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청약’은 옛말…올해 서울 아파트 경쟁률 9 대 1 급락

류인하 기자

지난해 163 대 1…‘열풍’과 대조

수도권 경쟁률도 지난해 4분의 1

차익 얻는 ‘로또 청약’ 사라진 탓

둔촌주공도 4.7 대 1…흥행 저조

금리 인상 기조와 집값 하락 전망이 겹치면서 ‘흥행 불패’를 자랑하던 서울 아파트 청약시장이 올해 급격히 냉각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세는 내리는데 분양가는 오르면서 ‘로또 청약’에 따른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11일 부동산전문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분석한 결과 서울 아파트는 올해 들어 이달 7일 기준 6548가구(사전청약·공공분양 제외) 모집에 6만988명이 1순위 청약을 해 평균 9.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1721가구 모집에 28만1975명이 1순위 청약을 하며 평균 163.8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온도차가 크다.

올해 같은 기간 수도권 아파트 1순위 청약자 수 역시 지난해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지난해는 5만1026가구 모집에 1순위 청약자가 155만1000여명 몰렸지만 올해는 비슷한 수준인 5만647가구 모집에 42만3000여명이 신청하는 데 그쳤다. 평균 청약경쟁률도 30 대 1 수준에서 8 대 1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지난해까지는 저금리 기조에 집값 상승세가 겹치면서 “일단 넣고 보자”는 식의 ‘묻지마 청약’이 유행했다. 그러나 금리가 가파르게 올라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고, 집값 하락세도 이어지면서 예비청약자들이 ‘청약통장 아끼기’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건축비 상승으로 분양가가 주변 급매물 시세와 비슷해지면서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점도 청약을 주저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단지별 청약경쟁률을 봐도 반전된 청약시장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지난해까지는 브랜드가 있는 대단지가 아니더라도 서울에서 청약을 진행한 13개 단지는 모두 최소 두 자릿수 이상 1순위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서울 광진구 자양동 ‘자양 하늘채 베르’는 27가구 모집에 1순위 청약자 9919명이 몰려 367.4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종로구 숭인동 ‘에비뉴 청계Ⅰ’도 99가구 모집에 1순위 청약자 1934명이 신청해 19.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반면 올해는 이달 7일까지 청약을 진행한 17개 단지 중 영등포구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영등포’가 199.7 대 1로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을 뿐 나머지 16개 단지는 모두 한 자릿수 경쟁률에 그쳤다.

특히 내년 분양시장의 바로미터로 꼽혔던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의 1순위 경쟁률 역시 4.7 대 1로 5배수를 넘기지 못했다. 현 청약제도에서는 예비당첨자 5배수까지 모아야 청약이 마감된다. 둔촌주공은 헬리오시티 이후 서울에서는 오랜만에 나오는 대단지에다가 ‘강남4구’로 불리는 입지까지 수요자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3.3㎡당 3829만원으로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되면서 실수요자들 조차 “비싸다”고 인식한 것이 저조한 경쟁률의 원인으로 풀이된다.

김웅식 리얼투데이 리서치연구원은 “둔촌주공이 생각보다 저조한 성적을 보이면서 올해 서울 청약경쟁률을 끌어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둔촌주공에 뒤이어 분양하는 서울 단지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청약시장의 인기가 시들하면서 청약에 당첨되는 최저 가점 문턱도 낮아졌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평균 최저 가점은 59.9점이었으나 올해는 42.2점으로 17.7점 하락했다. 올해 8월에 분양한 구로구 ‘천왕역 모아엘가 트레뷰’는 평균 최저 당첨 가점이 14.0점에 불과했다. 김 연구원은 “수요자 입장에서는 현재 고가점자가 청약하지 않는 시점인 만큼 저가점자가 당첨 가능성을 높일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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