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단체 ‘공개 반대’ 전 보훈부 주도 비밀 회동 있었다

고귀한 기자

광고낸 부상자회·공로자회, 작년 보훈부 산하 공법단체 출범

유족회 “공원 논의 사실” 시민단체 “맹목 추종 말고 자숙을”

신문 광고를 통해 ‘정율성 역사공원’ 사업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5·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와 공로자회가 광고 전 국가보훈부 관계자들을 만났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공법단체로 출범한 이들 단체는 보훈부의 예산 지원을 받는다.

29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5·18민주화운동 공법 3단체 황일봉 부상자회장과 정성국 공로자회장, 양재혁 유족회장은 지난 25일 오전 8시쯤 광주 서구 한 호텔에서 보훈부 직원 3명과 비공개 모임을 했다.

이 자리는 ‘현안에 대해 논의하자’는 보훈부의 요청에 따라 전날 오후 급작스럽게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아침 식사를 겸해 40분 정도 이어진 대화에서는 광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정율성 역사공원 사업에 관한 논의가 주를 이뤘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지난 2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율성 공원 조성 철회를 요구하는 등 연일 광주시를 비판하고 있다. 양재혁 회장은 “비공개로 진행된 만큼 당시 논의 내용에 대해 발언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다만 정율성 공원과 관련한 대화를 나눴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보훈부 관계자들을 만난 이후 일부 5월 단체들은 광주시가 추진 중인 정율성 공원 사업을 비판하는 광고를 냈다.

5·18부상자회와 5·18공로자회는 4·19민주혁명회, 4·19혁명희생자유족회, 4·19공로자회와 함께 지난 28일자 조선일보·동아일보·문화일보 등 3개 신문에 정율성 공원을 반대하는 광고를 실었다.

다만 5·18유족회는 이사회 논의를 통해 “정치적 이념에 따라 인물에 대한 평가가 나뉘는 것은 맞지 않다”며 광고에 참여하지 않았다. 지난해 공법단체로 새로 출범한 5월 단체들은 보훈부로부터 각종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광주 지역에서는 정율성 공원 조성 철회를 위해 보훈부가 5·18단체를 이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기훈 오월정신 지키기 범시도민 대책위원회 대변인은 “보훈부가 5·18 3단체와 비공개 모임을 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 등 지역 92개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성명을 내고 “5·18 두 단체가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반대 광고를 내면서 오월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등 보훈부의 주장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있다”며 “두 단체는 부화뇌동하지 말고 자숙하라”고 비판했다.

보훈부는 5·18 3단체 회장들과 만난 데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경향신문은 이날 보훈부에 만남을 요청한 이유가 무엇인지, 정율성 공원 조성 반대를 요구했는지 등을 질의했지만 답변이 오지 않았다.

황일봉 회장은 “보훈부와는 보훈단체들의 동향에 대해 이야기했을 뿐이다”라며 “5·18 3단체와 보훈부는 수시로 정보를 주고받고 자주 만나는 만큼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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