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블루카본

(2)탄소 흡수능력 뛰어난 염습지…‘조림 경제효과’ 일반 땅의 5배

안광호 기자

‘탄소 먹는 하마’ 갯벌과 염습지

‘탄소 1t 흡수’ 염습지 2370만원
일반 산림은 1억1230만원 소요

갈대·칠면초 등 광합성 작용
식물 살지 않는 갯벌보다도
탄소흡수량 최대 5배 많아

갈대밭 등 염습지의 탄소흡수량이 일반 갯벌보다 최대 5배가량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염습지는 산림과 비교해 단위면적당 조성 비용은 약 10%, 1t의 탄소를 흡수하는 데 드는 비용은 20% 수준에 그쳤다. 탄소흡수원으로 주목받는 갯벌은 식물이 살지 않는 갯벌(비식생)과 갈대와 칠면초 등 염생식물이 사는 갯벌(염습지)로 구분되는데, 염습지의 탄소흡수 능력과 경제성이 일반 갯벌과 산림에 비해 월등히 좋다는 의미다.

19일 해양환경공단·한국해양과학기술원·서울대·부산대 등 10개 기관의 ‘블루카본’ 연구 결과를 보면 염습지의 탄소흡수량이 갯벌보다 최소 1.7배에서 최대 4.7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염습지의 단위면적(㎢)당 연간 탄소흡수량은 염생식물이 흡수한 생체축적량 2t, 갯벌 속으로 흡수된 토양격리량 91t 등 총 93t이다. 이에 반해 비식생 갯벌의 연간 탄소흡수량은 20t에서 최대 54t(이산화탄소 환산 시 최대 198.0t)으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염습지는 통상 육지와 맞닿은 갯벌 상부를 말한다. 면적은 국내 전체 갯벌(2482㎢)의 1.4%(35㎢)에 불과하지만 탄소흡수 능력은 훨씬 뛰어난 것이다.

김승현 부산대 박사(해양생물학연구실)는 “갈대 등 염생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대기와 땅, 물속에 있는 탄소를 효과적으로 흡수해 퇴적층에 가둬두기 때문에 식물이 없는 갯벌보다 탄소흡수 능력이 좋다”고 말했다.

■염습지, 산림보다 저비용 고효율

연구팀은 이러한 염습지의 탄소흡수 능력치를 토대로 ‘단위면적당 조성 비용과 탄소 1t 흡수 소요 비용’을 육상조림과 비교·분석했다. 연구팀이 분석한 대상은 내년 시범사업 예정지인 전남 보성군 벌교읍의 염습지(6.8㎢)로, 산림청이 과거 공개한 기존 육상조림 사업 비용의 10.2%에 그쳤다.

연구팀은 염습지 조성 비용에 관한 마땅한 국내외 연구 사례가 없어 육상조림에서 자주 쓰이는 백합과 다년초인 맥문동을 기준으로 삼아 식재단가를 산출했다. 맥문동 1본을 1400원으로 가정했을 때 해안으로 운반하는 비용 등을 더하면 1본당 식재 비용은 1756원으로, 단위면적당 100만본을 심으면 총 17억5600만원이 된다. 여기에 설계와 토목공사, 기타 부대 비용 등 4억5000만원을 더해 단위면적당 사업비는 총 22억600만원이다. 반면 육상조림은 한 그루당 식재단가가 61만5780원인 높이 3~4m의 스트로브잣나무와 후박나무 등을 단위면적당 3만5000그루 심었을 때 총 215억5200만원이 들었다. 탄소 1t 흡수 비용은 국내 전체 염습지를 대상으로 분석했는데, 그 결과 염습지(2370만원)가 산림(1억1230만원)의 21%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경제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염습지를 비롯한 갯벌은 대규모 간척 등으로 인해 면적이 크게 줄었다. 갯벌 상부의 갈대 군락지는 대부분 농경지, 주거·산업단지로 바뀌었다.

국내 갯벌 면적을 보면 1987년 3204㎢에서 2018년 2482㎢로 30년 사이에 약 23% 감소했다. 1980~1990년대 시화 갯벌 200㎢, 새만금 갯벌 208㎢를 비롯해 영종도 신공항 50㎢와 송도 신도시 20㎢ 등 대규모 간척 사업의 결과다.

■서해안 갯벌 감소, 연간 6조 손실

지난 40년간 서해안에서 간척과 해수면 상승 등으로 사라진 갯벌이 1000㎢에 육박하고, 이로 인해 시화호(54만t), 새만금(127만t) 등에서 최대 265만t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배출되면서 손실된 생태계 비용이 연간 6조원 이상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권봉오 군산대 해양생물공학과 교수는 1981년 2681㎢였던 서해안 갯벌이 간척과 해수면 상승 등으로 966㎢가 줄어 2016년에는 1715㎢로 쪼그라들었다고 분석했다. 권 교수는 “갯벌의 생태계 보호 등 1㎢당 연간 63억원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받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갯벌이 사라지면서 소모되거나 투입된 비용은 연간 6조858억원으로 추산된다”며 “이는 승용차 110만여대가 한 해 내뿜는 이산화탄소량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갯벌 복원을 추진 중인 정부는 내년 보성 갯벌 복원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2025년부터는 전국 모든 갯벌을 염습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박흥식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박사는 “염습지를 확대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염습지의 생태계 회복을 돕는 해수 흐름과 담수를 확보하는 방안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갯벌에 염생식물을 식재하거나 폐염전·폐양식장 등을 염습지로 복원하는 탄소흡수형 복원 모델에 주목해야 한다”며 “지속 가능한 갯벌 생태계 복원을 위해 별도의 전담조직을 만들어 갯벌 복원 후보지 발굴, 복원 계획 수립, 시공, 사후관리 등을 체계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Today`s HOT
불타는 해리포터 성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페루 버스 계곡 아래로 추락 토네이도로 쑥대밭된 오클라호마 마을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시위대 향해 페퍼 스프레이 뿌리는 경관들
올림픽 성화 범선 타고 프랑스로 출발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이란 유명 래퍼 사형선고 반대 시위 아르메니아 국경 획정 반대 시위 틸라피아로 육수 만드는 브라질 주민들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