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주총 전 ‘살생부’ 발표 가능성

박병률·김지환 기자

이달 말 정기 주주총회를 앞둔 저축은행 업계가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통상 주총은 주주들의 축제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금융당국의 저축은행 2차 구조조정이 주총에 앞서 발표될 가능성이 커 살아남지 못하면 주총 자체가 의미를 잃게 된다.

대형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15일 “대부분의 저축은행이 살아남기 위해 계열사 매각, 유상증자, 부동산 매각 등 당국이 원하는 ‘종합선물세트’를 마련하고 있다”며 “다음주 초 당국이 부실 저축은행 명단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아 주총과 실적 공시 전에 살생부가 드러날 판”이라고 말했다.

증시에 상장된 저축은행은 한국·진흥·푸른·서울·신민·솔로몬·제일저축은행 등 7곳이다. 오는 28일 주총을 여는 솔로몬을 제외한 6개 저축은행이 27일 주총을 개최한다고 공시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 등 비상장 저축은행도 27~28일 주총을 열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사 중 실적을 공시한 곳은 솔로몬과 제일을 제외한 5곳으로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했다. 푸른저축은행은 자회사인 푸른2저축은행의 매각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85개 저축은행에 대한 경영진단을 이미 마쳤고, 각 저축은행은 건전성 확보를 위한 자구안을 지난 14일까지 제출했다.

저축은행 구조조정 대상은 경영진단 결과에 자구안을 반영해 선정한다. 경영진단 당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다소 낮더라도 이후 이뤄진 자구노력에 따라 ‘구제’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저축은행의 자구노력은 대주주 유상증자, 계열사 매각, 부동산 자산 매각 등 세 가지 방식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신민저축은행은 지난 9일 자기자본 잠식으로 주권매매거래가 정지됐지만 27일 주주총회에서 유상증자를 통해 주권매매를 재개토록 할 예정이다. 서울저축은행은 지난 9일 웅진캐피탈을 상대로 900억원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솔로몬저축은행도 지난 14일 공시를 통해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해 1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제일저축은행은 계열사인 제일2저축은행 매각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솔로몬저축은행은 서울 테헤란로 인근의 빌딩 두 채를 매각하기로 했다. 솔로몬저축은행 관계자는 “올해 6월 말 현재 BIS 비율이 최소한 9.2%로 집계됐다”며 “9월 중 진행하고 있는 부동산 매각, 유상증자 등을 고려하면 BIS 비율이 10%를 상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저축은행이 실적을 공시하지 못하는 이유는 회계처리 기준을 놓고 당국과 이견이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기준을 깐깐하게 적용하면서 곳곳에서 충돌이 빚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특히 중소형 저축은행의 경우 1∼2건의 사업장만 부실로 잡혀도 BIS비율이 급락해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일부 저축은행이 아직 실적공시를 하지 않는 것은 금융당국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나쁜 공시결과가 나오면 금융당국의 발표 전에 사실상 부실을 스스로 자백하는 꼴이 되다보니 물러설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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