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이대로 방치하면···2050년 서울, 까치 못 본다

김기범 기자

영남대·일본환경연구소 논문

참새·멧비둘기·직박구리 등

텃새 11종 서식지 8㎢로 급감

“탄소 감축·녹지 관리가 중요”

온실가스 감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서울 도심 대부분 지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참새, 까치 같은 텃새들이 사라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심할 경우 서울 도심 85% 지역에서는 아예 텃새를 볼 수 없다는 예측도 나왔다.

경향신문이 24일 영남대학교 조경학과, 일본국립환경연구소 등 연구진이 지난해 10월 한국기후변화학회지에 게재한 ‘기후변화로 인한 도시 야생조류 종 풍부도 변화와 도시 녹지의 중요성’ 논문을 분석한 결과 2050년대 서울의 기후는 연구 대상 텃새 11종 대부분의 번식에 적합하지 않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연구 대상이 된 텃새는 까치, 박새, 멧비둘기, 직박구리, 꿩, 붉은머리오목눈이(뱁새), 곤줄박이, 참새, 쇠박새, 노랑턱멧새, 쇠딱따구리 등 서울 도심과 공원, 산림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들이다.

연구진은 조류 서식 조건 중 번식기의 하루 최고기온과 강수량을 변수로 활용해 대표농도경로(RCP) 4.5와 RCP 8.5에 따라 서식 가능 면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추정했다. 인류의 온실가스 감축 정도에 따라 미래 기후변화를 예상한 시나리오인 RCP 가운데 RCP 4.5는 인류가 어느 정도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RCP 8.5는 현재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경우의 기온 상승폭과 강수량 증가, 기상 재해 등을 예상한 시나리오다.

가장 최근인 2010년대(2011~2020년)를 기준으로 텃새 11종 모두가 서식할 수 있는 지역은 서울 전체의 27%인 153㎢ 정도의 면적이다. 그러나 RCP 4.5 시나리오에서는 3%인 16㎢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RCP 4.5 시나리오에서는 2050년대가 되면 11종 중 단 한 종도 서식할 수 없는 지역이 서울 전체의 60%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RCP 8.5 시나리오에서는 서식 가능 면적이 1%인 8㎢로 줄어들어 사실상 서울 북부의 일부 산림지대를 제외하고는 이들 조류가 서식할 수 있는 지역이 사라지게 된다. 이 경우 서울의 85%가량 면적에서 11종 모두의 서식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대를 기준으로 이들 조류의 잠재적 서식지는 서울 면적의 30~70% 정도다. 구체적으로 까치, 붉은머리오목눈이, 참새, 직박구리의 잠재서식지는 서울 전체 면적의 70% 이상이다. 멧비둘기, 박새, 꿩의 잠재서식지는 57~62%다. 쇠딱따구리, 곤줄박이, 노랑턱멧새, 쇠박새는 30.55%가량의 지역에서 번식이 가능한 상태다.

생태계에서 특정한 종이 사라지는 것은 생태계의 균형과 먹이사슬을 깨트리면서 돌이키기 힘든 재앙을 일으키기도 한다. 중국 문화혁명 시기 마오쩌둥의 지시로 곡식을 쪼아먹는 참새를 박멸시켰다가 해충이 창궐하면서 4000만명가량이 굶어죽은 참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번식기 하루 최고기온의 변화와 강수량 증가 등이 종 풍부도의 감소에 큰 기여를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야생조류 종 풍부도의 감소는 다른 도시생태계에 큰 영향을 주면서 결과적으로 생태계 서비스를 저하시킬 수 있다”며 “미래의 기후변화를 고려한 도시 녹지 관리가 앞으로 중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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