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과 180도 달라진 환경부···양양군 사업비 1000억 마련 능력에도 물음표

김기범 기자
4년 전과 180도 달라진 환경부···양양군 사업비 1000억 마련 능력에도 물음표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원주청)이 사업자인 강원 양양군에 ‘설악산 오색삭도(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재보완서’에 대한 조건부 협의(조건부 동의) 의견을 통보하면서 환경영향평가 절차가 27일 일단 마무리됐다. 하지만 환경부가 전문기관의 의견과 다른 결론을 내리면서 보호지역 내 케이블카 설치를 둘러싼 논란이 오히려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환경부의 설악산 케이블카 허가가 현재 추진 중인 전국 산림의 케이블카 사업에 불을 붙일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환경부는 2019년 부동의 의견으로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불허했을 때와는 정반대 의견을 이번에 통보했다. 국책연구기관을 포함한 전문기관들의 부정적 의견도 무시했다. 원주청의 ‘설악산 오색삭도 설치사업 재보완서 반영 비교’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양양군이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에는 4년 전 제출했던 것에 비해 전체 사업면적의 토공량은 1.32배 늘어나고, 지형변화지수도 0.338에서 0.425로 오르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만큼 훼손 정도도 커진다는 얘기지만 환경부는 이날 양양군에 보낸 의견에서 “지형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라는 조건만 걸었다.

또 환경부는 2019년에는 2015년 국립공원위가 제시한 조건들과 국회 지적사항에 부합하는지를 검토한 결과 부대조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업자가 재보완서에 제시한 환경영향 조사·예측 및 저감방안 등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이를 검토한 결과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마무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19년 환경부는 사업자가 제시한 내용만으로는 케이블카 설치와 운영으로 인한 환경훼손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소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재보완서와 관련해 국립환경과학원, 국립생태원, 국립기상과학원 등 전문기관들도 사업자가 제출한 내용이 미흡하거나 판단이 어려운 수준이라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환경부는 이를 무시했다. 특히 국무조정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연구원(KEI)이 이례적으로 강하게 사업 불가 의견을 제시했지만 환경부는 이를 환경영향평가 협의 의견에 반영조차 하지 않았다.

환경부는 2020년 12월 중앙행정심판위원회 결정에 따라 입지에 대한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 국립공원위원회가 케이블카 설치에 대한 공원계획변경을 허가하면서 입지 적정성을 검토했음에도 환경영향평가에서 다시 검토하는 것은 위법·부당하다는 것이 중앙행정심판위 판단이었다는 것이다.

4년 전과 180도 달라진 환경부···양양군 사업비 1000억 마련 능력에도 물음표

사업자인 양양군과 강원도는 환경부가 이번에 내건 조건들에 대해 충분히 이행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환경부가 제시한 조건들은 산양 등 법정보호종에 대한 공사 전·중·후 모니터링을 통해 상황별 영향에 대한 저감 대책을 시행할 것, 자연생태 영향 및 지형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상부 정류장의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 등이다. 풍속이나 적설 등 기상 상황을 고려해 강화된 설계기준을 적용해 시설물을 설계·시공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양양군은 연내에 남은 절차들을 마무리하고, 이르면 올해 내 공사에 들어가 2026년 케이블카를 완공할 계획이다. 케이블카 설치사업 관련 인허가 행위는 모두 14건으로, 이날 마무리된 환경부 환경영향평가 외에 문화재청 문화재현상변경, 행정안전부 지방재정투융자사업심사, 산림청 백두대간 개발행위 협의와 국유림 사용 허가, 국립공원공단 사업시행 허가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가운데 국립공원공단 사업시행 허가는 2015년 국립공원위원회가 케이블카 사업을 조건부 승인했던 내용을 기준으로 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공단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 7가지 조건 중 일부는 양양군이 충족시키기 어려울 수도 있다. 탐방로 회피 대책 강화, 멸종위기 산양 보호대책 수립, 시설 안전대책 보완 등 조건은 이미 전문기관들이 환경영향평가 재보완서 검토 과정에서 미흡하거나 부족하다고 판단했던 내용이다.

환경단체들은 “환경부가 정권 눈치를 보며 허가를 내준 것처럼 공단 역시 조건들이 미충족됐음에도 사업을 허가해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지방재정투융자사업심사는 사업비 500억원 이상이면 국비를 받지 않더라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다.

양양군이 사업비를 마련할 수 있을지도 문제다. 2015년 양양군의 사업계획에서 케이블카 설치에 필요한 예산은 587억원 정도였으나 현재는 물가 상승과 원자잿값 인상 등으로 1000억원을 넘어섰다.

전국 곳곳에서 추진되고 있는 다른 케이블카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환경단체들은 다수의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보호받던 설악산조차 케이블카 설치 가능성이 커진 상황임을 감안하면 전국 어느 곳도 난개발을 막을 수 있는 곳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예정지는 국립공원 공원자연보존지구이자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백두대산 보호지역 핵심구역, 천연보호구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등으로 지정돼 있다. 이처럼 철저히 보호되고 있던 설악산뿐 아니라 육상 국립공원에는 1980년 내장산을 마지막으로 케이블카가 설치된 적이 없었다.

현재 전국 곳곳에서는 약 20여곳에서 케이블카 설치가 추진되고 있으며 지리산, 북한산, 소백산 등 국립공원 3곳에서도 사업이 추진 중이다. 속리산, 무등산 등에서도 케이블카사업에 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국립공원 지역에서만 5군데에서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설치돼 있는 케이블카는 40여곳에 달한다.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이 이뤄지고 있는 곳은 전남 구례군으로 올해 안에 노선을 재조정해 국립공원위원회에 공원계획 변경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6월 환경부는 구례군의 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한 바 있다. 서울 도봉구는 북한산국립공원 내 도봉산 노선에 대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으며 경북 영주시는 소백산 케이블카 관련 용역을 실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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