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왕’이 입증한 HUG의 위력

심윤지 기자

가입자는 떼인 보증금 피해 속속 복구…미가입자는 속수무책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사기를 벌이다 사망한 이른바 ‘빌라왕’ 김모씨 사건 피해 임차인(세입자)들에 대한 보증금 반환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HUG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피해자들은 여전히 막막한 처지다.

1일 HUG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김씨 보유 주택 세입자 중 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들어 있는 사람은 656명이다. 이 중 239명(36.4%)은 HUG를 통해 대위변제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은 세입자가 자신의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직접 가입하는 보증상품이다. 집주인이 계약 기간 만료 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HUG가 대신 보증금을 세입자에게 지급(대위변제)하고, 나중에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받아내는 구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기준 김씨 소유로 확인된 주택 1139채 세입자 중 HUG 보증보험에 가입돼 있던 사람은 614명(53.9%)이었다. 사건이 공론화된 이후 김씨가 매입한 주택 세입자 42명이 추가로 확인되며 656명으로 늘었다.

아직 HUG로부터 대위변제를 받지 못한 보증보험 가입자는 417명이다. 계약 만료가 도래하지 않았거나 보증이행 심사가 진행 중인 경우다.

HUG 관계자는 “순차적으로 대위변제 심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최대한 조속히 변제를 완료해 피해자들의 고통을 줄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피해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HUG 보증보험 미가입자들이다. 지난 10일 국토부가 미가입자 대상으로 연 ‘전세보증금 피해 임차인 설명회’ 내용에 따르면, 이들이 보증금의 극히 일부라도 회수하려면 김씨 소유 주택을 사서 경매에 넘기거나 선순위 채권자인 정부가 공매로 내놓은 물건이 팔려야 한다.

하지만 김씨를 비롯한 전세사기꾼 소유의 주택이 경매시장에 한꺼번에 쏟아지는 상황이라 매각이 쉽지 않다. 김씨의 주요 활동지였던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만 빌라 205채의 경매가 진행 중이다.

2020년 10월 임차인 A씨가 경매 신청한 빌라의 경우 감정가 2억4000만원에서 15회 유찰을 거듭하며 851만원까지 떨어졌지만 아직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김씨가 전세사기 행각을 벌이며 체납한 세금도 문제다. 오는 4월 시행되는 개정 국세징수법은 임차인이 거주하던 집이 경·공매로 넘어갈 경우 현행법상 ‘세금 우선 원칙’에 예외를 두어 정부 세금보다 임차인 보증금을 우선 변제하도록 했다.

하지만 세입자의 전입신고 확정일자 이후 발생한 당해세(종합부동산세 등 매각이 되는 부동산에 부과되는 세금)만 적용된다. 즉, 임대차 계약을 맺을 때 이미 김씨의 세금 체납이 있었던 최근 피해자들은 김씨가 체납한 당해세 수십억원을 대신 납부해야 경매 신청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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