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죄 110년 만에 폐지 이유는···?

정희완 기자

간통죄가 폐지됐다. 간통죄 조항이 생긴 지 110년 만이다.

헌법재판소는 26일 간통을 처벌하도록 한 형법 제241조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박한철·이진성·김찬종·조용호·서기석·김이수·강일원 재판관 등 7명이 위헌 의견을 내놨다. 이정미·안창호 재판관 등 2명은 합헌 의견을 밝혔다.


■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 자유 제한

박한철 재판관 등은 위헌 의견에서 “간통죄 조항은 선량한 성풍속 및 일부일처제에 기초한 혼인제도를 보호하고 부부 간 정조 의무를 지키게 하기 위한 것으로서, 헌법상 보장되는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제한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회 구조 및 결혼과 성에 관한 국민의 의식이 변화되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다 중요시하는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간통 행위에 대하여 이를 국가가 형벌로 다스리는 것이 적정한지에 대해서는 이제 더 이상 국민의 인식이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게 됐다”며 “ 또한 비록 비도덕적인 행위라 할지라도 본질적으로 개인의 사생활에 속하고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그다지 크지 않거나 구체적 법익에 대한 명백한 침해가 없는 경우에는 국가권력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현대 형법의 추세이고, 이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간통죄는 폐지되고 있다”고 했다.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와 애정에 맡겨야지 형벌을 통하여 타율적으로 강제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혼인제도 및 부부 간 정조의무 보호라는 공익이 더 이상 간통죄 처벌 조항을 통하여 달성될 것으로 보기 어려운 반면,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 등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으므로 법익 균형성도 상실했다”고 설명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간통죄 위헌 여부 선고를 위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으로 들어선 뒤 자리에 앉아 있다. 헌재는 이날 간통을 처벌하도록 한 형법 제241조가 위헌이라고 선고했다. 헌법재판관 9명 중 7명이 위헌 의견을 내놨다.|연합뉴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간통죄 위헌 여부 선고를 위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으로 들어선 뒤 자리에 앉아 있다. 헌재는 이날 간통을 처벌하도록 한 형법 제241조가 위헌이라고 선고했다. 헌법재판관 9명 중 7명이 위헌 의견을 내놨다.|연합뉴스

■ 간통은 가족공동체 유지·보호에 파괴적 영향

이정미·안창호 재판관은 합헌 의견을 내면서 “간통은 일부일처제에 기초한 혼인이라는 사회적 제도를 훼손하고 가족공동체의 유지·보호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는 점에서 개인의 성적자기결정권의 보호영역에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배우자 있는 자의 간통 및 그에 동조한 제3자의 행위는 단순히 윤리와 도덕적 차원의 문제라고만은 볼 수 없고, 간통이 사회질서를 해치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보는 우리 사회의 법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특히 간통죄의 폐지는 ‘성도덕의 최소한’의 한 축을 허물어뜨림으로써 우리 사회 전반에서 성도덕 의식의 하향화를 가져오고 간통에 대한 범죄의식을 없애 우리 사회에서 성도덕의 문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부부 공동생활이 파탄돼 회복될 수 없을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 더 이상 배우자에 대한 성적 성실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는 경우까지도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면서 “그러한 경우 간통행위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되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이들은 “간통죄는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존재의의를 찾을 수 있고 간통죄 조항으로 인해 선량한 성도덕의 수호, 혼인과 가족제도가 보장된다”며 “그에 반해 행위 규제는 특정한 관계에서의 성행위 제한에 불과하기 때문에 간통죄가 합리적인 비례 관계를 일탈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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