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김용란 건양대 김안과병원 교수

박효순 기자

소아 사시 수술 베테랑…‘봉사 경영’에 도전한다

미세 수술인 안과 수술 23년
환자 눈높이 맞춰 진료·상담

소아 사시 수술의 베테랑인 건양대 김안과병원 김용란 교수(52)가 올 1월 병원장에 임명돼 경영자로서의 길을 본격적으로 걷고 있다. 그는 아버지이자 설립자인 김희수 이사장(86)의 둘째 딸이다.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넌다’는 김 이사장이 딸에게 경영권을 맡기면서 아시아 최대 안과전문병원인 김안과병원의 새로운 역사가 어떻게 쓰여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 원장은 진료 현장에서의 오랜 경험과 병원 경영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다. 1962년 김안과병원 설립 당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병원에서 생활하며 원장인 아버지의 일손도 도와드리고, 중·고등학교 때는 아르바이트도 했다. 레지던트 때부터는 부친의 진료를 직접 도왔다.

사시 수술의 베테랑인 건양대 김안과병원 김용란 교수가 진료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는 금년 1월 병원장에 임명돼 부친의 뒤를 이어 최고 경영자로 나섰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사시 수술의 베테랑인 건양대 김안과병원 김용란 교수가 진료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는 금년 1월 병원장에 임명돼 부친의 뒤를 이어 최고 경영자로 나섰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제가 전공의 수련을 할 당시 아버지는 병원 관사에서 거주하며 밤에 응급환자가 오면 직접 환자를 챙기셨습니다. 딸이 집에 와 있을 때는 웬만한 야간 진료는 일단 맡기고 주무셨죠. 이때 뭔가 큰 효도를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아버지와 같은 과를 한 덕분에 레지던트 시절부터 조금씩이나마 진료를 도와드릴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김 원장은 1987년 연세대 원주의대를 졸업한 뒤 세브란스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를 마치고 1991년 안과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그해 김안과병원에 입사해 23년간 근무하면서 사시(소아안과), 시력교정수술, 눈꺼풀질환(안성형) 진료와 수술을 담당했다.

캄보디아 의료봉사 현장에서 수술 치료를 하고 있는 김용란 교수.  김안과병원 제공

캄보디아 의료봉사 현장에서 수술 치료를 하고 있는 김용란 교수. 김안과병원 제공

전문의 된 뒤 부친 병원 근무
올해 병원장 맡아 경영인으로

부친을 닮은 부지런함으로 진료에 매진하면서 한편으로 경영 수업도 받았다. 2000년 건양대 대학원 병원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 2010년 서울대병원 의료경영 고위과정을 이수했다. 부원장(2004~2005년, 2010~2013년)과 라식센터장도 지냈다. 2014년 1월1일자로 병원장에 임명됐다.

“김안과병원은 지난 50여년간 환자 중심이라는 원칙에 기반해 전문성을 축적해 왔습니다. 병원 간 경쟁이 심화되는 환경 속에서 전문성을 강화해 환자들의 신뢰를 공고히 하는 한편 인류의 눈 건강 증진을 위한 나눔실천도 확대할 것입니다.”

김용란 교수가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검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김안과병원 제공

김용란 교수가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검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김안과병원 제공

안과의사인 김희수 이사장은 현재 건양대 총장을 맡고 있다. 김안과병원을 세계적인 전문병원으로 키운 ‘성공시대’의 주역이다. 건양대학교를 설립하고 건양대병원을 국제 수준의 종합병원으로 육성했으며, 지금도 우수한 보건의료 인력 양성의 일선에서 뛰고 있다.

