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밥알 탱글, 식감 살아있는 빠에야…‘미식 천국’ 스페인의 국가대표

글 정유미 기자·사진 이상훈 선임기자·영상 채용민 PD

곤잘로 오르티즈 스페인 대사가 소개한 10가지 전통음식

곤잘로 오르티즈 주한 스페인 대사가 스페인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가성비 좋은 와인과 고소한 치즈 만체고, 이베리코 돼지고기 생햄인 ‘하몬’을 소개하고 있다.

곤잘로 오르티즈 주한 스페인 대사가 스페인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가성비 좋은 와인과 고소한 치즈 만체고, 이베리코 돼지고기 생햄인 ‘하몬’을 소개하고 있다.

스페인은 정열의 나라다. 매혹적인 플라멩코 댄스와 박진감 넘치는 투우, 카니발 축제는 강렬하고 뜨겁다. 도시 곳곳에는 건축의 거장 안토니 가우디, 천재 화가인 피카소, <돈키호테>의 세르반테스 등 예술가들의 혼이 살아숨쉰다. 지중해의 낭만을 품은 태양이 호세 카레라스와 플라시도 도밍고의 호소력 짙은 음악을 따라 흐른다.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의 축구 또한 가슴을 뜨겁게 달군다. 스페인의 열정은 그 음식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사진 왼쪽부터 스페인 메인 요리인 사프란 ‘빠에야’, 담백한 ‘연어구이’, 육질이 부드러운 ‘쇠고기 등심’ 요리.

사진 왼쪽부터 스페인 메인 요리인 사프란 ‘빠에야’, 담백한 ‘연어구이’, 육질이 부드러운 ‘쇠고기 등심’ 요리.

곤잘로 오르티즈 디에스 토르토사 주한 스페인 대사가 소개한 스페인 전통음식은 메인 요리인 ‘빠에야’ ‘연어구이’ ‘쇠고기 등심 스테이크’ 등 3가지와 전채 요리인 ‘하몬’ ‘만체고’ ‘감바스’를 비롯해 샐러드와 디저트 등 10가지다. 곤잘로 오르티즈 대사를 만난 곳은 경기 과천시에 있는 스페인 음식 전문점 ‘엘 올리보’다.

요즘 한국에서 스페인 음식은 꽤나 인기가 있다. 서울에만 20여개, 전국적으로 50개에 가까운 스페인 음식 전문점이 생겼을 정도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스페인 요리 특징은 이렇다. 향신료를 거의 넣지 않고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다. 조리법은 쉽고 간단하다. 미슐랭 레스토랑은?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수많은 미슐랭 셰프들이 맛의 경연을 펼친다.

“10년 전 스페인을 찾은 한국인은 2만4000명에 불과했습니다. 지난해에는 무려 20배가 넘는 44만여명이 다녀갔지요. 오랜 역사문화 유적지를 찬찬히 둘러보거나 때묻지 않은 청정자연을 트레킹합니다. 무엇보다 스페인 음식을 최고로 여기지요.”

곤잘로 오르티즈 대사가 자신있게 먼저 소개한 전통 요리는 ‘빠에야(Paella)’다. 넓적한 프라이팬에 고기와 해산물·채소를 함께 볶다가 쌀을 넣고 자작자작해질 때까지 끓여 내는 음식이다. 샛노란 빠에야는 최고급 식재료로 손꼽히는 사프란(Saffron)을 넣은 것이고, 검은 빠에야는 오징어 먹물로 만든다. 새우와 홍합, 조개가 얹힌 빠에야를 한 입 먹었다. 해물전골을 먹고난 뒤 밥을 죽처럼 끓여낸 누룽밥이랄까.

와인과 먹는 새우요리 ‘감바스’, 토마토를 얹은 스페인식 ‘샐러드’. 달콤한 견과류 ‘디저트’.

와인과 먹는 새우요리 ‘감바스’, 토마토를 얹은 스페인식 ‘샐러드’. 달콤한 견과류 ‘디저트’.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유래한 빠에야는 세계인들이 즐겨찾는 국가대표 음식이죠. 쇠고기와 돼지고기, 닭고기, 새우와 조개 등 재료는 다양하게 넣을 수 있어요. 중요한 것은 쌀알의 식감입니다. 너무 딱딱하지도, 부드럽지도 않게 밥을 끓여야 제대로 된 빠에야지요.” 대사는 “집으로 초대한 손님에게 빠에야를 직접 만들어 대접하는 것이 스페인의 전통”이라며 “커다란 접시에 나온 빠에야를 각자 먹을 만큼 덜어내는데, 음식을 나누는 점이 한국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메인 요리인 연어구이는 스페인 밥상에 자주 오르는 생선요리다. 양파, 가지, 호박, 파프리카 등 갖은 야채를 곁들인다. 우선 보기에도 군침이 돌 정도로 먹음직스러웠다. 철판에 풋고추, 버섯과 함께 나온 쇠고기 등심 요리는 그 육질이 매우 부드러웠다.

