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2000명 마을에 들어선 ‘만물상’···감물커뮤니티 편의점·빨래방

이삭 기자
충북 괴산군 감물면 주민들이 만든 ‘감물커뮤니티 편의점·빨래방’ 전경. 이삭 기자.

충북 괴산군 감물면 주민들이 만든 ‘감물커뮤니티 편의점·빨래방’ 전경. 이삭 기자.

지난 20일 오후 충북 괴산 감물면사무소 주차장 옆 1층짜리 옛 감물면장 관사에 ‘감물커뮤니티 편의점·빨래방’이라는 현수막이 붙어있었다.

82.6㎡ 규모의 건물 내부로 들어서니 대형 코인 세탁기가 분주히 돌아가고 있었다. 건조기와 운동화 세탁기 등도 있어 마치 도시에 늘어나고 있는 빨래방 같았다. 같은 건물에는 작은 편의점도 있었다. 나무로 짜인 진열대에 화장지·키친타올, 라면·과자·땅콩·건어물 등의 식품, 소화제·해열제·진통제 등 상비약까지 갖춰져 있었다.

이곳은 감물면 지역 주민들이 만든 ‘감물커뮤니티 편의점·빨래방’으로 쉽게 말해 만물상 같은 곳이다. 주민 52명으로 구성된 감물면 마을기획단은 옛 감물면장 관사를 새로 단장해 지난 13일 임시로 문을 열었다.

기획단이 빨래방과 편의점을 만든 것은 지역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감물면은 2013명의 주민들이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이다. 이 중 65세 이상 노인들이 4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 마을에서 제대로 된 슈퍼마켓은 농협에서 운영하는 하나로마트 한 곳이 전부다. 이마저도 오후 6시가 넘으면 문을 닫는다. 약방은 30여년 전 일찌감치 사라진 탓에 주민들은 소화제·진통제 등도 쉽게 구할 수 없다.

안경준 감물면 마을기획단장(67)은 “주민들이 이불 등을 세탁할 수 있는 빨래방을 가기 위해선 차로 1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읍내로 나가야 한다”라며 “또 오후 6시 이후 물품을 사려면 성불산을 넘어 칠성면 편의점까지 가야 해 주민들의 불편함이 컸다”라고 말했다.

충북 괴산군 감물면 ‘감물커뮤니티 편의점·빨래방’에서 지난 20일 오후 노미경 감물면 마을기획단 부단장이 세탁 봉사를 위해 빨래를 세탁기에 넣고 있다. 이삭 기자.

충북 괴산군 감물면 ‘감물커뮤니티 편의점·빨래방’에서 지난 20일 오후 노미경 감물면 마을기획단 부단장이 세탁 봉사를 위해 빨래를 세탁기에 넣고 있다. 이삭 기자.

감물면 마을기획단은 괴산군이 추진하는 신활력플러스사업 공모에 선정돼 사업비 1억원을 지원받았다. 또 월세 40만원에 괴산군으로부터 옛 감물면장 관사를 빌렸다. 기획단 구성원 중 10명이 출자금을 모아 감물커뮤니티 편의점·빨래방을 운영하기 위한 ‘달천신나는협동조합’도 꾸렸다.

빨래방과 편의점을 시범 운영 중인 협동조합은 지역 홀몸노인들의 빨래를 걷어 대신 세탁해주는 봉사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매년 두 차례 이같은 무료 빨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협동조합은 빨래방 영업 신고와 편의점 주류판매업 신고 등을 절차를 밟은 뒤 오는 5월 중 정식으로 운영에 나선다.

주민들의 기대감도 크다. 최근 협동조합의 도움으로 겨울 이불을 세탁했다는 박형래씨(97)는 “어깨가 아파 이불을 빨 때마다 딸이 찾아와 해줬는데 이제 딸이 없어도, 내가 힘을 쓰지 않아도 돼 편하다”고 말했다.

임소희 감물면 부면장(53)은 “빨래방이 언제 정식으로 문을 여는지 주민들의 문의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며 “면사무소에 근무하는 직원들도 빨래방 운영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협동조합은 빨래방과 편의점을 밤늦은 시간까지 운영할 방안을 고심 중이다.

전영의 감물마을기획단 사무국장은 “정상 운영을 시작하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역 주민 1명을 고용해 관리를 맡길 계획”이라며 “무인점포 등 24시간 운영 시스템을 갖추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충북 괴산군 감물면 ‘감물커뮤니티 편의점·빨래방’ 진열대에 라면과 과자 등이 놓여 있다. 이삭 기자.

충북 괴산군 감물면 ‘감물커뮤니티 편의점·빨래방’ 진열대에 라면과 과자 등이 놓여 있다. 이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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