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펭귄 관찰하던 과학자들이 '웃음가스' 마시고 '미친' 까닭은

김기범 기자

남극에 사는 임금펭귄의 배설물에서 일명 ‘웃음가스’로 불리는 아산화질소가 대량으로 배출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임금펭귄 집단번식지를 조사하던 연구진도 이 가스에 노출되면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펭귄의 모습. 로빈 크리스토파리 제공.

임금펭귄의 모습. 로빈 크리스토파리 제공.

덴마크 코펜하겐대 지구과학·자연자원관리학부 연구진은 학술지 ‘종합환경과학’ 최신호에 펭귄 배설물이 퇴적돼 만들어지는 구아노에서 대량의 아산화질소가 배출되는 것을 확인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임금펭귄은 황제펭귄에 이어 두 번째로 체격이 큰 펭귄이다.

연구진은 남아메리카대륙과 남극 사이 대서양상의 영국령 사우스조지아섬에서 임금펭귄의 집단번식지를 관찰했던 연구진들도 황제펭귄 배설물에서 나온 이 기체에 노출되면서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코펜하겐대 보 엘버링 교수는 지난 15일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여러 시간 동안 구아노 냄새를 맡은 (연구진) 한 명은 완전히 정신이 나간 것처럼 되었고, 한 명은 불쾌함과 두통을 느끼게 되었다”고 말했다.

임금펭귄의 모습. 셀린 르보헥 제공.

임금펭귄의 모습. 셀린 르보헥 제공.

아산화질소는 보통 치료용으로 사용되는 마취제와 유사한 작용을 하는 물질이다. 온실가스의 일종이기도 한 아산화질소가 지구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산화탄소의 300배에 이른다. 연구진은 다만 펭귄들이 배출하는 아산화질소의 양이 지구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연구진은 임금펭귄의 배설물에서 아산화질소가 대량으로 배출되는 것은 펭귄들이 질소 함유량이 높은 크릴이나 물고기 등을 주식으로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펭귄 배설물에서 질소가 지표면과 토양의 세균으로 전달되면서 아산화질소로 변환된다는 것이다.

임금펭귄 무리의 모습. 셀린 르보헥 제공.

임금펭귄 무리의 모습. 셀린 르보헥 제공.

앞서 지난해에는 펭귄과 바다표범 등의 배설물이 남극에서 ‘생물다양성의 핫스폿’ 역할을 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온 바 있다. 펭귄, 바다표범 등의 배설물에 포함된 암모니아가 주변 지역으로 날리면서 식물에게 필요한 질소를 공급하고, 남극생태계 유지에 공헌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자유대학 생태과학부 연구진이 지난해 5월 9일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커런트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아델리펭귄, 젠투펭귄, 턱끈펭귄, 바다표범 등의 배설물에 포함된 암모니아가 바람으로 인해 주변 지역으로 날리면서 남극생태계의 1차 생산자인 이끼류 식물들에게 필요한 질소를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과정을 통해 비옥해진 토양의 면적이 펭귄이나 바다표범의 집단서식지 면적의 최대 240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토양에는 남극의 혹한을 견딜 수 있는 이끼류의 식물이 생장하고, 이 이끼를 기반으로 톡토기나 진드기 등 다양한 무척추동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남극의 황제펭귄. 응용물리학저널 제공

남극의 황제펭귄. 응용물리학저널 제공

임금펭귄은 기후변화로 인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조류이기도 하다. 앞서 2018년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CNRS)은 위성사진과 헬기에서 촬영한 사진 등을 비교한 결과 임금펭귄의 최대 서식지에서 개체 수가 90%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피그섬은 전 세계 임금펭귄의 3분의 1이 서식하는 곳이다.

연구진은 프랑스령 남극 크로제군도 피그섬의 임금펭귄 수가 1982년 200만마리에서 20만마리로 줄어든 것으로 보이며 이는 기후변화로 인해 먹이인 크릴과 오징어 등을 사냥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어미 임금펭귄의 사냥시간이 길어지고 새끼들이 굶어 죽는 사례가 늘어났을 것이라는 얘기다.

코펜하겐대 연구진은 이번 발견을 통해 펭귄의 집단번식지가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새롭게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엘버링 교수는 “펭귄의 집단번식지는 계속 넓어지는 추세이며 (이번 연구결과는) 매우 흥미로운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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