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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민원 부적절 처리…검찰, SK케미칼·애경 집중 조사

김원진 기자

사용 후 ‘폐렴’ 의심 민원에 “성분 변성 없다” 동문서답

흡입 독성 확인 기회 놓쳐

업무상 과실치사상 증거로

경향신문 자료

경향신문 자료

검찰이 SK케미칼·애경산업이 인체 유해한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 메이트’ 흡입 독성을 확인할 기회였던 ‘폐렴기가 있으니 성분 검사 요청’, ‘여드름 발생’ 등 민원을 부적절하게 처리한 사실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부실한 민원 처리에 이어 가습기 메이트 사용 피해자들을 수사·재판에 이용하거나 무책임하게 응대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5일 경향신문이 추가로 확보한 ‘가습기 메이트 2005~2009년 피해 증상 민원(클레임) 세부 내역(7건)’을 보면 SK케미칼·애경산업은 2009년 가습기 메이트의 흡입 독성을 확인할 기회가 있었다. 가습기 메이트에는 정부가 인정한 인체 유해성 물질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이 담겨 있다.

가습기 메이트를 SK케미칼에서 공급받아 판매한 애경산업은 소비자 민원을 직접 접수했다. 애경은 민원을 접수해 일부는 SK케미칼에 전달하고, 일부는 자체 안내로만 처리했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애경산업의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 메이트’ 신체 위해 관련 접수 민원 내역. 사진 크게보기

경향신문이 입수한 애경산업의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 메이트’ 신체 위해 관련 접수 민원 내역.

애경산업은 2009년 1월20일 “사용했는데 식구들이 폐렴기가 있다고 하심. 성분이 의심되니 검사요청”이라는 민원을 접수한다. 애경산업은 SK케미칼에 해당 민원을 전했고 2009년 2월25일 회신을 받았다. 회신을 보면 “가습기메이트 성분의 변성은 없었으며 이상성분의 유입도 없었습니다”라고 쓰여 있다. 민원인은 성분 자체의 흡입 독성을 의심했는데 SK케미칼은 성분 변성과 이상 성분의 유입 만을 분석해 답변을 준 것이다.

2009년 1월29일에는 피부 독성 민원이 들어왔다. “(제품이 바지에 떨어져) 종아리 아랫부분이 다 젖어서 좁쌀만한 여드름 같은 트러블이 발생했음”이라는 소비자 민원에 애경산업은 “빨리 씻어내시거나 바지를 말리고 갈아입으실 수 있도록 안내함”이라고만 답변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 중에는 피부 질환이나 염증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다.

호흡기 질환 관련 구체적 민원도 들어왔다. “(라벤더향 분무 후) 노란 가루가 방 전체에 퍼지면서 비염이 생겼음. 어린아이와 남편 모두 호흡기가 불편하다고 함”(2007년 11월13일), “(분무 후) 목도 따갑고 눈도 아프다고 함. 아이를 키우는데 건강에 이상은 없을지 걱정된다고 함”(2008년 1월7일), “가족 모두 코가 막힌다고 제품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2009년 9월21일) 등이 대표 사례다.

검찰은 SK케미칼·애경산업의 부실한 민원 처리는 향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의 핵심 증거가 될 것으로 보고 민원 부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부적절한 소비자 민원 처리는 옥시 관계자들의 가습기 살균제 재판에서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뒷받침하는 주요 증거 중 하나였다. 조모 옥시 연구소장은 옥시싹싹가습기당번에 관한 소비자 민원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법원은 조 연구소장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인정했다.

검찰은 애경산업이 클레임(민원)과 단순 상담을 나눠 분류해 접수한 사실을 확인하고, 단순 상담에도 인체 유해 관련 내용이 담겨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애경산업이 2016년 국회 가습기 살균제 청문회 때 제출한 2004~2009년 사이 상담한 내역을 보면 “거품이 인다” “갈색 빛이 돈다”는 내용만 수십 건이 나온다. 애경이 공식적으로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기관에 제출한 민원은 7건이다. 애경산업이 접수한 단순 상담에도 인체 유해 관련 내용이 담겨 있을 가능성이 있다. 애경산업 측은 “상담과 클레임을 분류한 것은 맞지만 제품 설명 등 단순한 내용만 상담으로 분류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애경산업이 가습기 메이트 사용 피해자들과 보상 문제를 두고 무책임한 자세를 보여 논란도 일고 있다. 애경산업은 지난달초 피해자들과 대화에서 “기본적으로 (보상) 분담비율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SK가 피해자하고 합의를 한다고 하면 책임이 100(SK)대 0(애경)이라고 인식을 할 것”이라며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저희는 할 것이 없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현재 애경산업은 피해자들과 보상 문제 협의를 중단했다.

SK케미칼은 가습기 메이트 사용 피해자들과 보상 문제를 협의하면서 향후 진행될 가습기 살균제 형사 재판에 제출할 탄원서를 피해자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피해자들은 “피해 보상과 탄원서 작성은 별개”라며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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