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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옥천 증약초등학교 대정분교 유일한 입학생 은성이

충북 옥천 증약초등학교 대정분교 나홀로 입학생인 이은성양이 지난 3일 담임 김홍철 선생님과 입학 후 첫 수업을 하고 있다. 교실 벽에는 선생님이 은성이를 위해 직접 만든 한글학습용 자음, 모음표가 붙어 있다.

충북 옥천 증약초등학교 대정분교 나홀로 입학생인 이은성양이 지난 3일 담임 김홍철 선생님과 입학 후 첫 수업을 하고 있다. 교실 벽에는 선생님이 은성이를 위해 직접 만든 한글학습용 자음, 모음표가 붙어 있다.

3월,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방학 동안 조용했던 학교 담장 너머로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쳐난다. 충북 옥천 증약초등학교 대정분교는 전교생이 11명인 작은 학교다. 여덟 살 이은성양은 올해 이 학교 나홀로 입학생이다. 대전에서 살던 은성이네 가족은 지난해 분교 근처 마을로 이사를 왔다. 30여 가구가 채 되지 않는 대청호 옆 농촌마을이다. 지난 2일 분교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인 본교에서 입학식이 열렸다. 입학식에는 분교 입학생인 은성이와 12명의 본교 신입생이 참석했다. 양순원 교장선생님은 인사말에서 “작은 씨앗 안에는 큰 나무가 될 수 있는 모든 게 들어 있다. 선생님들은 오늘 입학한 작은 씨앗들이 꽃과 열매를 맺는 큰 나무로 성장할 수 있도록 깨끗한 물과 풍부한 거름을 아낌없이 주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은성양이 지난 15일 야외수업을 다녀온 뒤 1학년 교실 앞에 앉아 있는 김홍철 선생님을 향해 뛰어가고 있다.

이은성양이 지난 15일 야외수업을 다녀온 뒤 1학년 교실 앞에 앉아 있는 김홍철 선생님을 향해 뛰어가고 있다.

이튿날 은성이는 분교에서 첫 수업을 했다. 은성이의 담임을 맡은 김홍철 선생님(68)은 교직생활 46년째인 베테랑 선생님이다. 2011년 정년퇴직 이후로 전일제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분교에서 가장 작은 1학년 교실은 햇볕이 잘 들어 밝고 따뜻했다. 창가에 줄지어 놓인 화분에는 봄꽃이 활짝 피었다. 칠판 앞에는 선생님과 은성이의 책상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선생님은 곰 인형, 토끼 인형을 꺼내들고 은성이를 위한 일인극으로 수업을 시작했다. 선생님의 익살스러운 표정을 바라보던 은성이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선생님과 은성이의 모든 수업은 1:1로 진행되었다. 분교에는 수업시작과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도 나지 않았다. 하지만 선생님도 은성이도 시계를 보는 일은 없었다. 은성이의 집중력이 떨어지면 선생님은 쉬는 시간을 가졌다. 미술시간은 은성이가 가장 좋아하는 수업이었다. 선생님이 도화지를 책상에 올려 놓기가 무섭게 그림을 완성했다. 선생님과 가위바위보 게임을 할 때는 주먹을 뒤늦게 낼 정도로 능청도 늘었다. 밝고 활달한 은성이는 조금씩 낯선 학교생활에 적응해 갔다.

김홍철 선생님과 이은성양이 대정분교 1학년 교실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 1:1로 수업을 하는 장면이 이채롭다.

김홍철 선생님과 이은성양이 대정분교 1학년 교실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 1:1로 수업을 하는 장면이 이채롭다.

입학한 지 열흘째 되던 지난 15일, 선생님과 은성이는 학교 앞 들판으로 야외수업을 나갔다. 선생님은 미리 답사해놓은 코스를 따라가며 은성이에게 봄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낙엽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손톱만 한 꽃을 발견한 은성이가 선생님에게 물었다. “이게 무슨 꽃이에요?” “잎 모양이 노루귀처럼 생겼다고 해서 노루귀라고 하는 꽃이야.” 논두렁에 올라온 쑥을 발견한 은성이가 또 물었다. “선생님 이 풀은 뭐예요?” “냄새를 한번 맡아보렴. 상큼한 봄 냄새가 날 테니까.” 봄 햇살이 따뜻해 걷기에 좋았다. 학교로 돌아가는 길에 은성이는 선생님의 손을 한 번도 놓지 않았다. 걸어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이 할아버지와 손녀처럼 다정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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