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노동시간 단축 고통분담 방안 대화 필요”

특별취재팀

(3부) 대안을 찾아, 그리고 도발적 제안들… ⑦ 전문가 토론

“양질의 단시간 근무로 유연성·안정성 두 토끼를”

‘고용없는 성장’ 시대 일자리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경향신문 특별취재팀은 지난 8월부터 16차례 동안 ‘고용난민 시대-일자리 없나요’ 기획 연재를 통해 우리 사회의 최대 고민인 척박한 고용현실을 진단하고 대안들을 살펴봤다. 취재팀은 원·하청 관계 민주화, 노동시간 단축, 사회서비스 일자리 개선, 사회안전망 확충 등 해법들을 제시했지만 이는 노동계나 정부, 기업 어느 한쪽의 일방통행이 아니라 대화와 협력을 통해 풀릴 수 있음을 절감했다. 취재팀이 시리즈의 마지막 순서로 노사정 토론회를 마련한 것도 이런 취지다. 토론회에는 임무송 고용노동부 인력수급정책관(정부),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재계),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노동계)이 참석했다. 토론자들은 세부 입장은 다르지만 장시간 노동체제의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노동 유연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뜻을 모았다. 다만 ‘어떤’ 유연성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이와 함께 파견업종 확대, 신설사업장 기간제 사용제한 예외 등에 대해서도 찬반이 엇갈리는 등 엄존한 견해차를 확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가 최대현안인 고용문제를 풀기 위해 노사정 3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었다. 토론회는 지난 19일 경향신문 6층 회의실에서 서의동 경제부 차장의 진행으로 이뤄졌다.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 임무송 고용노동부 인력수급정책관,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왼쪽부터)이 지난 19일 경향신문 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고용해법을 놓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 |김세구 선임기자 k39@kyunghyang.com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 임무송 고용노동부 인력수급정책관,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왼쪽부터)이 지난 19일 경향신문 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고용해법을 놓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 |김세구 선임기자 k39@kyunghyang.com

진행 = 기획시리즈 취재와 기사작성 과정에서 자문해 주신 데 감사드린다. 간략한 평가를 부탁드린다.

임무송 고용노동부 인력수급정책관(이하 임무송) = 현장을 발로 뛰면서 대안을 찾아보려고 노력한 점이 돋보였다. 다만 대안제시 측면에서 좀 더 많은 의견반영이 필요했다.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이하 배상근) = 풍부한 사례와 다양한 대안을 심도있게 다뤘다. 금융위기 당시 기업들의 고용유지 노력이 부각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이하 김유선) = 일간지에서 드물게 큰 지면을 털어서 악화되고 있는 고용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기획물이라 노동계 입장에서 반가웠다.

진행 = 정부가 최근 발표한 ‘국가고용전략 2020’과 청년고용대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배상근 = 큰 틀과 방향에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 다만 청년고용할당제 등은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상태에서 고용할당을 하는 것은 균형이 맞지 않다. 고용에 대한 기업의 비용이 커진다. 파견업종을 확대한 것은 전향적이지만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제조업 파견도 허용돼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유연성이 충분히 관철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용 부담이 커지면 기업에 부담이 생기면서 사회적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김유선 = 이번 전략이 재계 쪽에 편향된 것 아닌가 싶다. 정부 정책은 메뉴는 다양하지만 알맹이가 보이지 않는다. 고용은 질과 양을 함께 따져야 하는데, 더 중시될 것은 질이다. 고용의 양을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질이 개선돼야 한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것은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전략은 고용의 질에 대한 고려가 거의 없다. 오히려 양만 중요시하면서 고용의 질을 되레 후퇴시켰다. 고용률 7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은 이전보다 긍정적이다. 하지만 인구 감소 현상 때문에 2020년에는 자연히 70%가 달성된다. 적극적인 정책 의지라기보다는 인구 감소로 달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감나무에서 감 떨어지길 기다리는 격’이다.

