욱 사조위원장(군산대 건축공학과 교수)은 “해체계획서 자체가 너무나 부실하게 작성돼 공사하는 하도급 업체나 재하도급 업체가 계획서에 따라 공사를 수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붕괴를 막기 위해 관계 엔지니어링 기술자들과 사전 협의를 거쳐 구조물에 적정한 보강을 해야했으나 해체계획서에서 누락됐고, 시행 과정에서도 감리나 관련 공사 업체들이 이런 문제를 놓쳤다”고 설명했다.

불법 재하도급을 거치면서 공사비가 당초 16% 수준으로 깎여나간 점도 사고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원도급에서 28만원이던 단위면적(3.3㎡) 당 공사비는 하도급에서 10만원으로, 재하도급에서 4만원으로 급격하게 깎였다. 원도급사는 HDC현대산업개발이, 하도급사는 한솔기업이 맡았다. 한솔기업은 다시 백솔건설에 재하도급을 줬다.

이 위원장은 “불법 재하도급을 주는 과정에서 공사비 절감을 위해 무리한 해체공법을 적용하는 등 안전 관리 미비의 원인이 된 것으로 추정한다”며 “HDC현대산업개발이 불법 하도급 등 해체공사 공법에 대해 어느 정도 인식을 하고 있었음에도 전체 과정을 묵인했던 사실을 여러가지 관련 정보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조위는 앞으로 이와 같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전문가가 참여하는 해체계획서 매뉴얼 마련과 더불어 설계자와 감리자 등 해체공사 관계자의 책임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불법 하도급을 근절하기 위해 처벌 수준을 강화하고 처벌 대상을 확대 적용할 것을 주문했다.

김흥진 국토부 국토도시실장은 “사조위에서 규명된 사고조사 결과와 재발방지대책 TF에서 논의한 사항을 토대로 해체공사 안전 강화방안을 마련했다”며 “빠른 시일 내 관련 제도를 개선해 현장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TF에서 논의한 사항을 바탕으로 마련한 해체공사 안전강화 방안을 오는 10일 당정협의를 거쳐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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