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한국인에게 밥, 핀란드인에겐 감자…퓌레, 순록 고기와 먹으면 별미”

에로 수오미넨 핀란드 대사가 소개한 ‘오메가3 돼지 등심 스테이크’와 감자 퓌레

수오미넨 대사가 자연과 더불어 사는 행복지수 1위의 나라 핀란드를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수오미넨 대사가 자연과 더불어 사는 행복지수 1위의 나라 핀란드를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검은 호밀빵, 향수병 대표 음식
‘수비드’ 돼지 등심 스테이크
부드러운 감자 퓌레와 어울려

달콤한 독주, 전통술 ‘브램블’
북극의 온갖 베리 넣어 향긋

디저트 맛 오묘하다 싶었는데
감초 사용…자일리톨도 감미료

[정유미 기자의 대사와의 만찬](7)“한국인에게 밥, 핀란드인에겐 감자…퓌레, 순록 고기와 먹으면 별미”

핀란드는 숲과 호수와 바다의 나라다. 오래된 숲에서 블루베리, 크랜베리, 링곤베리 등이 자라고 곳곳에 너른 호수가 있다. 건강한 식재료가 넘쳐나고, 지친 삶을 다독일 수 있는 사우나도 유명하다. 산타클로스의 전설이 있고, 귀여운 캐릭터 무민이 성큼 달려와 안아주는 곳, 올해 행복지수 1위에 오른 나라 핀란드다.

핀란드 메인 요리인 크랜베리 소스를 곁들인 핀란드산 오메가3 돼지 등심 스테이크와 감자 퓌레.

핀란드 메인 요리인 크랜베리 소스를 곁들인 핀란드산 오메가3 돼지 등심 스테이크와 감자 퓌레.

주한 핀란드 에로 수오미넨 대사가 소개한 핀란드 전통 음식은 핀란드식 연어수프, 오메가3 돼지 등심 스테이크와 감자 퓌레, 디저트 판나코타 등 3가지다. 대사를 만난 곳은 서울 성북동에 있는 핀란드 대사관저다.

“추운 겨울 꽁꽁 얼어붙은 호수에서 낚시를 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얼음에 구멍을 뚫는 순간 물고기들이 파란 하늘과 맑은 공기를 마시기 위해 팔딱팔딱 튀어오릅니다. 숲은 베리 천국입니다. 언제든 누구나 자유롭게 베리를 따먹을 수 있지요.” 수오미넨 대사는 “핀란드는 국토의 75%가 숲이고 호수도 18만개가 넘는다”면서 “핀란드의 자연은 신이 내린 선물이자 축복”이라고 말했다.

핀란드는 북극 지방과 가까워 겨울이 길다. 핀란드인들이 점심으로 가볍게 먹는다는 연어수프는 겉보기에 평범해 보였다. 조리법도 간단했다. 연어, 감자, 당근, 양파를 엄지손톱만 하게 깍둑썰기한 뒤 허브 ‘딜’과 생크림을 넣고 끓이는 것이 전부였다. “여기 이 검은 호밀빵과 먹어야 진짜 맛있다”는 대사의 얘기에 빵을 조금 뜯어 입안에 넣었다. 의외였다. 빵은 씹을수록 고소했고 수프는 담백했다.

“핀란드인들은 섬유질이 풍부한 검은 호밀빵을 즐겨 먹습니다. 핀란드인들이 해외에 있을 때 가장 그리워하는 음식이 호밀빵입니다. 아껴두고 조금씩 떼어먹는 초콜릿 같다고 할까요.” 대사는 “아침에는 오트밀 죽과 블루베리 수프를 먹는데 비타민이 풍부하고 소화도 잘된다”면서 “제철 재료로 만든 ‘솔(soul) 푸드’가 핀란드 음식”이라고 말했다.

메인 요리는 크랜베리 소스를 곁들인 핀란드산 오메가3 돼지등심 스테이크와 감자 퓌레였다. 한국에서도 핀란드산 오메가3 돼지고기는 무항생제에 친환경적으로 키운 건강 식재료로 유명하다. 낮은 온도에서 3시간 동안 수비드 기법으로 조리한 스테이크는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웠다. 수비드 요리란 고기나 생선을 비닐 팩에 넣은 뒤 중·고온으로 오랫동안 익히는 요리법이다. 수분을 잃지 않고, 맛과 향이 깊게 배도록 하는 게 특징이다. 감자 퓌레는 혀끝에서 살살 녹았다. 핀란드인의 요리실력이 감자 퓌레의 부드러움에서 나온다는 얘기를 실감했다.

“한국인에게 밥, 이탈리아인에게 파스타가 있다면 핀란드인에게는 감자죠. 종류가 다양하고 맛은 특별합니다. 핀란드 북단 라플란드에서만 생산되는 푸이쿨라 감자로 만들었는데 순록 고기와 먹으면 진짜 별미입니다.” 곁들여나온 새콤달콤한 크랜베리는 고기의 느끼함을 잡기에 충분했다.

