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로비 수사 정치·언론계 ‘조준’

이범준 기자

김두우 금품수수 정황 포착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를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부장 최재경)가 수사 개시 6개월 만에 청와대 고위 인사의 혐의를 포착했다. 중앙일보 정치부장 출신의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54)이다. 검찰의 저축은행 비리사건 수사에서 청와대 고위급 인사가 소환되는 것은 처음이다. 앞서 검찰은 청와대 정무비서관 출신인 김해수 한국건설관리공사 사장(53)을 불구속 기소했지만 김 수석에 비해 중량감은 떨어진다.

검찰은 김 수석의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김 수석은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71·구속)로부터 골프 접대와 상품권 등을 받은 뒤 부산저축은행의 각종 청탁을 들어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수사 초기 로비 명목으로 15억원을 박씨에게 줬다는 김양 부산저축은행 부회장(58)의 진술을 확보했다. 그러나 이미 박씨는 캐나다로 도피한 상태였다. 박씨가 지난달 말 돌연 귀국하자 검찰은 박씨를 구속한 뒤 15억원의 사용처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박씨는 주로 개인 용도로 썼고 나머지도 개인금고에 현금으로 있다며 입을 닫았다. 검찰은 그러나 통화내역과 골프장 출입기록 등을 바탕으로 추궁한 끝에 박씨로부터 일부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는 정치권은 물론 재계와 언론계까지 두루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입을 연다면 충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씨 인맥이 언론계를 시작으로 퍼져나갔다는 점을 감안하면 언론인 출신 정치인들이 검찰의 1차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검찰 수사가 야당으로 향할 수도 있다. 정치적 균형을 고려하는 검찰이 청와대나 여당만 치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검찰은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던 120개 특수목적법인 가운데 캄보디아 프로젝트와 순천 왕지동 아파트 사업 등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이 사건들은 모두 야당 인사가 로비 대상으로 의심받는 사업이다. 검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사업과 관련해 김양 부회장을 매일 불러 조사하고 있고, 순천 사업은 도주한 서모씨에 검사를 지정해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성과를 거둘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알선수재죄는 자백할수록 자신의 죄도 늘어나는데, 16일 기소되는 박씨가 더 이상 수사에 협조할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도 “검사가 피의자 입에만 매달린다고 비판하지만, 이런 수사는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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