임무송 = 정부가 장기적 전략을 제시하면 구체성이 없다고 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면 전략과 철학이 없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번 전략은 공정하고 역동적인 노동시장 구축, 시간제 근무를 통한 일과 가정의 양립, 상용형 파트타임 전면배치 등이 핵심이다. 단순히 일자리를 쪼개 비정규직을 늘리는 게 아니라 지속가능하고 자발적인 형태의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번 발표가 고용전략 전체는 아니다. 정부 혼자 하기 어려운 부분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실행력을 담보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인구 감소 때문에 저절로 고용률이 70%가 되는 건 아니다. 함께 작업을 한 경제학자들은 68%도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고용난민 시대, 일자리 없나요?]“노·사·정, 노동시간 단축 고통분담 방안 대화 필요”

▲ “국가재정 부담 큰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대,
사회적 기업 활용을”
-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

진행 = 노동계의 우려는 질보다 양에 고용대책이 맞춰져 있다는 부분인 것 같다. 경향신문이 시리즈를 통해 ‘고용난민’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불안정 노동이 확대될 것이라는 경고가 적지 않다.

배상근 = 고용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선진국을 보면 파견, 시간제 등 비정규직 일자리가 많다. 모두 정규직 일자리로 고용률 70%를 달성한 게 아니다. 숲을 보면 키가 큰 나무도 있지만 작은 나무도 있고 풀도 있지 않나. 고용률 70%도 다양한 고용형태가 어우러지면서 달성될 수 있다. 70%를 모두 정규직으로 채우려면 부담이 크다. 네덜란드 등 유럽은 부인과 아이들도 일을 하기 때문에 소득원이 다양하다. 한국은 남편 혼자서 벌다보니 해고에 대한 저항도 크고 많이 벌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결국 유연성을 확대하면서 점차 고용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임무송 = 한국에서는 비경제활동 상태에 머물러 있는 우수한 여성 잠재 인력이 많다. 한국의 여성고용률은 50%도 안된다. 또 시간제 노동자 비중은 13%에도 못미친다. 반면 네덜란드는 60%다. 인원이 아니라 노동시간으로 환산해보면 네덜란드와 한국 사이에는 고용률 차이가 별로 없다. 하지만 고용률 차이가 나는 것은 네덜란드에서는 여성들이 파트타임 형태로 일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고용형태가 획일화돼 있다. 한국은 ‘1’(풀타임 상용형)과 ‘0’(해고) 사이의 ‘0.5’를 허용하지 않는다. 0.5를 확대해 학업, 가사 등과 일을 병행하는 고용형태가 확대돼야 한다.

김유선 = 한국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지나치게 낮다고 하는데 수량적인 면에서는 유연성이 상당히 크다. 이번 고용전략을 보면 유연성 논의는 있지만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파트타임 일자리에 국한한다면 이 부분이 늘어야 여성 고용률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 하지만 한국은 파트타임의 98%가 임시직이다. 최근 들어 한국도 파트타임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9.9% 수준에 이르렀다. 반면 한국은 62%가 비자발적인 파트타임인 데 반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21%다. 27개국 중에서 비자발적 파트타임이 제일 높다. 원해서 파트타임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비자발성을 해소해야 노동유연성이 제대로 정착될 수 있다.

임무송 = 정부도 되도록 자발적인 상용형 파트타임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공부문이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민간에서도 시간제 근로가 촉진되도록 하는 법을 만들려고 했다. 기업이 상용형 시간제를 도입하면 비용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시간제 근로는 무조건 나쁜 것이라는 오해를 깰 필요가 있다.

진행 = 최근 인력중개와 관련된 직업안정법 개정안이 입법 예고됐다. 민간 고용서비스 시장을 확대하면 나쁜 일자리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임무송 = 현재 직업소개업체들의 규모가 1~2인 정도로 매우 영세하다. 민간 고용서비스 시장을 이용하는 계층도 건설 일용직, 가사 서비스 등 열악한 계층이다. 개정안은 구직자에 대해 소개요금 징수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하지만 직업소개업체들이 영세해 규모의 경제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 구직자 양쪽으로부터 수입을 확보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전문성을 가진 일정 규모 이상의 업체가 책임성있게 이 시장에서 서비스를 하는 게 구직자와 기업 모두를 위해 좋다. 고용의 질을 나쁘게 하는 게 아니다.

