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CJ회장 조직적 미행 확인 ‘벌금 10만원씩’

백인성 기자

업무방해 인정 안해… 불안감 조성 혐의만 적용

검찰, 삼성물산 감사팀 부장 등 4명에 약식명령

지난 2월 삼성그룹 직원들이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조직적으로 미행했다는 의혹이 검찰 조사결과 사실로 확인됐다. 검찰은 그러나 “적용 법률이 마땅치 않다”면서 삼성 직원들에게 벌금 10만원을 물리는 것으로 대신했다. 미행을 지시한 ‘윗선’도 밝혀내지 못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 2부(고흥 부장검사)는 6일 이재현 CJ 회장을 미행한 혐의(경범죄처벌법 위반 등)로 고소당한 삼성물산 감사팀 이모 부장(44) 등 4명에 대해 각 벌금 10만원씩의 약식 명령을 청구했다고 6일 밝혔다.

이들에게 중국인 명의 대포폰 5대를 전달한 삼성전자 감사팀 나모 차장(43)은 미행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 수사 결과 삼성 직원들은 지난 2월9~21일 승용차로 이 회장이 탄 차를 미행해 이 회장의 자택과 본사, 남산 백범광장 등을 따라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 직원들은 같은 달 20일 오후 1시쯤 이 회장 측이 미행 사실을 눈치채고 따돌리려고 했는데도 21일 오후까지 이 회장을 따라다니다 CJ 직원들에게 덜미를 잡혔다.

검찰은 이 회장 동선 주변의 폐쇄회로(CC)TV 영상과 피의자들 핸드폰과 대포폰의 기지국 위치 등을 감안하면 이들이 이 회장을 미행하고 수행 직원들에게 불안감을 불러일으킨 사실이 인정된다고 봤다. 경범죄처벌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사람을 뒤따르는 등의 행동으로 다른 사람을 불안하게 하거나 귀찮고 불쾌하게 한 경우 1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를 물릴 수 있게 돼 있다.

검찰은 그러나 자동차로 뒤따라다닌 것만으로는 이 회장 수행 직원들의 업무가 방해받지는 않았다고 보인다며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미행 지시를 내린 ‘윗선’이 누구인지를 파악하는 데에도 실패했다. 변찬우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대포폰으로 지시를 내린 사람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통신영장 등을 발부받는 등 다각도로 노력했으나 이 사람이 주간에는 서초동 삼성타운, 야간에는 분당 등지에서 대포폰을 사용했다는 점만 확인했을 뿐 누구인지 밝혀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대포폰의 위치 동선과 삼성물산 그룹 임원들의 위치까지 대조했지만 특별한 정황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이 삼성물산 감사팀을 압수수색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봐주기 수사’를 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검찰은 “경찰 수사단계에서 피의자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청구가 기각당한 점을 감안할 때 기각당할 확률이 높고, 시일이 지나 증거가 인멸됐을 것으로 보고 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CJ그룹 측은 “삼성이 조직적으로 이재현 CJ 회장을 미행한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단순한 경범죄처벌법을 적용한 것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사건은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인 이맹희씨가 동생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자신의 상속분 주식을 청구한 시기에 발생해 재계의 관심을 끌어왔다. 이재현 CJ 회장은 이맹희씨의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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