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주도 개발 단점 보완…부담금·분양가 ‘반값’에 분양가상한제 적용

송진식 기자

‘판교대장’ 사건으로 더 주목받는 ‘서울 도심공공사업 1호’

판교대장지구 도시개발사업(화천대유)을 둘러싼 각종 비위 의혹이 연일 제기되면서 주목받는 ‘공공개발사업’이 있다. 바로 정부가 올해 ‘2·4 공급대책(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대책)’을 통해 도입한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도심공공사업)’이다.

도심공공사업은 도심 내 저층 주거지, 저개발된 역세권 등지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주도로 개발해 주택을 건립하는 사업이다. 변창흠 전 국토부 장관이 주도해 도입됐다. 판교대장지구 개발 논란의 핵심은 공영사업을 민간이 주도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민간이 독식한 데 있다. 도심공공사업의 경우 공공이 주도하면서 기존 민간 개발 대비 주민 부담은 줄었고, 고밀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초과이익은 공공주택으로 환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판교대장 사례에서 드러난 민간주도 개발의 단점을 보완하는 정책이다.

최근 서울 내 도심공공사업 ‘1호’ 사업지인 서울 은평 증산4구역에 대한 2차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LH는 최대 관심사였던 주민 부담금 수준과 일반분양 아파트의 분양가 추정치를 공개했다. 주민부담금은 민간개발 대비 절반 이하 수준으로, 분양가는 주변 시세의 60~70% 수준으로 각각 내려갔다.

■ 전체가구 중 절반 ,‘공공주택’으로 환수

LH, 은평 ‘증산4구역’ 견적 공개
용적률 대폭 완화해 고밀 개발
4112가구 중 공공환수분 2058가구

10일 LH에 따르면 1호 사업지로 예정된 증산4구역(증산동 168-3번지 일대)은 앞으로는 지하철 6호선 증산역을, 뒤로는 도시자연공원 구역인 반홍산을 두고 있는 이른바 ‘배산임역’ 입지를 가지고 있다.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와 가깝고, 지하철을 타면 20~30분 내 광화문·용산 등 중심부 진입이 가능한 곳이기도 하다. 사업구역 전체 면적은 16만7489㎡(약 5만평)로 대단지가 들어설 수 있고, 단독주택이 390동으로 기존 주택의 67.6%를 차지하고 있다.

여러모로 유리한 입지인데도 증산4구역은 여러 차례 개발구역 지정과 해제를 반복했다. 조합까지 설립됐었지만 부지 대부분이 저층 주거지로 지정돼 민간이 개발할 경우 수익성 담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개발이 무산됐다. 구역 전체 주택 중 73.1%가 30년 이상 된 노후주택으로 구성돼있다. 정부가 2·4대책으로 도심공공사업을 도입하자 1차 후보지로 선정됐고, 이어 지구지정을 위한 주민 동의율(67.6%)을 가파르게 달성해 1호 사업지로 낙점됐다.

공공주도로 사업이 활성화된 가장 큰 배경은 고밀개발을 위한 용적률의 대폭 완화조치다. LH가 공개한 개발 시나리오를 보면 증산4구역의 현 용적률은 188%에 불과하지만 개발 과정에서 295%의 용적률이 적용될 예정이다. 보통 용적률 규제를 완화할 경우 과다이익 발생 등 여러 특혜논란이 불거지기 마련이다. 현재 판교대장 논란에서 제기되는 가장 큰 문제점도 민간이 과도한 이익을 가져간 데 대한 특혜논란이다.

도심공공사업은 용적률을 대폭 완화하면서 발생하는 이익의 절반을 공공이 환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760가구(추정)가량 거주 중인 증산4구역은 개발이 완료되면 4112가구의 대단지 아파트가 조성된다. 이 중 기존 토지 등 소유자 몫이 2054가구, 공공분양(1646가구) 및 공공임대가 2058가구로 공공환수분 물량이 더 많다. 공공개발이 가능한 여분의 토지가 없다시피 한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한꺼번에 2000가구 이상을 공공물량으로 확보하는 건 상당한 성과로 볼 수 있다. 기존 계획보다도 임대를 덜 지어 문제가 되는 판교대장 사례와는 큰 차이점을 보인다.

■ 주민 부담금, 평당 분양가 ‘반값 수준’

주민 가구당 평균 분담금 9000만원
일반분양가 3.3㎡당 2257만원 책정
신혼·청년에 공공분양 물량 상당수

도심공공사업의 관건은 역시 주민 부담금과 분양가 수준이다. LH가 2차 설명회에서 공개한 토지 소유주 등 가구당 평균 분담금은 9000만원으로, 기존 민간개발(247% 용적률 적용)에서 산출된 2억3000만원의 절반 이하 금액이다. 민간개발과 비교하면 조성 가구 수가 3412가구에서 4112가구로 크게 늘었고, 특례 적용으로 기부채납 비율도 23%에서 17%로 완화된 결과다. 이를 통해 주민들이 부담해야 할 부담금 총액은 1665억원으로 민간개발(3970억원)의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도심공공사업이 판교대장과 비교되는 또 하나의 특징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다는 것이다. 분양가는 택지비와 건축비를 더해 산출된다. 택지비 비중이 가장 큰데, 증산4구역은 공공이 주도하기 때문에 과다하게 택지조성가를 책정할 이유가 없다. 그 결과 증산4구역의 일반분양가는 3.3㎡(1평)당 2257만원으로 책정됐다. 이를 적용하면 84㎡형은 약 7억3000만원, 59㎡형은 약 5억8000만원이다. 물론 서민 입장에선 여전히 높은 가격으로 체감될 수 있지만, 서울의 최근 민간 분양가가 평당 4000만원을 넘보는 추세를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이다.

기존 주민을 대상으로 한 ‘우선분양가’는 더 낮다. 84㎡형이 약 6억2000만원, 59㎡형이 약 4억9400만원이다. 기존 주민이 개별적으로 실제 부담해야 하는 분담금은 이 우선분양가에서 현 보유 토지의 자산평가액을 제외한 금액이다. 예컨대 대지지분이 10평인 주민이 자산가치 3억4900만원을 평가받을 경우 84㎡형 실입주 시 내야 하는 금액은 2억2000만원가량이다.

40대 이하 가구는 1646가구로 예정된 공공분양 물량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이 물량의 상당수는 신혼부부나 청년세대를 위한 주택으로 분양될 예정이다. 현재 계획으로는 51㎡형이 210가구, 59㎡형이 656가구, 74㎡형이 350가구, 84㎡형이 430가구로 공급될 예정이다. 74㎡ 이상 중형 비율이 47.3%로 절반에 달한다.

증산4구역은 향후 큰 변수가 없다면 12월 중 도심공공주택 복합지구 지정 및 고시, 내년 12월 복합계획 승인 절차를 거쳐 2023년 6월 중 착공한다. 이르면 내년 말이나 2023년 초 공공분양 물량 등이 사전청약으로도 풀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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