[정유미 기자의 대사와의 만찬](9)밥알 탱글, 식감 살아있는 빠에야…‘미식 천국’ 스페인의 국가대표

스페인 식탁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와인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리베라 델 두에로(Rivera del Duero)’는 달지 않고 묵직하다. “스페인 와인을 마실 때는 반드시 올리브 등 타파스(작은 접시에 나오는 전채요리)가 필요합니다.” 대사가 준비한 타파스는 3가지였다. ‘하몬(Jamon)’은 돼지 뒷다리를 소금에 절여 건조한 생햄. 스페인산 흑돼지 이베리코는 한국은 물론 세계에서도 품질 좋기로 유명하다. 대사를 따라 손가락으로 얇게 저민 하몬을 한 조각 집어 씹으니 짜지 않고 쫄깃했다. 치즈 ‘만체고(Manchego)’는 양의 젖으로 만드는데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이다. ‘감바스 알 아히요(Gambas al ajillo)’는 새우와 마늘을 올리브유에 구워낸 듯한 요리다. 스페인어로 감바스는 새우, 아히요는 마늘을 뜻하는데 올리브유의 느끼함을 마늘이 말끔히 잡아준다. 감칠 맛이 난다. “한국처럼 스페인 사람들도 마늘을 좋아해요.” 스페인 음식은 듣던 대로 양념을 거의 넣지 않아 깔끔하고 조리법이 간단했다.

“자, 이것을 한국말로 무엇이라고 하죠? 빵입니다. 스페인어 ‘판(Pan)’에서 나온 말이죠. 카스텔라는 스페인의 ‘카스틸리아’에서, 덴푸라(오뎅)는 생선을 야채와 튀긴 스페인의 ‘덴포라’에서 유래했습니다.” 곤잘로 오르티즈 대사는 “스페인에서는 음식을 먹을 때 말을 하지 않는다”며 “식탁에 얼굴을 가까이 대거나 손님을 혼자 남겨두는 것도 실례”라고 덧붙였다.

식재료 본연의 맛 살리고
향신료 안 쓰는 간단한 요리
한국인 입맛에도 맞아 인기

스페인, 아침·저녁 가볍게 먹고
점심에 고기·생선으로 된 주요리
식탁엔 항상 샐러드 올라와

“집으로 초대한 손님에게
빠에야 대접하는 것이 전통
와인은 반드시 타파스와 함께”

“스페인 사람들은 아침과 저녁은 가볍게 먹지요. 주로 점심에 고기나 생선 등 메인 요리를 즐깁니다. 사계절 과일과 채소가 풍부해 식탁에는 항상 샐러드가 올라오고요. 토마토는 해마다 축제가 열릴 만큼 세계적으로도 유명하지요. 여름에는 차가운 수프 ‘가스파초’를 먹는데 깍둑썰기한 토마토, 오이, 피망 등 비타민 C가 풍부한 건강 음식입니다.” 곤잘로 오르티즈 대사는 “스페인 간식인 추로스와 추파춥스 등은 단맛이 강해 몸에 좋지 않다”며 “한국인들은 옛 전통 밥상을 지켜서 그런지 건강한 것 같다”고도 했다.

견과류가 오도독 씹히는 디저트는 달달했다. 곤잘로 오르티즈 대사가 한국말로 “건배, 위하여”를 외친다. 건강한 식재료에 순수한 열정까지 담긴 다채로운 스페인 요리였다.

도시 곳곳 1년 내내 정열적인 축제, 대서양·지중해 따라 청정 자연 절경

[정유미 기자의 대사와의 만찬](9)밥알 탱글, 식감 살아있는 빠에야…‘미식 천국’ 스페인의 국가대표

■ 스페인은

스페인은 이베리아 반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유럽 남서부 끝에 자리한다. 유럽에서는 러시아·프랑스에 이어 세번째로 면적이 넓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13곳이나 된다. 지중해와 대서양을 품은 삼면이 바다로 해안선의 길이가 7000㎞가 넘는다. 해안 절벽과 빙하, 협곡 등의 청정한 자연도 자랑거리다. 인구는 4800만명인데 한 해 5000만명이 넘는 외국인이 방문한다. 스페인은 와인과 올리브, 싱싱한 해산물과 이베리코 흑돼지 등 건강한 식재료가 넘치는 미식의 천국이기도 하다.

