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보안법 멋대로 적용 ‘혼란’ 키운다

정제혁·구교형·황경상 기자

허가받은 방북은 ‘탈출·잠입’, 국내 반미활동은 ‘찬양·고무’

남북교류협력법과 충돌

국가보안법과 남북교류협력법이 충돌을 일으켜 혼란을 주고 있다. 정부 허가를 받아 방북한 경우에도 국가보안법상 잠입·탈출죄가 적용되고, 정부에 신고한 북한 인사를 만나도 보안법상 회합·통신 혐의로 처벌받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검찰은 통일부 승인에 관계 없이 반국가적 영역에서 활동했다면 국가보안법 처벌 대상이라는 입장이지만, 일단 허가받은 방북에 대해 추후 처벌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이진한 부장검사)는 지난 2일 최영옥 진보연대 자주통일위원장(40)과 이 단체 회원 정모씨(48·남)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6일 한충목 진보연대 공동대표(52)를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들은 보안법상 특수잠입·탈출, 찬양·고무, 회합·통신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한 대표 등은 리창덕 북한 민화협 사무소장 등과 만나 교류협력 사업에 대해 협의하겠다며 2004년 12월17일 통일부에 북한주민접촉 신청서를 냈다. 통일부는 이를 승인했고, 한 대표 등은 12월 22~23일 리 사무소장 등과 세 차례 만났다.

검찰은 이들의 방북에 대해 보안법상 특수탈출 혐의를 적용하고, 민화협 관계자들과 만난 데 대해선 회합·통신 혐의를 적용했다. 방북 뒤 귀국한 것은 특수잠입 혐의, 국내에서의 반미활동은 찬양·고무 혐의 적용 대상이 됐다.

공상훈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남북교류협력법의 영역은 교류협력과 관련된 내용에만 적용된다. 교류협력의 범위를 넘어서는 반국가단체 활동과 혼동하면 안된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들이 회합에서 반미활동 지침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 대표 등은 귀국해 ‘맥아더 동상 철거투쟁’ 등을 주도했다. 이들은 이후에도 2007년 11월까지 중국 심양과 북한 개성에서 민화협 관계자들과 네 차례 더 접촉한 뒤 국내에 들어와 반미운동을 벌였다고 검찰은 밝혔다.

문제는 ‘반국가적 활동’의 정의가 모호해 자의적 해석의 소지가 크다는 점이다.

검찰이 방북한 개인·단체의 성향과 활동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남북교류협력법 9조(남북한 방문)는 보안법 6조(잠입·탈출)로, 남북교류협력법 13조(반출·반입의 승인)는 보안법 5조(자진지원·금품수수)로, 남북교류협력법 9조의2(남북한 주민 접촉)와 22조(통신 역무의 제공)는 보안법 제8조(회합·통신 등)로 대체 적용될 수 있다. 검찰은 한 대표 등의 방북부터 귀국 뒤 활동까지를 ‘의도적 특수탈출 → 회합·통신 → 특수잠입 → 찬양·고무’ 과정으로 연역적으로 재구성했다. 한 대표가 처음부터 의도를 갖고 방북해 일련의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 헌법상 북한은 전쟁 당사국이자 평화통일 상대라는 이중적 존재이고, 그를 반영한 하위 법률이 남북교류협력법과 국가보안법”이라며 “남북교류협력법의 정신을 존중하면서 국가보안법을 적용하는 규범조화적 법 해석을 해야 하는데 지금 검찰의 정신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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