대사가 소개한 핀란드 전통 술은 감칠맛이 났다. 빨간 크랜베리와 연둣빛 로즈메리가 담긴 진토닉은 향긋했다. 북극의 베리 일종인 브램블(Arctic Bramble)은 전통 과실주인데 달콤했다. 대사가 알코올 도수가 높으니 “조심, 조심” 마시라고 했는데 잔을 다 비우고 나서야 독한 술이 명치끝을 뜨겁게 달구는 것을 알아챘다.

“핀란드 숲에는 베리가 지천에 널려있습니다. 라즈베리, 링곤베리, 블루베리 등 종류도 엄청나게 많아요. 아이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베리를 먹다보니 입술 전체가 알록달록하게 물듭니다. 엄마들은 립스틱이 필요없어요. 가끔 더 맛있는 베리를 먹기 위해 야생오리와 경쟁해야 한답니다.”

이름 모를 새들이 지저귀는 숲과 투명한 햇살이 내리는 호숫가, 건강에 좋은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니 동화 속의 나라처럼 상상만으로도 행복했다. 몇년 전 캐나다에 있을 때 핀란드 산타클로스에게 엽서를 보냈던 기억이 떠올랐다. 두 달 뒤 산타클로스로부터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답장이 왔다. 대사는 “핀란드에 진짜 산타가 살고 있다”면서 “매년 크리스마스이브가 되면 아이들에게 직접 착한 일을 많이 했는지, 부모님 말씀은 잘 들었는지 묻는다”며 웃었다. ‘로바니에미’에 산타클로스 마을이 있는데, 산타 복장을 한 주민이 관광객들과 사진을 찍기도 한다. 핀란드는 캐릭터 무민이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다. 대사는 “1950년까지 수많은 전쟁으로 어두운 시간을 보냈던 핀란드인에게 절망이 아닌 순수, 희망, 평화를 안겨준 트롤(troll·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괴물)”이라면서 “무민을 꼭 껴안으면 행운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왼쪽부터)섬유질이 풍부한 검은 호밀빵과 진토닉. 점심으로 즐겨 먹는 핀란드식 연어 수프. 디저트로 소개한 감초 판나코타.

(왼쪽부터)섬유질이 풍부한 검은 호밀빵과 진토닉. 점심으로 즐겨 먹는 핀란드식 연어 수프. 디저트로 소개한 감초 판나코타.

디저트는 링곤베리 파우더와 타르 시럽을 곁들인 감초 판나코타였다. 푸딩 같은 디저트를 티스푼으로 떠먹었는데 부드러웠다. 불그스름한 링곤베리 가루를 뿌려 달콤하겠다 싶었지만 쌉싸래했다. 오묘한 맛을 낸 것은 감초였다. 한국에서는 ‘약방의 감초’ 같은 한약재로 알려져 있지만 핀란드인에게는 익숙한 건강 식재료다. “핀란드인은 어릴 때부터 감초를 먹는데 사탕 종류도 여럿입니다. 한국인들에게 ‘휘바, 휘바(좋아, 좋아)’로 유명한 자일리톨은 핀란드 자작나무에서 처음 발견한 감미료이죠. 자연과 가까운 심플라이프를 추구해서 장수의 나라로 알려진 것이 아닐까요.”

자연을 마주한 핀란드에서의 일상이 지루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대사는 “천만의 말씀”이라고 답했다. 중세시대 사본린나성에서 한 달간 오페라 공연이 열리고 해안가에서는 재즈 페스티벌과 예술작품 전시회가 개최된다. 헤비메탈 음악 역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핀란드인들은 미슐랭스타 레스토랑에 별 의미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화려함보다는 순수함, 진정성의 가치를 높게 생각하기 때문이죠. 소박하지만 따뜻하고 맛있게 음식을 나누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대사는 “헬싱키에서 1년에 4차례 ‘레스토랑 데이’가 열리는데 하루 동안 누구나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 원하는 음식을 팔 수 있는 카페 혹은 바의 주인이 된다”면서 “2016년에는 무려 29개국 1300개 가량의 레스토랑이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늦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대사를 따라 지하 사우나를 둘러봤다. 핀란드인에게 사우나는 몸과 마음을 여유롭게 가다듬을 수 있는 공간인데 혼자, 가족은 물론 처음 만나는 사람과도 편하게 철학적인 대화까지 나눈다고 했다. 대사가 선물로 준 무민을 가슴에 꼭 껴안았다. 자연에서 휴식을 찾고, 자연으로부터 음식을 얻으며, 자연과 더불어 무한한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핀란드는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진 행복한 나라였다.

