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 대통령, ‘세종시 논란’ 입장 밝혀야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 건설 논란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정운찬 총리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세종시의 행정 비효율성을 들어 “서울의 위성도시가 아니라 자족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원안 추진 불가’론을 편 탓이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당은 절대권력의 기만극이라며 반발하고 나섰으나 한나라당은 ‘원안 통과’라는 원칙론으로 맞서면서도 싫지 않은 기색이다. 이번 기회에 세종시의 계획 수정이 공론화했으면 하는 속내가 엿보인다.

정 후보자의 문제 제기는 소신이라기보다 여권 핵심부의 의도를 반영한 측면이 짙다는 판단이다. 그가 원안 수정의 근거로 내세운 행정 비효율성과 자족도시는 별개다. ‘행정’은 도시 성격이고, ‘자족’은 도시의 존립 근거일 뿐 대체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결국 행정의 비효율성론은 정 후보자가 스스로 밝힌 것처럼 “그림을 다시 그려보자는 뜻”, 즉 수정을 위한 공론화 그 자체가 목적이라는 실토나 다를 바 없다고 본다. 야권이 정 후보자가 첫 작품으로 세종시 원안 수정을 위해 총대를 메고 나섰다는 의혹을 보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원안을 수용했지만 내심 탐탁해하고 있지 않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행정’ 기능을 삭제하고, 도시 규모도 줄이고 싶어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그중 하나다. 따지고 보면 여권내 원안 수정론자들이 주장하는 ‘세종시=유령 도시화’ 우려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 의도가 아니라면 원안을 추진하면서 유령 도시화를 막는 대안을 함께 모색하면 될 일 아닌가.

이 대통령은 충청권의 반발을 의식해 세종시 건설의 반대나 수정 여론이 숙성될 때까지 구체적 언급을 피할 공산이 커 보인다. 하지만 세종시는 미흡하더라도 국민적 합의라는 점을 존중해 정부의 분명한 입장부터 밝히고 난 뒤 공론에 부치는 것이 순서다. 더 이상 모호한 자세로 소모적 논쟁을 방치해선 국정 동력만 상실할 뿐이다. 이른바 충청 출신의 ‘화합형 총리론’도 세종시 수정·축소를 위한 ‘맞춤형 총리론’으로 퇴색할 수 있음을 깊이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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