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침해 반대” VS “의료사고 은폐 예방”

헬스경향 이원국 기자

수술실 CCTV 설치, 6년 논쟁 종결되나

최근 대리수술로 인한 피해가 급증하면서 국회는 ’수술실 내 폐쇄회로 TV(CCTV) 설치 의무화‘를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의료계의 의견충돌로 1년째 제자리걸음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최근 대리수술로 인한 피해가 급증하면서 국회는 ’수술실 내 폐쇄회로 TV(CCTV) 설치 의무화‘를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의료계의 의견충돌로 1년째 제자리걸음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얼마 전 광주광역시의 한 척추전문병원에서 간호조무사 대리수술이 상습적으로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대리수술은 수술 시 환자동의 없이 의사를 바꾸거나 비(非)의료인이 수술하는 것으로 의료법 제27조 ’무면허의료행위 금지‘에 위반된다.

하지만 대리수술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5년 서울의 한 성형외과원장이 간호조무사를 의사로 둔갑시켜 무면허성형수술을 한 사건, 올해 인천21세기병원에서 대표원장이 3~4시간의 수술시간 중 15분여만 개입하고 나머지는 일반직원이 진행한 사건도 있었다.

이처럼 불법의료행위가 성행하면서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안규백, 김남국 의원 등은 ’수술실 내 폐쇄회로TV(이하 CCTV) 설치 의무화‘를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의료계의 거센 반발로 1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신현영 의원은 “밀폐된 수술실에서 마취된 환자는 불가항력상태에 놓이기 때문에 수술실 CCTV는 환자를 보호하는 수단”이라며 “국민 10명 중 8명이 찬성하고 있는 만큼 불법을 저지르는 1%의 의사들로부터 환자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78.9% 찬성

수술실 CCTV 설치논쟁은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5년 성형외과 대리수술논란을 기점으로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동익 의원(민주당)을 시작으로 19·20대 국회에 잇달아 입법 발의됐지만 결국 사장됐다.

하지만 최근 연이어 터진 대리수술로 다시 CCTV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실제로 이달 19일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전국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CCTV 찬반의견을 조사한 결과 ’수술 내 범죄행위방지와 신뢰도제고 등을 이유로 찬성한다‘는 답변이 78.9%로 집계됐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수술실 CCTV 설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상황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CCTV 설치의 역기능을 강조하며 요지부동이다. ▲수술실 CCTV 의무설치법안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는 점 ▲환자의 사생활침해 문제 ▲대리수술발생률은 최근 5년간 0.001% 수준이라는 점 ▲의사의 방어적인 진료 ▲CCTV 설치 후 발생하는 행정과 재원낭비 ▲불필요한 민원, 이의제기, 의료소송 증가 등을 이유로 수술실 내 CCTV 설치 반대를 고수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은 “일부의료인들에 의한 비윤리적 의료행위로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한다면 선량한 의사들의 의료행위를 위축시킨다”며 “현재 대응책으로 수술실 출입관리규정 보완강화, 회원에 대한 지속적 관리감독 및 처벌강화를 꾀하고 있는 만큼 CCTV 설치를 반대한다”고 표명했다.

■시민단체, CCTV 입구 아닌 내부 설치해야

“간호사가 의사 대신 동맥을 잡다가 신경을 잘못 건드려 팔을 절단한 환자도 있다.” 지난달 국제간호사의 날을 맞아 개최된 보건의료노조 좌담회에서는 대리수술, 유령수술 등 수술실 불법의료행위에 관한 내부고발이 쏟아졌다.

시민단체는 수술실 내부 CCTV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무자격자 대리수술, 성범죄, 의료사고 은폐 등을 예방하고 환자인권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의료계는 외부설치를 주장하지만 기존 사고조차 빙산의 일각일 수 있어 의사에 대한 신뢰와 권익을 위해서라도 내부설치는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수술실 CCTV 설치와 관련 ▲입구 아닌 내부 설치 ▲환자동의와 요구를 전제로 의무촬영 ▲영상의 철저한 관리·보호 ▲위반행위에 관한 형사처벌 ▲모든 의료기관 의무설치 ▲모든 의료행위 의무촬영 ▲환자의 삭제할 권리보장 등 8가지 원칙을 발표했다.

환자권익연구소 이나금 소장 역시 “CCTV 설치는 의료범죄자들을 색출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라며 “수술실 입구에 CCTV를 설치하면 내부상황을 볼 수 없어 수술범죄가 더욱 교묘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CCTV 시범사업, 환자·의료진 만족도↑

이처럼 찬반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경기도는 이재명 지사의 강력한 의지에 힘입어 국내 최초로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2018년 10월 1일부터 2019년 4월 30일까지 경기도의료원 산하 안성병원에 CCTV를 설치하는 시범사업을 운영한 것.

결과는 매우 긍정적이었다. 의료계가 지적했던 ’환자의 정보노출‘ 우려와는 달리 시범기간 동안 진행됐던 1192건의 수술 중 791건에 대해 환자들이 자발적으로 동의한 것. 또 경기도가 시범사업이 끝난 9월 25일부터 10월 7일까지 도민 2000명을 대상으로 수술실 CCTV 관련 여론조사를 한 결과 93%가 ’수술을 받게 된다면 CCTV 촬영에 동의하겠다‘고 답했다.

경기도의료원 정일용 원장은 “1년 반 동안 환자요구로 전체수술의 66%가 녹화됐지만 의사들이 우려했던 의료분쟁은 없었다”며 “수술실 CCTV 설치는 선량한 의사가 아닌 범죄를 저지르는 소수의사로부터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최근 지역 내 대리수술로 인한 환자불안감이 가속되자 인천 부평힘찬병원이 자발적으로 모든 수술실에 CCTV를 전면 설치했다.

부평힘찬병원은 원하는 환자에 한해 모든 수술을 녹화하고 환자보호자가 원하면 실시간 대기실 시청이 가능한 이원화시스템을 구축했다. 단 개인정보보안을 위해 보호자 1인만 지정장소에서 시청할 수 있으며 환자의 민감한 신체부분 노출을 막기 위해 수술준비 후 수술장면부터 녹화를 진행한다. 녹화영상은 환자동의 아래 30일간 보관 후 폐기된다.

부평힘찬병원 서동현 병원장은 “CCTV 설치를 통해 환자와 보호자는 안정감을 얻고 의사들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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