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가뭄과 나이지리아의 홍수는 연결돼 있었다

강한들 기자
지난해 홍수로 피해를 입은 나이지리아 라고스 지역. Sebastian Barros Photography 제공

지난해 홍수로 피해를 입은 나이지리아 라고스 지역. Sebastian Barros Photography 제공

재난은 ‘점’처럼 보인다. 어느 한 곳에서 재난이 일어났을 때 사람들의 관심은 그 시기에, 그 지역에만 집중된다. 지난해 7월 나이지리아 라고스 홍수와 대만의 가뭄은 약 1만2000km 떨어진 거리만큼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인다. 여기에 중국에서 코끼리 떼가 도심에 출몰하고, 멕시코에 사는 바키타 돌고래의 멸종 위기까지 더해지면 관련성은 더욱 찾기 힘들다.

점을 이어 선으로 만드는 연구가 나왔다. 독일 본에 있는 UN 산하 환경재해 연구기관인 유엔대학 환경 및 인간안보연구소(UNU-EHS)는 31일 ‘상호 연결된 재해 위험 2021/2022’ 보고서를 발표하고, 10개 재난을 선정해 그 연결성을 연구했다. 선정된 10개 재난은 서로 직접적·근본적인 원인을 공유했고, 서로 유사한 문제를 만들었다. 연구는 이에 그치지 않고 해결책도 서로 연결돼 있다는 점도 분석했다.

‘상호 연결된’ 재난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섬나라 통가에서 일어난 화산 폭발은 쓰나미를 만들었다. 이는 지난 1월 페루와 미국에서 발생한 해일의 원인이 됐다. 이어 해일로 기름이 다량 유출됐고 두 명이 목숨을 잃었다.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에서 지난해 6월 발생한 산불은 나무를 모두 태웠다. 나무의 뿌리가 지탱하던 토양은 약해졌다. 이후 브리티시 콜롬비아에 250㎜ 달하는 폭우가 오자 고속도로·다리가 유실되고 산사태가 발생하는 등 재난이 커졌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간접적으로 재난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의 폭염 동안 사람들은 코로나19에 걸릴 두려움 때문에 ‘더위 대피소’에 가는 것을 꺼렸다. 아이티에 지진이 났을 때는 의료진이 지진 대응에 집중하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중단됐다. 미국 뉴욕에서는 코로나19로 예산이 집중되며, 반지하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의 주거를 개선할 수 있는 자금이 부족해졌다. 그리고 허리케인 이다가 뉴욕을 덮쳤다.

홍수, 가뭄, 도심 코끼리 출몰, 돌고래 멸종 위기…그 아래엔 ‘자원에 대한 과도한 수요’

재난은 그 자체로 재난이 되지 않는다. ‘초대형’ 태풍이 와도 바다 한가운데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사는지,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은 얼마나 되는지 등에 따라 현상은 ‘재난’이 된다.

대만에 집중된 반도체 산업은 56년 만의 가뭄이 찾아왔을 때 위기를 심화시켰다. 지난해 대만에서는 총 재배 면적의 25%를 차지하는 논에 관개(물대기)가 중단됐다. 코로나19를 거치며 급격하게 늘어난 수요로 대만에서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물의 양이 크게 늘었다.

반도체 생산량이 늘어나면 모래 채취도 늘어나는데, ‘모래 채취’는 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 홍수가 잦은 이유 중 하나다. 최근 10년간 라고스에서는 습지 59%가 사라졌다. 도시 개발, 반도체를 만드는 데 사용된 모래가 홍수 위험을 높이는 셈이다. 나이지리아에서는 라고스뿐 아니라 많은 곳에서 모래 채취를 하고 있는데, 대부분은 해외에서 투자된 것이다. 보고서는 “모래에 대한 수요와 해외의 도시 개발이 나이지리아의 취약 계층을 홍수 위험으로 밀어 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 재난들의 공통 원인으로 ‘자원에 대한 과도한 수요 압박’을 꼽았다. 특정 자원에 대한 경제적 가치가 강조되면서, 자원 생산량을 늘리게 되면, 재난도 더 많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멕시코 인근 바다에 사는 바키타 돌고래는 2011년에서 2019년까지 개체 수 98%가 줄어들어, 지금은 10개체 정도 남았다. 불법 조업에 사용된 어망이 돌고래 개체 수 급감의 이유였다. 중국에서는 고무 플랜테이션 농업이 확대되면서 서식지를 잃은 코끼리가 도심에 나타났다.