◆18만개 호수의 나라…자연에 파묻혀 베리·버섯 따 먹고 ‘무민’ 품에 안겨볼까

[정유미 기자의 대사와의 만찬](7)“한국인에게 밥, 핀란드인에겐 감자…퓌레, 순록 고기와 먹으면 별미”

■ 핀란드는

핀란드는 핀란드어로 ‘수오미’(Suomi)라고 하는데 호수의 나라라는 뜻이다. 북유럽 디자인을 대표하는 브랜드 ‘마리메꼬’(Marimekko)와 ‘이딸라’(Iittala)의 본고장으로도 유명하다. 한국과 비교해 인구는 540여만명으로 10분의 1 수준이지만 면적은 3배에 달한다. 핀란드의 복지 정책과 교육 제도는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올해 유엔 산하 자문기구에서 발표한 ‘2018 세계행복보고서’에서 행복지수 1위를 차지했다.

■ 한국 내 핀란드 식당

한국에는 아쉽게도 핀란드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 없다. 핀란드 사람들의 식탁에 자주 오르는 베리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있다. 대사관이 추천한 곳은 3군데다. ‘로버츠 베리에(https://robertsberrie.com/en)’는 1910년부터 핀란드의 야생 베리와 과일을 활용한 다채로운 건강 식품을 만들고 있다. 주로 잼, 과일 음료 등을 생산하는데 한국에서는 야생 빌베리, 블랙커런트, 라즈베리 등으로 만든 슈퍼 베리 스무디를 판매하고 있다. 마켓 컬리와 유명 백화점 인터넷몰에서 구입할 수 있다. 웹사이트에서 직접 구매도 가능하다. 브램블은 핀란드 주류회사 ‘링넬앤피스파넨(http://www.lignellpiispanen.com)’에서 생산한다. 북극권에서 자란 베리만을 사용한다는 원칙을 160년째 지키고 있다. 베리를 추출할 때도 전통 방식을 쓰는데 한국의 이케아(Ikea)에서 살 수 있다. ‘핀란디아(http://www.finlandia.co.kr)’는 블루베리 파우더, 크랜베리 파우더 등 핀란드의 야생 베리를 갈아 넣은 건강식품을 판다. 인터넷으로 직접 현지 주문을 하거나 국내 유명 백화점과 인터넷쇼핑몰에서 구매할 수도 있다. 핀란드대사관 옌니 카타이넨 홍보담당관은 “핀란드에는 50종 이상의 베리가 있다. 주스나 잼, 케이크나 수프에 곁들여 먹는데 핀란드에서는 토지 소유자의 허가 없이 누구든 어디서나 베리를 직접 채집해 맛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유미 기자의 대사와의 만찬](7)“한국인에게 밥, 핀란드인에겐 감자…퓌레, 순록 고기와 먹으면 별미”

■ 명소

‘눅시오 국립공원’에 가면 핀란드인처럼 자연에 파묻혀 일상을 보낼 수 있다.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멀지 않아 주말 나들이 장소로도 인기다. 지난해만 300만여명이 찾았다. 베리와 버섯을 마음껏 채취해 바로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오두막과 바비큐장도 있다. ‘무민 월드(사진)’는 토베 얀손이 그린 무민 밸리를 그대로 재현한 테마파크다. 무민의 방과 아지트, 무민인형극을 볼 수 있다. 무민의 품에 안겨보는 것은 필수 코스. ‘산타클로스 마을’은 핀란드 북쪽 끝 도시인 로바니에미에 있다. 산타 오피스, 도서관, 우체국 등 전 세계 어린이들이 보낸 편지에 직접 답장을 해주기도 한다. 오로라도 관측할 수 있다. 레스토랑 데이는 2월, 5월, 8월, 11월 등 1년에 4차례 열린다. 사본린나 오페라 페스티벌도 유명하다. 사이마 호수 한가운데 있는 중세시대 오래된 성에서 한 달간 공연이 펼쳐진다. 플로우 페스티벌은 북유럽에서 가장 ‘힙한’ 축제로 알려져 있다. 음악, 미술, 미식을 아우르는 종합예술 축제인데 수비라흐티 지역에서 열린다. 프랭크 오션, 라나 델 레이 등 세계적인 뮤지션이 무대에 섰다.

■ 핀란드에 가려면

핀에어가 인천공항에서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까지 매일 직항으로 주 7회 운항한다. 비행 시간은 9시간30분이다. 핀에어는 런던, 파리, 로마 등 헬싱키에서 유럽의 100여개 도시를 연결하고 있다. 핀란드가 아시아에서 가장 가까운 유럽으로 불리는 이유다. 공식 화폐는 유로다. 핀란드의 시간은 한국보다 7시간 느리다. 서머타임이 적용되는 3월 말에서 10월 말 사이 시차는 6시간이다. 짧은 여름과 긴 겨울을 보낸다. 5월부터 8월까지는 백야 현상으로 매일 최대 19시간 동안 해가 지지 않는다. 관광 목적으로 핀란드를 방문하는 경우 90일까지 비자 없이 체류할 수 있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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