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귀한 꽃송이버섯, 왜 구로구 주택에서 자랄까

류인하 기자

SH 임대주택에 농장 꾸린

구로시니어클럽 ‘시티팜’

어르신 8명 2인1조 교대로

‘천적’ 푸른곰팡이 억제하며

고가의 항암버섯 키워내

최수자 어르신(왼쪽)과 송현순 팀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구로구 오류동 주택가에 마련된 꽃송이버섯 재배장에서 버섯을 살피고 있다. 구로구 제공

최수자 어르신(왼쪽)과 송현순 팀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구로구 오류동 주택가에 마련된 꽃송이버섯 재배장에서 버섯을 살피고 있다. 구로구 제공

주택가 한복판에서 버섯을 키우는 곳이 있다. 집 전체가 버섯생육장이다. 자란 버섯은 중간유통 단계 없이 지역 생활협동조합 등을 통해 판매된다.

국내에 자생하는 꽃송이버섯은 암세포를 억제하는 ‘베타글루칸’ 성분을 다량 함유해 항암식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키우는 과정이 꽤 까다롭다. 자연에서도 한여름에만 잠깐 채취가 가능하다. 고도 1000m 이상 산지에서 자라며, 습도와 온도에 민감해 생장 요건이 맞지 않으면 금방 죽어버리기 일쑤다. 그래서 1㎏당 10만원에 거래될 정도로 고가다.

서울 구로구 오류동 다세대주택 지하에선 이 ‘귀한’ 꽃송이버섯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버섯의 생장을 촉진하고, 천적인 푸른곰팡이 생장을 억제하는 이곳만의 기술 덕분이다.

구로구 구로시니어클럽은 지난 10월부터 시장형 일자리사업으로 주택가에 ‘꽃송이버섯’ 재배·판매 농장을 마련했다. 서울도시주택공사(SH)가 매입한 임대주택을 활용해 ‘시티팜’ 사업장을 차린 것이다. 이곳에는 8명의 어르신이 2인 1조로 나눠 하루 3시간씩 격일로 근무한다. 어르신들의 주요 업무는 꽃송이버섯 생육환경을 최적 상태로 유지하는 일이다.

“아침에 출근하면 말린 꽃송이버섯차 한 잔을 마셔요. 그다음에 버섯생육장 안에 밤새 틀어놓은 가습기 물과 배양액을 채워넣고, 물로 흥건해진 바닥을 전부 닦아내요. 배양액이 방 안 전체에 고루 퍼져야 푸른곰팡이가 퍼지지 않는데 가끔 배양액이 닿지 않는 곳에 푸른곰팡이가 보인다 싶으면 버섯 위치를 바꿔주는 등의 작업을 합니다.”(최수자 어르신·80)

수확기에 접어든 버섯을 채집해 무게별로 포장하는 일도 어르신들의 몫이다. 팀장인 송현순 어르신(65)은 “이것저것 챙기다보면 하루 3시간이 금방 지나간다”고 말했다.

꽃송이버섯 재배 사업은 시작한 지 이제 한 달이 조금 넘은 신생 사업이어서 판로 확보가 관건이다. 현재는 생협과 입점계약을 맺고 납품하고 있다. 중간유통 과정이 없어 시중가보다 40% 이상 저렴한 가격에 판매된다. 두레생협이나 한살림 등 여러 로컬판매점 판로 확보도 진행 중이다. 관내 요양병원에도 한 차례 납품했다.

직원들은 지인이나 친척, 친구들에게 꽃송이버섯을 홍보하고 직접 판매에도 나서고 있다. 재배부터 수확, 포장, 홍보까지 모든 일을 도맡고 있는 셈이다.

양임순 구로시니어클럽 관장은 “시장형 일자리 사업은 이곳에서 나온 수익으로 어르신들의 급여와 관리비, 재료비 등을 지급하기 때문에 통상의 공공 일자리와 성격이 다르다”면서 “어르신들도 가게를 직접 꾸려 나간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일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꽃송이버섯 사업장은 전국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일자리로, 어르신들과 함께 키워 나가는 사업이라는 점에 차별성이 있다”고 말했다.

구로시니어클럽은 다양한 유형의 시장형 일자리를 발굴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직접 만들고 판매까지 하는 피자집을 비롯해 현재 총 8개 시장형 일자리 사업장을 운영 중이다. 편의점사업 1·2호점을 비롯해 책배달 서비스, 샐러드 정기 배송 및 케이터링 서비스 ‘담아드림’, 종이쇼핑백 작업장 등에 일하는 60세 이상 어르신만 107명에 달한다. 60세만 넘으면 누구나 일할 수 있다.

1일 구로구 관계자는 “시장형 일자리는 어르신들이 일하는 보람을 느끼게 하고,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며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면서 “앞으로도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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