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한국 의료 2021

난치병 치료의 '열쇠'를 찾아…한국 의료 미래를 밝히는 '첨병'

박효순 기자


[글로벌 한국 의료 2021]난치병 치료의 '열쇠'를 찾아…한국 의료 미래를 밝히는 '첨병'

고령화·코로나19 대유행에 맞춰
전문화·특성화 과감한 투자·연구
국내 임상의학 국제 선두권 도약


한국 의료는 최신 시술과 첨단 장비의 발전과 함께 전문화, 특성화의 길을 걸어왔다. 그 결과 국내 임상의학 수준은 국제적으로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여러 진료분야가 융합하는 ‘다학제 협진’ 또한 난치병의 치료율을 높이는 열쇠로 작용한다. 고령사회에 걸맞은 노인의료시스템을 구축하고 코로나19 같은 대유행 감염병에 대처하기 위한 연구 투자도 늘어나 한국 의료의 미래를 더 밝게 만든다.

서울성모병원의 장기이식센터는 이식환자만을 위한 중환자실, 수술실, 병동을 마련했으며 특히 외래 공간을 분리 운영하고 있다. 감염에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 이식환자를 위해 대기시간이 길어지지 않도록 하고, 타과 환자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차별화된 병원 환경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이 저력을 발휘하는 원천이다.

연세암병원의 유방암센터는 맞춤형 치료를 통해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유방외과를 중심으로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성형외과, 영상의학과 등 여러 진료과의 유방질환 전문 의료진이 환자의 치료에서부터 재활까지 머리를 맞대고 빠른 일상생활 복귀를 돕는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의 로봇수술센터는 이미 최소침습수술(복강경) 분야에서 선구자 역할을 해온 ‘전통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빠른 성장을 거듭했다. 의료진의 실력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최첨단 장비, 환자 중심의 치료시스템 등을 갖춘 덕분에 안정적인 정착이 가능했다.

고려대의료원은 바이러스 및 감염병 분야에서 이미 1970년대부터 국내 최고 수준의 임상 및 연구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지구촌 전체가 움츠러들어 있는 가운데, 고려대의료원은 서울 정릉에 K바이오를 이끌어갈 최첨단 연구기지를 건설할 계획을 추진해 관심을 모은다.

분당서울대병원 노인의료센터는 신체기능, 인지기능, 영양상태, 복용 약물, 정서우울, 사회적 지지를 포함하는 ‘노인포괄평가시스템’을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의료진은 환자 개개인에 대한 평가를 통해 자신이 담당하는 질병 외의 정서상태, 영양상태, 약으로 인한 부작용 등을 파악한다.


■장기이식센터, 세계적인 인프라 구축

코로나19에 걸린 부부간 신장이식에 성공한 후 나란히 기념사진을 찍은 박윤재 코디네이터, 박순철 교수, 환자 및 공여자 부부, 정병하 교수(왼쪽부터). 서울성모병원 제공

코로나19에 걸린 부부간 신장이식에 성공한 후 나란히 기념사진을 찍은 박윤재 코디네이터, 박순철 교수, 환자 및 공여자 부부, 정병하 교수(왼쪽부터). 서울성모병원 제공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는 한국 장기이식의 역사를 이끌고 있다. 다양한 ‘최초’ 및 난치성 이식의 기록을 자랑한다.

1969년 3월25일 국내 최초로 신장이식에 성공한 후, 1983년 동종골수이식, 1993년 뇌사자로부터의 간이식, 1995년 심장이식, 1996년 신장과 췌장 동시이식, 2002년 골수이식 후 간이식, 2004년 고난도 소장이식, 2012년 신장과 조혈모세포를 동시에 이식, 2014년 간을 제외한 소화기계 6개 장기 변형다장기이식 등이 대표적이다.

장기이식센터는 이식 환자를 위한 전문 의료진과 장기별 코디네이터의 밀착지원 시스템을 가동한다. 뇌사자 이식의 활성화는 CMC(가톨릭중앙의료원 8개 병원) 네트워크구축에 힘입고 있다.

신장이식팀은 지난 6월 말 현재 수술 성공 3500건을 넘어섰으며, 이 중 2009년 5월 처음으로 성공한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은 320건을 상회한다. 간이식팀은 최근까지 1260건을 돌파했는데 외과, 소화기내과, 영상의학과, 감염내과, 병리과 등 다학제 협진시스템이 높은 성적의 원동력이다. 장기이식센터 소장이식팀은 2018년 17번째 수술을 성공하며 국내 최다 수술 기록을 세웠다.

