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더 커진 공유 오피스 시장이 주는 희망 ‘상생’

안명숙 | 루센트블록 부동산 총괄이사
[안명숙의 차이나는 부동산 클래스]코로나 이후 더 커진 공유 오피스 시장이 주는 희망 ‘상생’

코로나19 팬데믹이 우리의 삶과 공존한 지 햇수로 2년째다. 언제 어떻게 이 상황이 종결될 것인지 누구도 단언하기 어렵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우리가 쉬고 먹고 자고 모이는 공간은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적 상권의 1번지인 명동의 몰락이 대표적이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 명동 소규모 상가(2층·330㎡ 이하) 공실률은 올해 3분기 기준 43.3%를 기록했다. 규모가 좀 더 큰 중대형 상가(3층 이상·330㎡ 초과)도 사정이 다르지 않아 같은 기간 47.2%의 공실률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 이전인 지난해 2분기만 해도 공실률은 0%였으나 지금은 명동의 거의 절반이 코로나 위기로 인해 비어 있다는 얘기다. 서울 다른 지역의 상황도 비슷해 올해 3분기 기준 광화문, 홍대·합정, 이태원 등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20% 내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서울의 도산대로, 압구정 등 핫플레이스가 밀집해 있는 강남 상권의 공실률은 되레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3분기 압구정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7.4%로 지난해 1분기보다 7.3%포인트 낮아졌다. 같은 기간 도산대로도 10.9%로 0.8%포인트 하락했다. 역설적으로 더 독특하고 은밀하고 독창적인 공간과 맛집을 찾아 공간을 소비하는 패턴이 지속되면서 오프라인 공간을 운영하는 곳 중 코로나 이후 더욱 매출이 늘어난 곳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간의 변화는 오피스 공간에서도 두드러진다. 팬데믹 확산과 동시에 갑작스럽게 늘어난 재택근무는 이제 많은 기업에서 일하는 형태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재택근무는 업무의 집중도나 협업의 효율성 측면에서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또한 아직 우리의 주거 공간은 일하는 공간으로 대체하기에는 좁고, 독립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다. 카페를 전전하는 것도 감염의 불안, 주변 소음에서 오는 피로감 등이 높은 탓에 대안이 되기 어렵다.

결국 코로나로 인한 오피스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대안은 공유 오피스였다. 처음 소호 창업자나 소규모 기업을 중심으로 확장하던 공유 오피스가 대기업의 거점 오피스로서 자리매김하면서 시장 규모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강북에 거주하는 직원이 강남의 회사 대신 강북의 거점 오피스로 출근하게 되면 출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동시에 직원들이 동선에 따라 자연스럽게 분산 배치되면서 감염 위기에 따른 업무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사무실보다 편안하고 집보다 사무공간으로 적합한 시스템 지원으로 효율성도 높일 수 있는 데다 조직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는 의견이 많다.

실제로 위워크코리아와 패스트파이브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보다 각각 20.8%, 42.8% 증가했다. 스파크플러스 역시 지난해 매출액이 260억원으로 전년보다 2배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2017년 600억원 규모였던 국내 공유 오피스 시장이 내년에는 77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직 코로나의 끝은 멀어 보인다. 그러나 인간은 항상 그래왔듯이 도시에서 상생하기 위한 공간을 만들고 적응해가고 있다.

유현준 교수는 저서 <공간의 미래>에서 전염병이 공간 계층화를 가속화시켜 부자들의 공간은 더 커지고 밀도는 더 낮아지는 추세로 가고, 그만큼 나머지 사람들의 공간은 더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글로벌 유동성 확대 정책은 자산시장의 팽창을 가져왔다. 자산 소유 여부에 따라 계층이 나뉘고 그로 인해 공간을 소비하고 향유하는 격차도 커진다면 심리적 박탈감은 극대화될 수 있다. 좋은 공간이 인간에게 주는 힘을 믿는다. 더 많은 사람이 좋은 공간에서 치유받고 위로받을 수 있도록 민관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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