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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준위 폐기물’ 방폐장 못 가고 원전에 저장…포화로 가동 중단 우려

김기범 기자
한빛원전 전경. 경향신문 자료사진.

한빛원전 전경. 경향신문 자료사진.

국내 원전에서 발생하는 ‘중저준위 폐기물’ 상당량이 처분기준과 기술 미비로 인해 경주 방사성폐기물 처분장(방폐장)으로 이송되지 못한 채 개별 원전에 저장된 것으로 확인됐다. 고준위 폐기물뿐만 아니라 중저준위 폐기물도 원전의 지속적 이용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국회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중위) 소속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제출받은 ‘방사성폐기물 처분을 위한 방사화학분석 기술 및 표준절차 개발’ 보고서를 보면 한빛원전과 한울원전의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포화율은 2020년 12월 현재 각각 100.5%와 105.3%로 모두 저장용량을 넘겼다.

중저준위 폐기물은 폐필터나 폐수지, 폐농축액 등으로 방사능에 오염되기는 했지만 고준위폐기물(사용 후 핵연료)보다는 함유량이 낮은 폐기물을 말한다.

한빛원전과 한울원전의 폐기물 저장고 포화율은 전처리 과정을 거쳐 200ℓ 드럼에 담아놓은 폐기물과 드럼에 넣지 않은 채 임시저장하고 있는 폐기물을 합한 것이다. 드럼 처리해 저장 중인 폐기물의 비율은 한빛은 79.1%, 한울은 66.7%다. 한빛·한울을 포함한 국내 전체 원전의 2020년 12월 현재 중저준위 폐기물 포화율은 82.9%가량이다. 드럼 처리된 폐기물만 계산하면 66.2%다.

경주에 방폐장이 있는데도 중저준위 폐기물이 계속 각 원전에 쌓여가고 있다. 폐기물의 형태, 재질에 따른 처분기준이 아직 마련돼 있지 않거나 처분방법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분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드럼에 넣어놓은 폐기물은 처분기준과 방법이 마련되면 재포장 절차를 거쳐야 할 수도 있다. 현재 각 원전에서 나오는 고체류 폐기물은 경주 방폐장으로 보내고 있지만 농축액, 폐수지, 폐필터, 슬러지 등은 각 원전에 저장 중인 경우가 많다. 특히 한빛원전은 저장고가 2개 밖에 없어 포화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한수원 중앙연구원이 작성한 이 비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방사성폐기물 처분 지연은 원전 가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중저준위 폐기물을 더 저장할 공간이 없으면 원전 가동을 중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수원 중앙연구원은 이미 해체 단계에 들어간 고리1호기를 포함한 노후원전들의 해체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경우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주 방폐장으로 폐기물이 원활하게 이송되도 2034년에는 전체 원전의 저장용량이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수원이 실제로는 더 가까운 시일 내에 저장용량이 포화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이동주 의원은 “사용후핵연료뿐 아니라 중저준위 폐기물 역시 처분 방법이 확보되지 않아 기술적 어려움과 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수원의 예상대로라면 이르면 10여년 안에 폐기물 저장용량을 초과하면서 원전 전체의 가동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저준위 폐기물 가운데 시멘트를 섞어서 고정시켜야 하는 가루 형태의 균질성 폐기물은 담을 수 있는 용기를 아직 개발하고 있는 사례다. 물과 닿으면 수소폭발을 일으켜서 못 보내는 알루미늄이나 납과 석면처럼 인체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물질들은 원전별로 그대로 보관 중이고, 폐수지는 탱크에 보관 중이다.

국회 산중위 의원들은 오는 18일 월성원전 사용후핵연료 저장소와 중저준위 폐기물 처분시설을 방문해 방사성폐기물 처분 및 저장 현장을 점검할 계획이다.

이 의원은 “중저준위 폐기물의 처분기술도 확보하지 못해 다량의 폐기물을 임시저장하고 있는 것이 원전 운영의 실태”라며 “사용후핵연료와 중저준위 핵폐기물의 처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전의 질서 있는 감축만이 유일한 대안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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