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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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우리만 옳고 너희는 틀리다? 정치가 해야 할 일은 조장이 아니라 조정
장면 하나. 서울 이태원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된 이태원 핼러윈 참사 시민분향소는 ‘이재명 상습 거짓말쟁이 구속 수사하라’ 등 플래카드로 둘러싸여 있다. 분향을 하러 가는 길에도, 분향을 하고 돌아선 다음에도 플래카드가 보인다. ‘더 이상 슬픔을 강요하지 말라’는 유가족을 향한 날선 말의 한편에 ‘세월호 팔아 집권한 문재인·이재명 민주당’을 비롯한 정치적 주장도 눈에 띈다. 한때는 ‘윤석열 잘한다’는 현수막도 걸려 있었다.장면 둘.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 거리에 ‘윤석열 퇴진’ 손팻말이 수없이 펼쳐졌다. 시민단체 ‘촛불전환행동’(촛불행동)이 지난 7일 개최한 ‘촛불대행진’의 일환이다. ‘김건희 특검’이 적힌 손팻말도 곳곳에 자리했다. 행사 중간 참석자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풍선을 손에 쥐었다. 사회자가 “윤석열 지구를 떠나라”고 구호를 외치자 강하게 움켜쥐어 터뜨렸다. 지지 집단들의 비윤리·반인권적 발언에 정치인들, 저지는커녕 방관하거나 추...
2023.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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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부 ‘담대한 구상’ 과연 북이 받아들일까…시 주석은 그걸 본 것”
안전 보장 없이 핵 포기하라는 건북 입장선 절대 수용할 수 없는 일이대로면 중국도 도움 줄 수 없어정권 따라 바뀌는 한국의 대북 정책일관성 없어 북 도발 악순환 반복중국 정치학계 석학으로 손꼽히는 자오후지(趙虎吉) 전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교수(70)는 지난달 23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남북관계 악화를 최근 동북아시아 정세에서 가장 큰 사건으로 꼽았다. 그는 “남북관계는 밑바닥이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악화일로로 가고 있다”면서 “남북관계가 계속 안 좋은 방향으로 치닫고 북한이 경제적으로 더 어려워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자오 전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중·미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하지 않고 미국과의 가치동맹을 선택하면서 스스로 외교적 활용 공간을 좁히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한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대표부를 설치한 데 대해 “아시아에 작은 나토가 형성되고 한국과 일본이 교두보가 되는 것 아...
2023.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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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정치’로 차별·혐오 조장…정치가 책임질 일은 “나중에”
노란봉투법·장애인권리보장법 등인권 보호할 법 제정 시급한데국민의힘은 시민 갈라치기 급급민주당은 ‘사회적 합의’ 핑계대며약자 보호법 처리에 미온적 태도“여당, 민주주의 기반 무너뜨리고민주당은 그런 혐오 정치에 편승”윤석열 정부 출범 첫해인 2022년 정치권에서 혐오정치가 본격화했다. 여성, 장애인단체, 노동조합을 겨냥한 공격이 늘어났다. 국민의힘은 시위하는 시민과 그러지 않는 시민을 갈라쳤다. 일부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 유가족의 절규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의제 해결을 회피하는 ‘나중에 정치’로 시민들의 요구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혐오정치를 막고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는 입법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여야가 극한 대립을 계속하는 사이, 인권 정책은 실종됐다. 국회 앞에서는 개혁 입법을 요구하는 단식 농성이 이어졌다. 시민단체는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을 요구하며 지난해 5월까지 ...
