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끝’이라는데 비는 더 온다고?···‘2차 우기’는 또 무슨 소리

강한들 기자

기상청 “26일 오후부터 전국서 소나기”

8월 초에서 9월 초까지 ‘2차 우기’ 가능성

내달 2일 후에도 비 내릴 수 있어

수도권 곳곳에 호우특보가 발효됐던 지난 23일 서울 한강의 수위가 다소 높아져 있다. 조태형 기자

수도권 곳곳에 호우특보가 발효됐던 지난 23일 서울 한강의 수위가 다소 높아져 있다. 조태형 기자

기상학적으로 장마철은 26일 끝났다. 그런데 ‘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는 30일까지 당분간 ‘강한 소나기’가 전국 곳곳에 내리겠다.

기상청은 26일 수시브리핑에서 “제주에는 지난 25일, 남부와 중부지방에는 26일 장마철이 끝났다”라고 밝혔다. 지난달 26일 시작한 장마철은 한 달 만에 종료됐다. 중부지방 기준 장마철 시작일 평년값은 6월25일, 종료일은 7월26일이다. 올해 장마철은 평년과 아주 비슷하게 시작해, 비슷하게 끝났다.

서울과 경기, 강원을 중심으로 호우 특보가 발효됐던 지난 11일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가림막에서 비를 피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서울과 경기, 강원을 중심으로 호우 특보가 발효됐던 지난 11일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가림막에서 비를 피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올해 장마 기간 강수량은 648.7㎜로 기상 관측망이 전국으로 확충된 1973년 이래 3번째로 많았다.

기상청은 이번 장마를 “연 강수량의 3분의 1이 엿새 만에 쏟아지기도 한 이례적인 역대급 장마”라고 설명했다. 강수일수 대비 강수량은 장마 기간 강수량 1, 2위인 2006년(26.1㎜), 2020년(24.4㎜)보다 올해(30.6㎜)가 더 많았다. 2006년과 2020년에는 장마 기간 자체가 길고, 강우 일수도 많았다. 그만큼 올해 ‘집중 호우’가 많았다는 의미다.

올해 장마 전반부, 후반부 기압계 구조. 기상청 제공

올해 장마 전반부, 후반부 기압계 구조. 기상청 제공

올해 장마 전반부에는 정체전선에서 발생한 저기압과, 대기불안정 때문에 비가 많았다. 장마 후반부에는 남북을 오르내리며 비를 뿌린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지속해서 집중됐다.

장마 전반부 강수는 315.4㎜, 후반부 강수는 333.3㎜였다. 평년 장마철 전체 강수량이 356.7㎜이니 올해에는 장마가 두 번 왔다고 해도 될 만큼 비가 많았다.

정체전선이 머물렀던 충청권 이남 지역에서는 최고 1000㎜ 넘는 비가 집중됐다. 전라권은 역대 1위, 경상권은 2위, 충청권은 3위 장마철 강수량 극값을 경신했다. 일 강수량 역대 1위를 기록한 관측지점도 전국에 22곳이나 있다.

기상청은 강하고 많은 장맛비의 이유로 ‘전 지구적 고온 현상’과 ‘북태평양 고수온’ 등 기후변화를 들었다. 기온이 높은데 북태평양 수온까지 높아 대기에 수증기가 계속, 다량 유입됐다는 것이다.

기상청이 ‘장마철’ 종료 예보를 하지 못하고 당일인 26일에야 밝힌 것은 제5호 태풍 ‘독수리’ 때문이다. 독수리의 방향에 따라 정체전선이 다시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남아있었다. ‘독수리’가 서진을 더 했다면 북태평양고기압은 북쪽으로 확장하지 못하고, 북태평양 고기압의 북쪽 경계에 있는 정체전선은 한반도에 머물 가능성이 있었다.

기상청이 이날 여러 기상 모델의 예측값을 분석해보니 ‘독수리’는 필리핀 북쪽과 대만 남쪽 사이를 통과해 중국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독수리가 한반도 쪽으로 북태평양고기압을 밀면서, 북태평양고기압의 경계는 북한 쪽으로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됐다.

장마는 끝났지만, 호우는 끝난 것 아니야

장마는 끝났지만 ‘우기’는 ‘아직’이다. 기상청은 “26일 오후부터 당분간 강한 소나기가 전국 곳곳에 오겠다”고 예보했다. 북태평양고기압의 따뜻한 공기가 대기 하층으로 들어오지만, 대기 상층에는 찬 공기가 남아있어 대기 불안정이 심해진다.

26일 저녁에는 전라권, 경상권과 제주, 중부지방에, 27일~28일에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 소나기가 오는 곳이 있겠다. 26일, 27일 각각의 소나기에 의한 예상 강수량은 전국에서 5~60㎜겠다. 강수가 집중되는 시간에는 시간당 30~60㎜ 강도로 매우 강한 비가 내릴 수 있고, 하루 강수량이 최대 80㎜에 이를 수 있다.

1991~2020년  기간의 강수량의 연내 사이클. 장마철과 2차 우기 기간이 보인다. 기후 평균 강수량이 4㎜ 이상 지속해서 유지되는 기간을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우기라 칭한다. 장마백서 2022 갈무리

1991~2020년 기간의 강수량의 연내 사이클. 장마철과 2차 우기 기간이 보인다. 기후 평균 강수량이 4㎜ 이상 지속해서 유지되는 기간을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우기라 칭한다. 장마백서 2022 갈무리

기상청이 지난해 냈던 ‘장마백서 2022’를 보면 5일 평균 강수량이 7㎜를 넘어서기 시작하는 시기의 첫 한 달이 기후학적 의미의 ‘장마철’ 또는 1차 우기다. 이후 강수량이 약간 떨어졌다가, 8월 초에서 9월 초까지 다시 5일 평균 강수량이 7㎜를 넘어서는 ‘2차 우기’가 있다.

오는 30일까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비가 내릴 수 있다. 다음 달 2일 이후에도 태풍으로 발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열대 요란의 경로에 따라 비가 내릴 가능성이 남아있다. 박중환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장마철 종료 이후에도 강한 소나기, 열대 요란 발달 등 강한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는 만큼 대비는 계속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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