“부모님이 지난해 회혼식을 하셨어요. 어머니는 남편 내조하면서 네 자녀를 손수 키우셨죠. 한없이 기댈 수 있고 따뜻한, 어머니의 표상을 다 갖고 계신 분입니다. 경영 수업은 따로 했다기보다는 아버지 밑에서 자연스럽게 배웠다고 하는 게 맞을 거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아버지 성격을 많이 닮았고, 주변에서도 그렇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지난 1월 병원장에 임명된 김용란 교수가 취임식장에서 아버지 김희수 총장의 축하를 받고 있다. 김안과병원 제공

지난 1월 병원장에 임명된 김용란 교수가 취임식장에서 아버지 김희수 총장의 축하를 받고 있다. 김안과병원 제공

김 원장은 3녀1남 중 차녀다. 그만이 의사가 됐다. 남동생은 경영학을 전공해 건양대 부총장으로 있다. 남편은 성형안과의 베테랑으로 꼽히는 김안과병원 김성주 교수다. 레지던트 2년차 때(1989년) 결혼해 두 아들을 두었다. 레지던트 3년차이던 1990년에 낳은 큰아들은 올해 가천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했고, 1992년생인 둘째는 군복무 중이다.

“아버지는 ‘사회공헌도 경영’이라고 늘 강조하십니다. ‘뿌리지 않고 거둘 수는 없다. 뿌린 대로 거둔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이 세상의 진리라는 것이지요. 봉사를 하지 않고 병원이 잘되기를 바랄 수는 없다는 겁니다. 이런 자세는 아버지가 할머니로부터 체득한 것입니다. 할머니는 이웃에게 정말 잘하셨어요. 김안과병원이 큰 무리없이 잘 커온 것도 할머니께서 공덕을 쌓은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창일 건양대의료원장(재활의학과)은 “김용란 교수는 환자와 보호자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을 해주고, 진료뿐 아니라 원장으로서 부지런하고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매우 섬세한 손놀림으로 미세수술인 안과 수술에서 훌륭한 결과를 도출하는 베테랑”이라고 평했다.

“아버지께서 저에게 원장을 맡기실 때 ‘잘하라’고 단 한마디만 해서 좀 서운했습니다. ‘잘할 수 있을 거야’라는 격려 대신 무거운 책임을 지워주신 셈이니까요. 원장이 된 뒤 직원들을 볼 때 이름을 외우는 등 소소한 것에도 관심이 많아졌어요. 3년 임기 동안 병원 전체를 보는 시각으로 지치지 않고 꾸준하게 나갈 것입니다. 여성의 장점인 소통을 통해 개인적인 리더십보다 김안과병원에 20년, 30년 근무한 구성원들과 호흡을 함께할 것입니다. 화합이야말로 어려운 의료환경을 헤쳐나가고 병원의 발전을 이루는 요체니까요.”

김용란 교수가 말하는 소아의 눈 건강

어린아이들은 눈에 이상이 생겨도 자신의 상태를 잘 설명하지 못한다. 방치하면 치료가 힘들어지기 때문에 평소 보호자가 주의깊게 살펴봐야 한다. 소아의 눈 건강과 관련해 크게 근시, 사시, 약시 3가지를 주의해야 한다.

시력이 떨어져 병원을 찾은 어린이 환자의 눈 상태를 점검하고 있는 김용란 교수.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시력이 떨어져 병원을 찾은 어린이 환자의 눈 상태를 점검하고 있는 김용란 교수.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근시는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착용해 해결할 수 있지만 고도근시일 때는 불편한 것뿐만 아니라 망막질환이나 녹내장 등 중증 안과질환도 발생하기 쉽다.

사시는 국내 어린이의 2~4%에서 나타나는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사시는 보호자가 잘 관찰하면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조기에 알아내기가 어려우므로 이상한 느낌이 들 때는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약시는 눈에 다른 질환이 없는데도 안경으로 시력교정이 안되는 경우를 말한다. 대개 한쪽 눈에만 약시가 나타나 반대쪽 눈은 잘 보이기 때문에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어릴수록 약시 치료의 효과가 좋다. 만 7~8세가 넘어가면 치료가 잘 안된다. 약시의 치료는 부모, 의사, 환자 모두 적극적이어야 한다.

아이가 TV를 자꾸 앞으로 다가가 본다거나 먼 곳을 보며 눈을 찡그리곤 할 때, 특별한 원인 없이 머리가 자주 아프다거나 어지럽다고 하고 눈을 자주 비비거나 깜빡이는 증상을 보이면 안과에서 정확한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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