Molly Ferrill 제공.

Molly Ferrill 제공.

어망에 걸려 죽은 물고기. NOAA 제공

어망에 걸려 죽은 물고기. NOAA 제공

“재난은 시스템의 결함이 아니라 시스템의 산물”

보고서는 각 재난이 인간의 온실가스 배출, 부족한 재난 거버넌스, 식민 지배의 잔재, 환경 비용의 과소 평가, 자원에 대한 과도한 수요, 불평등 문제라는 6가지의 ‘근본적인 원인’의 조합이라고 설명한다. 중국에서 코끼리가 도심을 돌아다니는 것은 인간의 온실가스 배출, 환경 비용 과소평가, 자원에 대한 과도한 수요, 불평등 문제가 합쳐진 재난이었다. 대만의 가뭄은 3가지 근본 원인이 중국 코끼리 문제와 겹쳤고, 재난 거버넌스 부족 문제가 더해졌다.

‘식민지배의 잔재’도 있었다. 지난해 8월 지진이 일어났던 아이티에서는 유사한 규모의 다른 지진에 비해 피해가 컸다. 아이티에서는 1700년대 식민 지배 이후 생겼던 노예제, 독립 전쟁, 외교적 고립, 토지 황폐화 등 사회·환경 문제가 생겼다. 이후 부패, 군사 쿠데타 등 외국의 점령으로 정치적 불안정 상태도 더해졌다. 보고서는 “아이티는 프랑스 식민지배 이후 계속된 플랜테이션 농업을 위해 산림이 벌채되면서 토양이 황폐해졌다”며 “이는 재해 위험과 식량 불안정 증가와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마다가스카르에서의 식량 안보 위협도 식민지배의 잔재가 근본 이유로 지적됐다.

보고서는 재난이 시스템의 결함이 아니라 시스템의 산물이라고 짚었다. 보고서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경제 성장을 해야 한다는 믿음이 지금의 시스템”이라며 “재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려면 사회의 시스템을 소수보다 전체를 위해 더 좋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각 재난이 몇 가지의 ‘근본적인 원인’의 조합이라고 설명한다. 빨간색은 인간의 온실가스 배출, 분홍색은 부족한 재난 거버넌스, 연두색은 식민 지배의 잔재, 하늘색은 환경 비용의 과소 평가, 파란색은 자원에 대한 과도한 수요, 주황색은 불평등 문제를 나타낸다. UNU-EHS 제공

보고서는 각 재난이 몇 가지의 ‘근본적인 원인’의 조합이라고 설명한다. 빨간색은 인간의 온실가스 배출, 분홍색은 부족한 재난 거버넌스, 연두색은 식민 지배의 잔재, 하늘색은 환경 비용의 과소 평가, 파란색은 자원에 대한 과도한 수요, 주황색은 불평등 문제를 나타낸다. UNU-EHS 제공

“좋은 소식은 재해가 상호 연결된 것처럼 해결책도 상호 연결돼있다는 것”

유엔대학 환경 및 인간안보연구소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8가지 해결책을 제시했다. 자연 현상의 활용과 공존, 혁신적인 아이디어 활용, 협력을 통한 효과 극대화, 사회안전망 구축, 지속 가능한 소비 등이다. 구체적으로는 생태계를 복구하고, 도시에 녹지를 늘려가는 것 등이 나왔다. 재난 상황에서 시민들이 서로의 위험을 돌볼 수 있도록 하는 ‘커뮤니티’ 구축도 해결책 중 하나였다.

혁신적인 아이디어 활용의 하나로 부산에 지어질 세계 최초 해상도시 ‘오셔닉스’를 소개했다. ‘오셔닉스’는 최대 1만2000명이 살 수 있는 수상 모듈식 도시로, 해수면 상승에 대응할 수 있는 도시 형태이다.

보고서의 저자인 잭 오코너 UNU-EHS 선임 과학자는 “좋은 소식은 재해가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해결책도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라며 “하나의 해결책은 여러 가지 다양한 재해 위험을 예방하거나 줄일 수 있으며 우리는 연구를 통해 재해의 영향을 방지하거나 대폭 줄여 생명을 구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이런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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