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중 흡연, 심혈관 건강에 ‘적신호’

최종일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의술인술]운전 중 흡연, 심혈관 건강에 ‘적신호’

매일 아침 거의 같은 시각에 출근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한두 해 전부터 점점 늘어나는 걸 느끼곤 한다. 여유 있게 출발한다고 생각했는데 예상 시간을 넘겨 도착해 회의에 늦게 되는 민망한 경우도 더러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접촉을 피하려는 자가운전자의 증가, 더 엄격해진 도심 내 속도제한 규정, 새벽 배송 같은 다양한 경제활동으로 인한 차량 증가 등이 그 원인일 것으로 짐작된다. 예전에 새벽 3시 반부터 일과를 시작했다던 정주영 회장처럼 우리 국민이 더 부지런해지고 이른 시간부터 활동한다는 것은 나라가 역동적으로 돌아간다는 걸 반영하는 고무적인 현상이라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

교통흐름이 더뎌지게 되면서 껄끄러운 일들을 종종 접하게 되는데, 그중 하나가 운전 중 흡연이다. 악화된 교통체증하에서 운전을 하면 스트레스도 많아지고, 흡연이 백해무익하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팩트’임에도 애연가들의 손이 자연스레 담배로 향하는 건 인지상정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운전 중 흡연을 단순히 개인 행위로만 치부할 수 없는 면을 의학적 측면을 고려한 이유들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첫째, 우선 본인 건강에 너무 안 좋다. 흡연자의 경우 폐암 등 장기적인 합병증 발생 위험 이외에, 가뜩이나 스트레스가 높아지는 운전 중에는 교감신경계 활성이 증가되고, 이로 인해 말초혈관의 수축과 심박수 증가 등 심혈관 자체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실제 필자의 환자분 중에 운전 중 치명적인 심장부정맥 발생에 의한 의식소실로 인해 아찔한 순간을 경험하신 분들이 드물지 않다.

심장마비로 인한 급사의 위험 요인 중에서 ‘조절이 가능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금연이다. 미국에서 이뤄진 30년간의 추적관찰 연구에 의하면, 심장마비로 인한 급사의 위험도가 비흡연자에서보다 흡연자에서 약 2.5배 높았으며, 하루 1~15개피의 소량~적당량 흡연의 경우에서도 5년마다 급사의 위험도가 8% 증가된다고 보고됐다. 흥미로운 것은 금연 후 20년이 지나는 시점부터는 급사의 위험도가 한 번도 흡연한 적이 없는 비흡연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감소하게 된다는 점이다.

둘째, 운전 중 사고 위험이다. 외국 연구에 의하면 비흡연자에 비해 흡연자에서 교통사고 위험은 약 1.5~2배 높고, 발생 건수는 적은 편이긴 하나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 위험이 30~50%가량 높다는 보고도 있다. 담배를 찾거나 불을 붙이는 행위는 운전 집중을 산만하게 할 뿐만 아니라 운전 중 흡연 시 한 손에는 담배를 거치해야 하는 상황이니 동작이 부자연스러워지고 정상적인 운전 활동에 방해가 될 수 있어 사고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

셋째, 간접흡연과 쓰레기 투척의 문제이다. 정차 중 조심스럽게 담뱃재를 터는 정도는 애교에 속한다. 이러한 행동의 대다수는 습관적으로 행해지는 경우이다. 흡연 차량을 뒤따르는 주변 운전자들은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어찌할 방편이 없다고 생각해 피해가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꺼지지 않은 담배 불씨에 의해 다른 차량의 대형 화재로 이어진 경우도 있다는 걸 고려하면 의식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개인의 흡연 권리도 보장해야 되지 않나?’라는 일부 주장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본인의 건강뿐 아니라(사랑하는 가족에게 영향을 줄 수도 있으므로 본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타인에게도 심각한 위험을 야기할 수 있는 공공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 심각성이 크다고 하겠다.

오늘도 고생하시는 흡연 운전자분들께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 당장 금연하십시오. 한가지 더, “도로는 재떨이가 아닙니다”.


Today`s HOT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불타는 해리포터 성 해리슨 튤립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