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반대했던 역사학자·변호사 “역사왜곡방지법 반대”

박은하 기자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 등 여당 국회의원 12명이 발의한 ‘역사왜곡방지법안’을 두고 역사학계와 법률가 단체 사이에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역사왜곡방지법안은 일제강점기 시대를 찬양할 경우 최대 징역 10년에 처한다는 내용과 판·검사 등으로 이뤄진 정부 위원회가 역사왜곡 여부를 판단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한국역사연구회 등 역사 관련 단체들은 9일 성명을 내고 “역사의 사법화 현상을 우려한다”며 “역사왜곡방지법안을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최근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의 역사를 부정하고 해결을 위한 노력을 공격하는 언행을 반복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 법안이 나온 배경은 짐작할 수 있다”면서도 “역사문제는 전문 연구와 사회적 합의로 풀어가야 마땅하다. 특정한 역사관에 역사 ‘왜곡’이라는 올가미를 씌우고 처벌조항을 명시하는 등 역사문제를 과잉 사법화한다”고 밝혔다.

이날 성명에는 만인만색연구자네트워크, 역사학연구소, 역사교육연구회 등 21개 연구자 단체와 학회가 참여했다. 2015년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교과서 반대 운동을 적극적으로 해온 단체들이다.

이들 단체들은 법안의 구체적인 문제점으로 “반공독재체제 시절 학문과 사상을 탄압했던 국가보안법의 독소조항과 유사한 규정이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일본제국주의를 찬양, 고무, 선전할 목적으로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군사기 또는 조형물을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한다’(5조) 조항 등이 국가보안법 7조(찬양고무죄)와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역사 단체들은 또 “역사의 심판관을 법률로 규정한 부분에도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법안 33조는 ‘진실한역사를위한심리위원회’가 역사왜곡 행위 여부를 판단해 시정명령 등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학에서 한국사 전공으로 부교수 이상의 직에 15년 이상 재직하거나 판사·검사·군법무관·변호사의 직에 15년 이상 재직한 자 등이 위원 자격을 갖추도록 했다. 학자들은 “수많은 쟁점을 안고 있는 역사적 사건들이 정치 변동에 따라 사법적 단죄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달 28일 “위헌적 역사왜곡방지법 발의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민변은 “법안은 역사적 사실에 관한 표현을 형사적인 처벌 대상으로 삼으면서도 그 판단 기준인 ‘역사왜곡’을 불명확하게 정의하고 있어 국민의 기본권 침해가 우려되는 법안”이라고 밝혔다. 법안은 역사왜곡 발언 등에 대해 최대 징역 10년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민변은 “법안은 결국 국가가 역사해석에 관한 방향을 설정하고 이에 어긋나는 표현을 규제해 언론과 사상의 자유를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진실한역사를위한심리위원회 구성이 결국 집권 정치세력에 따라 변동될 가능성을 고려하면 이 법안이 정치적, 이데올로기적으로 악용될 우려는 더욱 크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지난달 13일 발의됐다. 민주당 소속 김용민, 김남국, 김승원, 민형배, 오영환, 유정주, 이소영, 이재정, 장경태, 최혜영, 한준호, 홍정민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참고>


한국역사연구회 성명 “역사의 사법화 현상을 우려한다” 바로가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성명 “위헌적 역사왜곡방지법 발의에 우려를 표한다” 바로가기

역사왜곡방지법안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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