2023.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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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 난 너의 보호자 넌 나의 수호자
2012년 5월 어느날 이른 아침. 잡지 '빅이슈' 판매원인 임흥식씨(67)는 서울 영등포구의 사무실에서 잡지를 챙겨 판매 장소인 중앙대로 가기 위해 지하철역으로 바삐 걸음을 옮겼다. 그때 길가에서 자잘한 물건들을 파는 노점상이 보였다. 3개월쯤 된 새끼 강아지 세 마리도 좌판에 있었다.“무척 덥고 햇볕이 강하게 내리 쬐는 날인데 우산 하나 씌워놨더라고요. 불쌍하기도 하고 원래 동물을 좋아하기도 해서 가까이 들여다 봤죠.”복실복실 하얀 강아지 한 마리가 그에게 다가와 코를 킁킁거렸다. 인형처럼 예쁘고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 흥식씨가 선뜻 4만원을 꺼냈다. 그에겐 큰돈이다. “퇴근할 때 데리러 올 테니 다른 사람에게 팔지 말아요.” 주인에게 신신당부했다. 그날은 일을 하는 내내 강아지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일찍 일을 마치고 와보니, 강아지는 스티로폼 상자 안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이름은 제리라고 지었다. 감명 깊게 본 영화 <제리 맥과이어>가... -
핏줄도 나이도 안 따져, ‘情’으로 도전한 공동홈···이웃, 식구가 되다
“혼자서는 이렇게는 못 살쥬.”분홍색 신형 냉장고 양쪽 칸에는 식재료가 빽빽이 들어찼다. 제철 맞은 귤과 한과도 한 바구니 있다. 빨갛게 무친 무말랭이는 동나기 직전이다. 문짝은 피곤할 때 한 병씩 들이켜는 자양강장제 자리다. 바로 옆 김치냉장고에는 김장김치가 숨쉰다. 식탁 위엔 포슬포슬하게 찐 밤고구마가 손길을 기다린다. 하늘빛 타일로 꾸민 ‘왕언니’ 여예자씨(86)의 부엌은 특별한 구석이 있다.복숭아밭이 반기는 충북 옥천군 상삼마을. 이웃동네 영동에서 나고 자란 여씨는 열아홉에 이곳으로 시집왔다. 산전수전 다 겪으며 딸 셋에 아들 둘, 오남매를 길렀다. 자식들이 장성하면서 시골집 밥상에 올라오는 수저도 하나둘 줄었다. 미운 정 고운 정 든 남편은 20년 전 폐암으로 일흔 일곱에 세상을 떴다. 여씨는 “옛날엔 참깨, 들깨 농사도 하고 배추도 깔고 했다. 이제는 늙어서 농사도 내 손으로 못 짓는다”고 했다.예나 지금이나 오전 5시면 잠에서 깬다. ... -
오건영 신한은행 부부장 “개미보다 베짱이처럼…3고 피크아웃 길목 지켜라”
2022년 경제는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로 몸살을 앓았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40년 만의 최대인 8~9%로 치솟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기준금리를 1년 만에 0.25%에서 4.50%로 가파르게 올렸다.한국도 세계적인 물가오름세(인플레이션)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7월 중 물가상승률이 1998년 11월 이후 최고인 6.3%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인플레 파이터’를 자임하며 지난해에만 기준금리를 2.25%포인트 인상해 3.25%까지 끌어올렸다. 강달러가 위세를 떨쳐 달러·원 환율은 최고 1439.9원으로 치솟았다.지난해 경제 환경이 급변했던 만큼 올해 경제도 안갯속이다.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태평로 신한은행 본점에서 거시경제 전문가이자 ‘연준 해설가’로 잘 알려진 오건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부장을 만나 2023년 경제 전망을 들었다.오 부부장은 “미국의 노동 시장이 여전히 뜨거운 상황에서, 서비스 물가가 얼마나 빠르게 내려올...