서울성모병원은 2009년 보건복지부 지정 선도형 특성화사업단에 선정되어 이식면역과 관련된 중개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장기이식센터장 양철우 교수는 “임상과 기초연구가 융합된 이식면역 중개연구에 박차를 가하여 새로운 이식영역 도전, 우수한 연구인프라 구축,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장기이식센터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학제 진료 통해 ‘원스톱 서비스’ 제공

연세암병원 유방암센터 의료진이 다학제 진료 시스템에 따라 유방암 환자에 대한 로봇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연세암병원 제공

연세암병원 유방암센터 의료진이 다학제 진료 시스템에 따라 유방암 환자에 대한 로봇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연세암병원 제공

연세암병원 유방암센터

유방암은 종류에 따라 치료 과정이 다르며, 치료 후에도 삶의 질과 자존감 향상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연세암병원 유방암센터(센터장 박세호 교수)는 환자별 최적의 치료계획 수립을 위해 센터 내 전문의료진이 함께 모이는 ‘다학제 진료’를 원칙으로 한다. 당일에 대부분 주요 검사를 시행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학제 진료는 유방외과를 중심으로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성형외과, 영상의학과 등이 참여한다.

유방암센터는 지난해 유방암과 유방 양성종양 수술을 2200건 넘게 시행했다. 이 중 로봇수술을 통한 치료가 200건이 넘는다. 로봇 수술기를 이용한 유방절제술은 기존 절제 수술과 달리 겨드랑이 부근의 2.5~6㎝ 한 곳만 절개하고 로봇 팔을 넣어 수술을 진행한다. 흉터성형레이저센터와 바로 연계하여 흉터를 없애거나 최소로 줄이는 치료도 시행한다.

유방암 수술과 동시에 유방 동시복원성형술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유방암센터는 2016년 11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박형석 교수팀이 다빈치 수술로봇을 이용해 유방 전체 절제술을, 성형외과 이동원 교수팀이 재건 수술을 바로 이어 진행한 바 있다.

수술적 치료와 더불어 항암약물 치료를 통해 남은 암세포의 사멸을 통한 완치와 재발 예방에도 세심하게 대처한다. 또한 난치성 유방암을 정복하기 위한 다양한 면역-표적항암제를 이용한 약 75건의 유방암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방사선종양학과에서는 지난해 첨단 치료기기인 ‘세기변조 방사선치료기’를 이용한 유방암 방사선치료 500건을 달성했다.

■로봇수술센터, 첨단 장비·기술 자랑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로봇수술센터의 4세대 다빈치Xi 시스템. 기존 장비에 비해 로봇팔 길이는 길어지고 굵기는 가늘어졌다. 성빈센트병원 제공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로봇수술센터의 4세대 다빈치Xi 시스템. 기존 장비에 비해 로봇팔 길이는 길어지고 굵기는 가늘어졌다. 성빈센트병원 제공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은 국내 로봇 수술 도입 초창기인 2013년 다빈치 로봇 수술 시스템을 도입, 로봇수술센터를 열었다.

산부인과, 비뇨의학과, 위장관외과, 대장항문외과, 간담췌외과, 유방갑상선외과, 흉부외과, 이비인후과 등 최소침습수술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임상과들을 주축으로 센터가 구성됐다.

로봇 수술을 시작한 직후인 2013년 12월 세계 최초로 로봇을 이용한 후복막강을 통한 신장 절제 및 대정맥종양혈전 제거술에 성공했으며, 후복막강 접근 신장암 로봇 수술의 교육센터로 지정됐다. 또 산부인과는 전 세계 산부인과 임상의사를 위한 다빈치 로봇 교육기관(지정병원)인 에피센터로 지정되어 있다.

수술 실적에서도 빠른 성장세가 확인된다. 도입 6개월 만에 100건을 돌파하고, 4년4개월 만인 2018년 4월 1000건, 도입 6년7개월 만인 2020년 7월 2000건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그리고 금년 5월까지 수술 건수 2500건을 넘기는 등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로봇수술센터 의료진은 임상과 간 효율적인 일정관리를 통해 환자가 진단 후 수술을 받기까지 걸리는 대기시간을 최소화하고, 밀착상담을 진행한다. 금년 3월에 추가로 도입한 제4세대 다빈치Xi 시스템은 기존 모델보다 기능과 편의성이 대폭 개선돼 더 세밀한 림프절 절제, 문합(접합)이 가능하다.

