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어머니’ 20명, 빗속 4시간 침묵…광주 도심 곳곳 ‘가짜 사과 반대’ 현수막

광주 | 강현석 기자

묘역 길목 몸으로 막아서며 기자들 질문에도 묵묵부답

오월 어머니회 등 5·18 관련 단체 회원들이 10일 국립5·18민주묘지 추모탑 앞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참배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광주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오월 어머니회 등 5·18 관련 단체 회원들이 10일 국립5·18민주묘지 추모탑 앞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참배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광주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10일 오후 1시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 비옷 한 장만 걸친 ‘오월 어머니’ 20명이 묘역 앞에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5·18민중항쟁추모탑 앞에 설치된 제단으로 접근하는 길을 막아섰다. 어머니들은 ‘가짜사과 필요 없다 광주에 오지마!’ 등이 적힌 팻말을 가슴에 품었다.

어머니들은 침묵하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18묘지를 참배하고 돌아간 오후 4시40분까지 자리를 지켰다. 현장에 있던 50여명의 광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도 “윤 후보의 가짜사과는 필요 없다. 우리도 침묵하겠다”고 말했다.

5·18묘지 주변과 광주 도심 곳곳에는 윤 후보의 광주 방문을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5·18묘지와 망월동 구묘역 인근 도로에는 ‘5·18 부정, 모욕! 전두환 닮은꼴! 광주시민 한뜻으로 거부한다’ ‘정략적인 가짜사과쇼 필요 없다!’는 내용의 플래카드 50여개가 걸렸다. 광주지역 10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9일 윤 후보의 광주 방문을 반대하는 ‘플래카드 걸기’ 운동을 제안했다. 기우식 참여자치21 사무처장은 “광주 전역에 수백개 플래카드가 내걸린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5·18기념재단과 5·18민주유공자유족회,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구속부상자회는 윤 후보 참배 직후 성명을 내고 “지극히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도대체 사과를 왜 하는지 5·18과 시민들은 참으로 어이없다”면서 “자신이 선택한 일정과 장소 방문만을 공개한 사과 행보는 지극히 일방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에게 5·18 문제에 대한 답변을 요청한 것”이라며 “사과의 마음이 어떻게 구체화되는지 주시하겠다”고도 했다.

광주지역 100여개 시민사회단체도 공동성명을 내고 “쇼로 그친 윤석열의 거짓 참배를 규탄한다”고 했다. 이들은 “오월 어머니들의 비통한 반대에도 윤 후보는 기어이 참배를 하겠다며 오월 영령이 잠든 민주묘지를 찾아왔다”며 “진정한 사과의 전제로 내세운 구체적 요구에 대한 답변 없이, 분향 없는 거짓사과를 마치고 돌아섰다”고 했다.

이들은 “광주공동체가 요구한 5·18 망언자들에 대한 제명 요구에 답했어야 했고 헌정질서를 유린한 전두환의 국립묘지 안장도 단호한 반대 입장을 천명해야 했다”며 “이런 조치를 생략한 5·18의 헌법 전문 수록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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