2023.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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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모두 ‘안미경중’…공통 이해 기반해 ‘비대국’ 목소리 키워야”
일본 내 안보 위기 갈수록 커져 중국 현상 변경 시도, 북한 핵 보유‘반격 능력’ 보유는 합리적 수순 일 자위대, 독자적 활동은 어려워 일본 내 대표적 지한파로 꼽히는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교수에 따르면, 지금 한국과 일본은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한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다. 두 나라 모두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가 달갑지 않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중국의 공격적 대외정책과 북핵 문제로 인한 안보 위험에도 똑같이 노출돼 있다.기미야 교수는 지난달 28일 경향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한·일 양국 국민들이 한·일관계의 역사적 가치와 성취를 충분히 평가하지 않고 있다면서 경제발전과 인권,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쌓아올린 경험을 바탕으로 양국이 국제사회 문제 해결에 적극 목소리를 내고 협력하면 미·중 신냉전 시대에 양국의 입지를 넓힐 수 있다고 제언했다.일본 정부가 안보문서를 개정해 보유... -
민간 주도 복지 강화?…아이들과 노인 돌봄, 이미 ‘공공’의 손 떠나
윤석열 정부는 집권 2년차를 맞이해 주요 정책 추진 방향에서 ‘민간 주도’와 ‘시장 중심’이라는 색채를 강화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말 공공기관 정원을 1만2000명 이상 줄이기 위한 계획을 발표하는 등 공공 분야 감축을 위한 칼을 빼들었다. 민간 주도, 시장 중심은 복지 및 사회 서비스 분야에서도 예고됐다.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은 지난해 9월 윤석열 정부 복지 서비스 정책 방향에 관한 브리핑에서 “전 국민의 요구가 분명한 돌봄·요양·교육·고용·건강 분야의 서비스 복지를 민간 주도로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안 수석은 이후 국회에서 ‘민영화가 아니다’라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복지 서비스를 민간 주도로 고도화하겠다는 대통령실 발표는 여전히 취약한 복지 서비스 공공성을 후퇴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가 공공성 강화를 통한 복지 서비스의 질 향상을 목표로 내걸고 추진한 사회서비스원이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예산 및 인원 감축 논란을 겪고 있다.돌봄... -
학원 뺑뺑이, 조부모, 돌봄교실…돌봄 테트리스는 끝날 수 있을까
“전국민의 요구가 분명한 돌봄·요양·교육·고용·건강 분야의 서비스 복지를 민간 주도로 고도화하겠다.”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은 지난해 9월 윤석열 정부 복지 서비스 정책 방향에 관한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이렇게 말했다. 안 수석은 이후 국회에서 ‘민영화가 아니다’라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돌봄과 요양 등의 분야를 민간 주도로 재편하겠다는 대통령실 발표는 복지 서비스 공공성 후퇴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돌봄과 요양은 이미 상당 부분 민간 시장에 의존해 굴러가고 있다. 부모들이 믿고 맡길만한 공공돌봄이 부족해 초등아동 상당수가 방과 후 ‘학원 뺑뺑이’를 돌며 사교육 돌봄을 받는 풍경은 익숙해진지 오래다. 노인돌봄은 더 심하다. 노인돌봄의 99%가 민간 요양원 등 시장에 맡겨져 있다. 안 수석의 발언을 계기로 초등돌봄과 노인돌봄 현황과 공공돌봄 확대 방안을 2회에 나눠 점검했다.‘오후 2시 태권도, 3시 수학, 4시 영어, 수요일 저녁 수영, 금요일 오후 미술….’...
2023.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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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함께 사는 100만명…이들도 ‘가족’입니다
남남끼리 함께 사는 ‘비친족가구’인구로 따지면 ‘특례시’급 규모이들은 옆집의 ‘별난 가족’이 아닌젊고 일하며 고학력인 경우 많아오늘날 대한민국에서는 100만명의 사람이 ‘남’과 삽니다. 부인과 남편 사이도, 자식과 부모 관계도 아니지만 사랑하니까, 같이 있으면 편하니까, 혹은 그냥 어쩌다 함께하기를 택한 이들입니다. 통계에선 이들을 ‘비친족가구’로 규정하는데 이는 말 그대로 남남끼리 혈연도, 법적 혼인 관계도 아닌데 집을 이루고 사는 이들을 뜻합니다.이 같은 비친족가구의 증가세는 멈출 기미가 없습니다. 지금 추세라면 오히려 가속도가 붙을 수도 있겠습니다. 2000년 39만명으로 중소형 도시 인구 규모이던 비친족가구원은 20년 만에 101만5100명이 됐습니다. 만약 남남끼리 사는 사람들을 모아 도시를 만든다면, 그 크기가 경기 고양시·용인시, 경남 창원시 같은 인구 100만명 이상의 ‘특례시’ 규모가 될 겁니다. 이 추세면 ‘내가 살고 싶은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