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대전’ 66일…쪼개진 광장 사이로 드러난 개혁 과제들

탁지영 기자

한쪽선 “개혁 적임” 다른 쪽은 “내로남불”…국론 양분

멈춘 ‘여의도정치’에 서초동·광화문으로 시민들 나와

사회 불평등 등 의제, 향후 주된 화두로 이어질지 주목

<b>퇴근하는 검찰총장</b> 윤석열 검찰총장이 14일 저녁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주차장에서 나와 퇴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퇴근하는 검찰총장 윤석열 검찰총장이 14일 저녁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주차장에서 나와 퇴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66일간 이어진 ‘조국 정국’은 계급불평등과 검찰개혁 등 뿌리 깊은 문제들을 수면 위로 띄웠다. ‘내정자→후보자→장관’으로 조국 법무부 장관의 지위가 바뀌는 국면마다 찬반 여론이 극렬하게 부딪쳤다. ‘조국 정국’은 결국 14일 조 장관 사퇴로 일단락됐다. 한국 사회에는 검찰개혁을 비롯해 사회 전반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할 근본적 구조개혁이라는 과제를 남겼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9일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신임 법무부 장관에 내정하면서부터 찬반 여론이 불거졌다. 여권은 ‘개혁 적임자’로 호평했지만, 야권은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전력으로 색깔론을 들고나오며 반대했다.

국회에 인사청문요청안이 제출된 직후부터는 야당과 언론의 집중 검증이 이어졌다. 가족의 전 재산을 넘는 75억원의 사모펀드 투자약정, 부동산 위장전입, 웅동학원 세금면탈 묵인 등 각종 의혹이 동시다발로 불거졌다. 도덕성 의혹은 자녀의 장학금 수령, 논문 ‘제1저자’ 등재 논란이 불거지며 정점을 찍었다.

여론은 급속히 갈라졌다. 한쪽에선 ‘내로남불’ 비판이, 다른 쪽에선 언론·국회의 검증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조 후보자가 문재인 정부와 진보진영의 상징적인 인물 중 한 명이었다는 점에서, ‘진보의 위선’을 지적하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대학가에선 진상규명과 특혜 의혹을 규탄하는 집회가 잇따라 열렸다. 특성화고 졸업생, 지방대생, 비정규직 청년 등으로 구성된 청년 노동자 공동체 ‘청년 전태일’은 계급불평등 문제를 제기했다. 검찰이 ‘조국 일가’ 의혹을 두고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검찰 수사의 적정성 논란으로 대립이 확산됐다.

지난달 9일 조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 후에도 갈라진 여론은 그대로였다. 시민들은 서초동과 광화문이라는 ‘2개의 광장’으로 나뉘었다. 2016~2017년 광화문을 중심으로 열린 ‘박근혜 탄핵’ 집회 이후 최대 인파가 두 갈래로 쪼개져 거리에 나섰다.

‘조국 대전’ 66일…쪼개진 광장 사이로 드러난 개혁 과제들

전문가들은 ‘광장의 분열과 신뢰 회복’을 조국 정국이 한국 사회에 남긴 과제로 분석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시간이 지나면서 서초동과 광화문 양 집회가 정쟁화하고 자기 확신에 차 상대를 악마화하는 사회 갈등으로 이어졌다”며 “깊어진 감정의 골을 어떻게 치료하느냐가 정치권이 짊어져야 할 숙제”라고 했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2016~2017년 박근혜 정부 탄핵 촛불은 극소수 태극기세력을 제외한 한국 시민들의 일반의지를 표현했다. 하지만 지금의 양측 집회에서는 서로 다른 입장에 대한 관용과 비판적 자기 성찰이 없었다”며 “조국 정국이 사회자본인 신뢰를 크게 하락시켰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번 두 집회를 “광장의 정치이긴 했지만 광장민주주의라고 볼 수 없다”며 “광장정치를 광장민주주의라 기계적으로 칭송할 수 있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불러일으켰다”고도 했다.

조국 정국이 검찰개혁을 의제화했다는 긍정적인 평도 나왔다. 박 교수는 “검찰개혁은 일반 시민의 피부에 와닿는 이야기는 아니어서 사회 의제화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조국 사태가 불거지면서 검찰개혁이 왜 필요한지 시민들이 느꼈다. 조 장관 말대로 스스로 검찰개혁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조국 정국이 한국 사회에 남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윤 교수는 “박근혜 정부 탄핵 촛불은 제도 정치가 완전히 작동할 수 있도록 문재인 정부를 출범시켰지만 대통령과 여당이 이 기능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 촛불 탄핵을 당한 야당도 자기반성 없이 정부·여당의 발목만 잡고 있다”며 “한국 민주주의가 기능 부전에 빠졌다”고 했다. 박 교수도 “여야는 경제, 남북 문제 등 조국 정국으로 묻혔던 사회문제들을 정책 경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검찰개혁에 대해서도 “입법화라는 과제가 남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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