배상근 = 기업들도 소개업체를 통하면 노동자에게 노동의 대가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에 고용서비스 시장을 양성화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구직자-구인자의 미스매칭을 줄이려는 것일 뿐 이 시장의 활성화로 고용의 질이 더 악화된다고 볼 수 없다.

김유선 = 민간 고용서비스보다 우선시돼야 할 건 공공 고용서비스 확대다. 현재 고용노동부의 고용센터 상담원 중 일부가 기간제다. 기간제인 직업상담원이 제대로 성의를 다해 업무를 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것 아닌가. 공공 고용서비스 수준이 외국에 비해 형편없이 낮다.

임무송 = 공공 고용서비스 인프라가 외국에 비해 미흡한 건 사실이다. 미국, 일본의 절반 수준이고 영국, 독일에 비해서는 10분의 1도 안된다. 점진적으로 인력 등을 확충할 계획이다. 다만 국민들이 공무원 수를 늘리는 것에 대한 저항감이 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고용난민 시대, 일자리 없나요?]“노·사·정, 노동시간 단축 고통분담 방안 대화 필요”

▲ “한국은 풀타임-해고로 고용형태 획일화…
학업·가사 병행방식 늘려야”
- 임무송 고용노동부 인력수급정책관

진행 = 노사정위가 노동시간을 2020년까지 1800시간으로 줄이자고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액션플랜이 없어 보인다.

배상근 = 기업으로서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노무관리, 추가 인건비 등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보다 근본적으로 노동시간 단축이 가능하려면 노동자들이 소득 감소를 감수하겠다고 동의해야 한다. 이 때문에 노사 양측의 양보가 이뤄져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시간단축에 따른 인센티브를 지원하고 노사 양측이 양보해 자발적으로 노동시간 단축이 이뤄지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김유선 = 불황시 일자리 나누기 측면에서 볼 때 올해 OECD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등 많은 나라가 조업단축제도를 통해 위기에 대처했다. 하지만 위기가 아닌 평상시에 노동시간 단축이 추진돼야 한다. 사실 고용노동부가 근로기준법 준수여부만 제대로 감독해도 노동시간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다. 통계를 보면 지난 3월 기준으로 48.9%의 사업장에서 주 40시간제가 적용됐다. 30인 이상 사업장은 75%가 주 40시간제를 준수하고 있다. 25%는 안 지킨다는 말이다. 주 40시간제를 법대로 시행하면 30인 이상 사업장에서 고용이 6.8% 더 창출된다. 사업장들이 법만 제대로 준수한다면 일자리 12만개가 더 나온다는 계산이다. 또 주 52시간 초과근로자가 270만명이고, 56시간 초과근로자는 200만명에 달한다. 주 52시간이 넘는 연장근로만 없어져도 일자리가 50만개 나올 수 있다. 고용노동부가 초과근로 등 법위반 사항에 대해 제대로 단속을 안하고 있는 것 아니냐. 휴일근로 8시간을 법으로 허용돼 있는 12시간 연장근로에 포함시키지 않고 별도로 허용하는 행정해석도 초과근로를 방조하고 있는 셈이다.

임무송 = 행정해석은 법률을 토대로 한 해석이다. 노동시간 단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노사정이 모두 공감한다. 결국 어떤 방법을 통해 줄일 것이냐의 문제다. 한국에서 장시간 노동이 일반화되는 것은 문화적인 요인도 있지만 소수의 정규직이 지나치게 오래 일한다는 문제가 있다. 또 기업으로서는 인력을 추가 채용하면 노사문제, 인건비 등의 비용이 발생한다. 이런 이유로 장시간 노동에 대한 노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장시간 노동으로 산재도 많고 생산성도 매우 낮다. 경쟁력을 가지려면 고생산성 전략으로 가야 하는데 그 첩경이 바로 노동시간 단축이다. 하지만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자의 소득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주도하긴 어렵다. 노동계가 생산성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지 않으면 안된다. 궁극적으로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청년 일자리를 늘리고 생산성도 높이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 필요한 고통분담을 노사정 3자가 부담해야 한다.

배상근 = 연장근로가 나온 배경을 잘 봐야 한다. 노동시간을 줄이는 건 문제가 안되는데 해고 유연성이 없으니 다른 방식으로 (비정규직, 파견 등) 노동자를 쓰게 되는 것이다.