■ 한국 내 스페인 식당

국내에서 스페인 전통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은 많다. 서울에만 22개, 전국적으로는 47개나 된다. 대사관이 추천한 맛집은 경기 과천시의 ‘엘 올리보’(02-502-1156)다. 스페인에서 직수입한 식재료로 본토의 식감을 살리기로 유명하다. 빈센트 셰프가 메인·전채요리 등 스페인의 식탁을 그대로 한국에 옮겼다는 평이다. 지하철역 4호선 선바위역에서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이며, 주차도 편리하다. 방문 전 예약은 필수.

‘스페인 클럽’은 서울과 부산에 체인점들이 있다. 서울 강남코엑스에 있는 도심공항터미널점(02-551-1111)에서는 스페인식 샐러드에 매콤한 먹물 ‘빠에야’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알싸한 올리브유에 찍어 먹는 식전 빵 맛도 뛰어나다고 한다. ‘더셰프’(070-8845-7494)는 서울 용산의 효창공원역 앞에 있다. 직접 개발한 토마토, 올리브 소스도 일품이다. ‘소브레메사’(02-536-0669)는 서울 강남 신논현역 부근에 있다. ‘식사 후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라는 뜻의 소브레메사에서는 격식있는 스페인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셰프는 카탈루냐 출신의 에드가 케사다 피자로다.

‘따빠마드레’(02-772-4199)는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성곡미술관 앞에 있으며, 하몬과 만체고 등 다채로운 스페인 음식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모멘토스’(02-6205-9302)는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에 자리한다. ‘빠에야’가 대표 메뉴인데 ‘딱새우 빠에야’가 유명하다. ‘떼레노’(02-332-5525)는 서울 종로 북촌에 있다. 스페인 현지는 물론 호주, 두바이, 일본 등에서 실력을 쌓은 신승환 셰프가 바스크 지역의 요리를 선보인다. 전채, 메인, 디저트까지 6~7가지 음식이 나오는 코스 요리가 인기다. ‘엘꾸비또’(070-4509-9240)는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흥국생명 빌딩에 있다. 다양한 타파스를 간단하게 즐길 수 있다. 이베리코 스테이크도 인기 메뉴. 감자 크로켓과 먹물 빠에야, 대구요리도 잘 나간다.

스페인 천재 건축가 가우디가 설계한 ‘성가족교회’.

스페인 천재 건축가 가우디가 설계한 ‘성가족교회’.


■ 명소와 축제

스페인의 명소는 참으로 많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의 건축세계를 느낄 수 있는 바르셀로나의 ‘성가족 교회’는 독특한 외양으로 유명하다. 지금도 지어지고 있다. ‘구엘 공원’은 돌을 쌓아올려 만든 울퉁불퉁한 기둥, 화려한 타일 문양 등이 어우러진 가우디의 역작이다. 궁전과 성곽이 어우러진 건축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알함브라(궁전)’, 중세 고딕양식의 전형으로 세계에서 세번째로 규모가 큰 ‘세비야 대성당’, 이슬람 양식이 뚜렷한 궁전인 ‘알카사르’ 등이 특히 잘 알려져 있다.

스페인 축제는 일년 내내 도시 곳곳에서 펼쳐진다. 어릿광대, 가면, 종이인형, 조각상 등이 화려한 카니발부터 댄스와 불꽃놀이, 거리 음악밴드 등 천년을 이어온 축제들도 있다. 종교·순례 축제도 여행객들이 많이 즐긴다. 다채로운 축제와 함께 영화와 음악, 전시회 등도 즐길 수 있다. 스페인은 크게 2개의 여행코스로 나뉜다. 마드리드~세비야~코르도바~말라가~그라나다~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코루냐~산탄데르~빌바오~산세바스타안~부르고스~바르셀로나 코스가 유명하다.

■ 스페인에 가려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직항편과 16개의 경유편 노선이 있다. 대한항공은 인천공항에서 마드리드까지 매주 화·목·토·일요일, 바르셀로나까지 월·수·금·토요일 주 4회씩 운항한다. 아시아나항공은 바르셀로나까지 이달 30일부터 항공기를 띄울 예정이다. 인천에서 바르셀로나까지는 비행기로 13시간 걸린다.

스페인은 고속철도망으로 전국을 여행할 수 있을 만큼 교통여건이 좋다. 화폐는 유로가 기본. 신용카드와 여행자수표도 사용하기 쉽다. 표준어는 스페인어. 시간은 한국보다 8시간 느리다. 전압은 220V로 한국과 같다. 여행 목적으로 방문하는 경우 관광비자를 발급받아 최대 3개월까지 체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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