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검 정면충돌 피했지만…‘검찰 직접수사 축소’ 불씨 여전

허진무 기자

법무장관, 검찰 반발 수용 모양새로 김오수 총장에게 힘 실어줘

직접수사 부서 제한은 변함없어 ‘정권 수사 통제’ 논란은 계속

김오수 검찰총장

김오수 검찰총장

법무부가 18일 발표한 검찰 직제개편안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김오수 검찰총장에게 양보한 모습이다. 검찰 내부의 비판이 상당히 반영됐지만 일반 형사부의 수사 제한과 직접수사 부서 통폐합이란 골격은 그대로였다. 현 정부의 검찰 직접수사 축소 정책이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막으려는 의도라는 비판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검찰 직제개편안에서는 지방검찰청 산하 지청에서 직접수사를 개시하려면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한 조항이 삭제됐다. 부산지검에 반부패·강력수사부를 설치해 20개월 만에 ‘특수부’를 부활시켰다. 검찰청이 고소장을 접수한 경제범죄에 한해 일반 형사부도 직접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대검이 지난 8일 직제개편안 초안에 공개적으로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며 내놓은 비판 지점들을 법무부가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총장은 박 장관에 맞서 검찰 의견을 직제개편에 반영해낸 모습을 보여 검찰 수장으로서 내부의 신망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김 총장이 현 정부의 검찰 직접수사 축소 정책에 따라 2019년 10월 폐지됐던 ‘부산지검 특수부’를 살려낸 것은 의외의 성과로 평가된다. 김 총장은 박상기·조국·추미애 장관 시절 연이어 법무부 차관을 지내며 현 정부의 검찰개혁을 추진한 인물이라 검찰 내부에서는 그에 대한 부정적인 분위기가 있었다.

검찰개혁을 순조롭게 추진하기 위해선 검찰 내부의 협조도 필요하기 때문에 박 장관이 김 총장과의 정면충돌을 피했다고도 볼 수 있다. 지난해 추미애 전 장관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양보 없이 극한 대립해 검찰 내부 저항도 강했다.

박 장관과 김 총장이 원만하게 소통하는 모습은 검찰 내부에도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대검이 직제개편 초안에 대한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힌 날 밤중에 박 장관은 김 총장과 만나 논의했다. 이후에도 법무부 검찰국과 대검 기획조정부 실무진은 계속 의견을 좁혀온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는 입법예고 기간인 22일까지 대검의 추가 의견을 들은 뒤 다다음주 국무회의에 직제개편안을 상정할 계획이다.

검찰 직제개편안의 기본인 직접수사 부서 제한은 변함이 없어 ‘정권 수사 통제’ 논란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는 ‘반부패·강력수사부’ ‘공공·외사수사부’ 등 전담부만 수사할 수 있다. 전담부가 없는 지방검찰청은 형사 말(末)부가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아야 직접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

지난달 직제개편안 초안이 알려지자 검찰 내부에서는 “청와대가 법무부 장관을 통해 검찰총장, 전담부 부장, 형사 말부 부장에 친정권 성향 검사를 앉히면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원천 통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날 직제개편안이 나오면서 박 장관은 이번주 김 총장을 만나 고검검사급 검사(차장·부장검사) 인사를 논의할 예정이다. 직제개편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이달 말쯤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담당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담당 이상현 대전지검 형사5부장 등 정권 인사가 연루된 사건 수사팀장 교체가 유력하다.

검사인사규정에 따르면 직제개편이 있는 경우 필수보직기간(1년)과 관계없이 전보 조치할 수 있다.

박 장관은 지난 4일 대검검사급 검사(고검장·검사장) 인사를 단행하며 이성윤 서울고검장,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 김관정 수원고검장 등 친정권 성향으로 평가받는 검사들을 핵심 요직에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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