김유선 = 고통분담의 문제는 경제위기 국면이나 주 40시간제를 처음 도입할 때 논의할 수 있는 부분이다. 주 40시간제를 규정한 근로기준법이 다른 나라에 비해 과도하지 않다. 연장근로 12시간을 사실상 허용해주고 있는데 최소한 법은 지켜야 하지 않나. 제대로 법을 적용하면 노동자의 수입이 줄어들지만 법에 따른 것이라면 누가 거부할 수 있겠는가.

진행 =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소득감소를 노동계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 궁금하다.

김유선 = 조업단축제도의 취지 자체가 위기국면이나 노동시간의 급격한 감소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노동자가 전적으로 소득감소를 부담하기엔 타격이 크니 노사정 3자가 일정 수준 부담하는 것이다. 노동자들도 어려워지는 게 사실이지만 노사정 3자가 분담할 경우 수용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임무송 = 위기극복을 위한 조업단축과 평시의 노동시간 단축이 다르지 않다. 장시간 노동을 점진적으로 줄여가면서 노동자들도 소득 감소를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기업들도 부담을 전부 노동자에게 떠맡기지 말아야 한다. 대기업의 생산현장이 고령화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노동시간 단축은 청년고용 확대 프로그램으로 연결될 수 있다. 부담은 노사가 같이하고 정부도 추가 고용창출에 대해 지원하는 협업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배상근 = 원론적으로는 어렵지 않지만 각론으로 들어가서 서로 어느 정도 부담할 것인지까지 들어가면 이야기가 쉽지 않다. 개별기업은 노동시간 단축을 하면 비용이 늘어난다. 또 직원들이 고령화되는데도 신규채용을 꺼리는 이유는 해고를 쉽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존 노동자들한테 장시간 노동을 시키게 되는 구조다. 유연화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근본 문제가 안 풀린다.

진행 = 기본 방향에서는 생각이 비슷한 걸로 보인다. 결국은 문제해결을 위해 정부 역할이 중요해 보인다.

임무송 = 현대 사회에서 시간은 소중한 자원이다. 연간 총노동시간을 계절, 경기 등에 따라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틀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 노동시간 저축 휴가제 등을 제안하고 있다.

[고용난민 시대, 일자리 없나요?]“노·사·정, 노동시간 단축 고통분담 방안 대화 필요”

▲ “정부 고용전략 편향…
고용의 양 늘리려면 일자리 질부터 개선돼야”
-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

진행 = 참여정부 시절부터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이 진행됐다. 양적으로 늘어나긴 했지만 나쁜 일자리의 대명사처럼 되고 있다.

김유선 =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서 사회서비스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다만 이 부문을 시장에만 맡겨두니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기 힘들어 인건비가 싼 나쁜 일자리가 되는 것이다. 정부가 사회서비스 부문을 공사나 공단형태로 묶어 안정적인 일자리가 되도록 만드는 게 필요하다.

임무송 = 사회서비스 수요가 상당히 빠르게 늘고 있다. 간병·돌봄·방과후 학교 등에서만 향후 57만~58만개의 일자리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역시 간병서비스 제도화, 돌봄서비스 육성, 맞춤형 보육서비스 확대 등을 정책 방향으로 잡고 있다. 4대 보험 적용 등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가 되도록 하는 데도 신경쓰고 있다. 다만 이를 공단 등의 틀로 묶기보다 다양한 현장수요에 맞게 공급되도록 하면서도 일정한 틀 내에 들어오도록 제도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배상근 = 사회서비스 부문이 취업유발계수가 높다는 건 거꾸로 말하면 생산성이 낮거나 임금이 낮다는 의미다. 일자리 질을 자꾸 강조할수록 취업유발계수가 낮아질 확률이 높다. 간병, 돌봄서비스의 이용자가 넉넉한 계층이 아닌 경우도 적지 않다. 질적인 측면을 너무 강조하는 건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진행 = 경향신문 취재결과 일본은 점차적으로 사회서비스 노동자의 급여를 올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임무송 = 사회서비스 분야의 근로조건이 열악하다는 점을 정부도 인식하고 있다. 문제는 근로조건을 개선하려면 비용이 들어가는데 이걸 국민들에게 전적으로 지울 것이냐 아니면 국가재정으로 하느냐다. 현장점검 등을 통해 점진적으로 재정 투자를 높여가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배상근 = 재정 투입보다 지금처럼 사회서비스 수요가 많은 상황에선 일단 일자리가 늘도록 하는 게 우선 아닐까. 일자리의 질을 개선하는 건 이후의 문제일 수도 있다. 국가에서 다 부담할 수 없으니 사회적기업의 형태로 조직하는 게 지속가능한 방법이다. 공공부문에서 수요가 생기면 사회적기업에 우선 배당하는 등의 방법도 검토할 만하다.