센터장인 이승주 교수(비뇨의학과)는 “로봇수술센터는 최신의 장비와 최고의 실력을 갖춘 의료진을 바탕으로 환자들이 최선의 치료를 받아 건강한 일상으로 조속히 복귀할 수 있도록 삶의 질, 수술 만족도를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타박스 개발 저력, K바이오 이끌 첨단 연구기지 추진

최첨단 연구단지로 건립이 추진되고 있는 ‘메디사이언스파크’ 조감도. 고려대의료원 제공

최첨단 연구단지로 건립이 추진되고 있는 ‘메디사이언스파크’ 조감도. 고려대의료원 제공

고려대 메디사이언스파크

고려대의료원은 바이러스 및 감염병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 역량을 갖고 있다. 1976년 신증후성출혈열을 일으키는 한탄이러스를 세계 최초로 발견했고, 백신인 ‘한타박스’ 역시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고려대의료원은 이 저력을 바탕으로 서울 정릉에 미래 K바이오를 이끌어갈 최첨단 연구기지를 건설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다름 아닌 고려대 ‘메디사이언스파크’ 건립이다. 건립 부지는 약 2만4000㎡(7150평)이며, 고려대를 비롯한 9개 대학과 병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 5개의 연구기관이 인접해 있다. 서울시는 이 일대에 바이오 스타트업 플랫폼(서울바이오허브)을 조성했다.

메디사이언스파크의 대표 시설은 ‘백신 이노베이션센터’다. 백신 개발을 위한 기초 연구와 후보물질 유효성 평가, 전임상 연구 플랫폼 등을 구축했으며 본격적으로 인류를 감염병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게 된다. 이외에도 첨단기술융합학과와 대학원, 디지털헬스케어, 의료데이터 산업체 등이 입주하는 융·복합 연구·개발(R&D) 콤플렉스로 조성될 계획이다.

이곳에서 특수분야 국제 보건의료 전문 인력을 배출하고, 산·학·연·병(의료기관) 협력을 이끌며, 동시에 GMP(우수 의약품 제조·관리 기준) 시설을 유치해 협업할 방침이다. 의료정보학 연구시설도 들어서 빅데이터 역량도 강화한다.

김영훈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안암·구로·안산병원, 그리고 서울바이오허브가 시너지를 내면 메디사이언스파크는 세계 수준의 연구단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인 환자 특성 고려 포괄평가시스템 개발 ‘눈높이 진료’

노인의료센터 의료진이 입원환자의 포괄평가 결과를 놓고 회의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노인의료센터 의료진이 입원환자의 포괄평가 결과를 놓고 회의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분당서울대병원 노인의료센터

여러 병원과 진료과를 다니느라 혼란스러운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진료는 무엇인지, 어떤 약을 어떻게 복용해야 효과적인지 정리해줄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출범한 곳이 분당서울대병원 노인의료센터다.

노인환자는 불편한 부분을 명확하게 표현하지 못할 때가 많다. 의학적 문제만이 아니라 여러 요인이 신체 증상을 야기하기 때문에 만성적·복합적 문제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도구가 필요하다.

이에 노인의료센터는 신체기능, 인지기능, 영양상태, 복용약물, 정서우울, 사회적 지지를 포함하는 ‘노인포괄평가시스템’을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의료진은 환자 개개인에 대한 평가를 통해 자신이 담당하는 질병 외의 정서상태, 영양상태, 약으로 인한 부작용 등을 파악한다. 다른 진료과에 협진을 의뢰할 수 있고, 증상이 해결되면 다시 기존 진료에 전념할 수 있게 된다.

노인의료센터는 노인환자에 대한 포괄평가시스템 및 다학제적 협진에 관해 학회와 해외 저널에 결과물을 발표하는 등 역할과 중요성을 계속해 알려 왔다. 다른 의료기관에서 벤치마킹을 위해 방문하는 것은 물론, 유사한 기능을 하는 센터를 만드는 사례도 늘어났다.

김광일 센터장(노인병내과)은 “노인환자의 눈높이에 맞는 진료가 이뤄지려면 환자가 가진 문제점들을 제대로 파악하는 일이 우선”이라며 “노인의 신체적·정신적 변화에 대해 이해하고 특성을 고려한 진료를 위해 각 진료과 교수 및 노인전문간호사, 약사, 영양사, 사회복지사가 노인환자에 대한 통합적 평가와 진료를 수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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