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세계 각국 견제 치열

홍재원 기자

미·중 업체 노골적 “삼성 타도” 홈 텃세에 정부 지원 업고 공세

2011년 4월, 애플이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북부지법에 삼성전자에 대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을 때만 해도 업계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부품 협력관계에 있는 두 업체에 무슨 일이야 있겠느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애플의 공세는 거침없이 진행됐다. 당시 애플 최고경영자(CEO)였던 고 스티브 잡스는 “삼성은 카피캣(모방하는 사람)”이라고 공격했다. 애플은 이후 미국 무역위원회(ITC)에 삼성 제품 판매금지 조치를 요구하는 등 사실상 삼성 제품을 시장에서 완전히 밀어내겠다는 전략을 드러냈다.

삼성전자 등 국내 휴대전화 제조업체가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로 떠오르면서 해외 업체들의 견제도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 최대 경쟁사인 애플은 ‘홈 그라운드’인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10여개국에서 삼성과 특허침해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삼성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7일 “삼성은 애플이 삼성의 시장 지배력을 위축시키기 위해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분석한다”며 “1위로 떠오른 업체에 대한 세계 각국 업체들과 정부, 법원의 견제가 노골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법원과 무역위원회는 삼성에 다소 불리한 판결을 내놓고 있다. 아직 최종 결론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법원에서 배심원들은 삼성전자에 1조원 이상의 배상금을 매겼다. 루시 고 판사는 이 가운데 일부 배상금을 재심의하기로 했지만, 7000억~8000억원가량의 배상금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역위원회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제품들이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할 경우 미국으로의 수입 및 판매금지 조치를 내릴 수 있다. 속단하기엔 이르지만, 무역위원회도 미 법원 판단을 준용해 일부 제품에 판매금지 조치를 내놓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기업들을 상대로 특허소송을 벌여 수익을 내는 ‘특허괴물’들의 공격도 삼성과 LG에 집중되고 있다. 1월에도 미국 특허괴물 인터디지털이 삼성전자 갤럭시시리즈의 통신 기술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전문단체 ‘패턴트프리덤’ 집계로는 지난해에만 미국 특허괴물이 삼성전자에 37건, LG전자에는 24건의 특허소송을 제기했다.

중국 업체들도 공공연히 ‘타도 삼성’을 외치고 있다. 완 뱌오 화웨이 무선사업부 사장은 “3년 내에 삼성을 누르고 세계 최고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런 자신감 뒤에는 중국 정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정부는 최근 ‘7대 중점산업’을 선정해 2015년까지 최소 5개의 글로벌 전자업체를 키워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 7대 산업에 ‘차세대 정보기술(IT)분야’가 들어가 있다.

중국은 정부가 자국 산업을 육성하기로 결정하면 앞뒤 가리지 않고 전폭적인 지원을 쏟아붓곤 한다. 이미 액정화면(LCD)에서 삼성과 LG에 담합 판정을 내리고 과징금을 물린 바 있어 스마트폰에서도 국내 업체에 대한 견제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삼성 “특허인력 확충, 기술력으로 압도”

삼성전자는 중국 화웨이와 ZTE 등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스마트폰 속도와 화면 등에서 압도적인 기술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다음달 공개되는 갤럭시S4에는 눈동자로 화면을 움직이는 기능이 들어가는 등 첨단 기술이 총동원될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와 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배터리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부품경쟁력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새 운영체제(OS) ‘타이젠’에 대한 기대도 남다르다.

앞서 삼성의 독자 운영체제 ‘바다’가 통신사들의 외면으로 실패했지만, 이번엔 일본 최대 통신사인 NTT도코모와 유럽·남미 지역에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랑스 오렌지텔레콤 등 굵직한 통신사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어 상황이 다르다.

삼성전자는 또 미국 업체 등의 특허공세에 대비해 특허 전담 인력을 대거 확충하고 있다. 현재 500명 이상의 인력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3~4년 전보다 10배 이상 늘어난 숫자다.

디자인 특허를 중시하는 흐름과 미국의 자료수집제도(디스커버리) 등 현지 사정에 맞는 방어 수단에 대한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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