진행 = 일자리 문제는 구조적이고 중장기적인 문제인 만큼 결국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노사정이 함께 풀어가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대화가 정체돼 있다.

배상근 = 노사정위 등 기존의 대화기구가 있다. 다만 노사정위는 논의만 무성하고 실천이 안된다. 대화기구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실천 가능한 내용을 어떻게 만들어가는지가 더 중요하다.

임무송 = 대화를 전혀 안하고 있는 건 아니다.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다만 외환위기 때처럼 모두가 주목하는 협상테이블이 아닐 뿐이다. 국가고용전략에서 민·관 일자리 협의체를 제시한 것은 특정한 대화 틀을 제시했다기보다는 고용 문제를 노사정위에 포함해서 양대노총, 시민단체 등 다양한 채널과 대화하면서 정책을 실천하겠다는 표현이다.

김유선 = 사회적 대화가 진행되려면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현 정부는 별로 의지가 안보인다. 최근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있는데 기업들은 이벤트성 행사가 사회적 책임이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게 사회적 책임임을 인식해야 한다. 고용의 양과 질을 제고하는 문제를 자기 문제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노동계도 탄력적이고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진행 = 민주노총이 빠진 채 진행되는 노사정 대화는 미흡한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 노정 간의 문제로 국한한다면 이명박 정부 하반기에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가. 고용문제로 의제를 좁힌다면 부담이 적지 않을까.

임무송 = 대화의 주체는 결국 노사다. 한국사회에선 특수하게 노정 협상으로 풀려고 하는 경향이 문제다. 노정 간의 대화 경험을 돌이켜보면 내가 원하는 걸 들어주지 않을 경우 대화가 안 이뤄졌다고 하는데 이래서는 진전이 어렵다. 또 노사 대화의 결과물이 산업현장에서 구속력을 가질 필요도 있다. 대화의 틀은 민주노총에도 열려 있다. 노동계가 대화를 승패의 문제로 보는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

배상근 = 대화와 타협을 부정적으로 여기고 투쟁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남아 있는 한 대화는 어렵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쉽게 타결하면 지도부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다. 꼭 밤샘협상을 하면서 끌고갈 이유가 없는 사안들도 있다.

김유선 = 노사가 주체고 정부는 서포터라는 인식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노사가 조직화돼 대표성이 있다면 자율적으로 타협이 이뤄질 수 있겠지만 한국의 경우 그렇지 않기 때문에 정부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민주노총이 노사정위는 참여하지 않지만 개별안건별로는 참여하기도 한다. 선별적 선택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의제가 얼마나 구체적이고 실질적이냐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진행 =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배상근 = 고용률이 낮은 근본적인 원인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크고 종국적으로 대기업으로 성장해 청년층이 지원할 만한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금융위기 이후 대기업은 다른 나라에 비해 고용유지에 더 노력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청년고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미스매칭이 덜 발생하도록 대학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김유선 = 과잉학력이 문제라고 하지만 사회구조가 청년들이 대학에 가지 않을 수 없도록 한다. 눈높이를 낮추라고만 할 게 아니라 청년층이 갈 만한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제조업체들을 보면 세대간 단절이 심각하다. 사업장 내 업무 연속성을 위해서라도 청년고용을 유지해야 한다.

임무송 = 고용 문제를 풀기 위해선 결국 노사, 대기업과 중소기업, 기성세대와 신세대 등이 함께 고통을 나누고 비전을 만들어가야 한다. 동반성장 전략이 절실하다.

< 시리즈 끝 >

특별취재팀 = 서의동·권재현·김지환(경제부), 전병역(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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