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과열” “투명한 홍보” 법률플랫폼 ‘뜨거운 논쟁’

박은하 기자

“광고비 등 질 낮은 경쟁 유발

감정적 후기가 투명성 제고?”

‘독점 우려’ 변협 주장 거세져

“경쟁 과열” “투명한 홍보” 법률플랫폼 ‘뜨거운 논쟁’

법률플랫폼 서비스를 두고 대한변호사협회와 플랫폼 사업자·이용자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변협은 법률플랫폼이 변호사들에게 광고비 지출 등 질 낮은 경쟁을 부추기며 플랫폼 사업자만 배불릴 것을 우려한다. 플랫폼 사업자와 이용자들은 법률플랫폼이 소비자의 변호사 이용 문턱을 낮추고 투명한 경쟁을 가져올 것이라고 맞선다.

변협이 문제 삼는 법률플랫폼은 로톡, 로시컴, 로앤굿 등이다. 변협은 21일 낸 성명에서 법률플랫폼을 “소비자와 변호사의 직접 연결을 차단해 양측의 정보를 독점하고 검증 곤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규정하며 변호사들에게 플랫폼 탈퇴를 재차 요구했다. 최대 법률플랫폼인 로톡의 경우 사이트 내에서 법률정보, 법조계 뉴스 등과 함께 변호사 정보를 제공한다. 서울, 인천 등 지역이나 형사, 교통, 상속, 기업회생 등 키워드를 넣어 검색하면 변호사 정보가 뜬다. 광고료를 낸 변호사들의 명단이 무작위로 노출된다는 것이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 측의 설명이다.

“문턱 낮추고 투명한 경쟁”
“플랫폼 이용해 수임 숨통”
‘환영’하는 변호사들도 많아

변호사들은 분야별로 월 25만원씩 광고료를 플랫폼에 낸다. 키워드를 여러 개 설정해 광고료를 많이 낼수록 자주 소비자들에게 노출된다. 소비자들은 선결제 후 변호사들과 전화상담도 가능하다. 로앤컴퍼니 측은 “로톡은 공간만 제공하고 상담·수임료는 개별 변호사들이 정한다”고 말했다. 변호사들이 광고료를 내지 않고 법률정보 등을 올려 홍보하는 것도 가능하다. 로톡은 이 같은 활동을 하는 회원 변호사 4000명을 갖췄다.

로앤컴퍼니는 2019년부터 지하철역, 유튜브 등에 “변호사를 찾으려면 로톡으로 오라”며 대대적으로 광고하고 있다. 변협은 해당 광고는 비변호사의 변호사업 광고를 금지한 변호사법 위반으로 보며 “공공의 영역인 법조시장에 자본의 논리를 끌어들인다”고 비판한다. 로앤컴퍼니는 “서비스 개선이 아닌 영업중단 요구는 횡포”라 주장한다.

변협의 조치는 변호사들 내에서도 논쟁을 부르고 있다. 2019년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 인천에서 활동하는 권재성 변호사는 “직원 없이 혼자 일한다. 인천에 연고가 없어 개업 이후 막막했는데 플랫폼을 이용하며 숨통이 트였다”고 말했다. 그는 “개업 변호사들은 통상 상담을 무료로 해주는데 플랫폼을 통하면서 상담도 일종의 노동으로 인정받게 됐다. 수임도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변호사 수 통제 않는 미국
자문 등 활동 영역도 다양
한국은 여전히 규제시장
변호사 역할 확장에 한계

5세 아이를 키우는 경력 11년차 A변호사는 “출산 후 대면 영업에 제한이 생겨 플랫폼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여성 변호사들은 접대 위주의 영업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데, 플랫폼을 이용한 뒤로는 시간 활용이 자유로워져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법률시장의 정보비대칭을 해소하는 데 법률플랫폼이 도움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20년 경력의 이현웅 변호사는 “변호사업계는 불안감을 조성하는 마케팅이 많다”고 했다. 소비자들이 어떤 변호사가 실력 있고, 얼마를 내야 적정한지 모른다는 점을 이용해 사무장을 통해 ‘우리 변호사가 어떤 판사, 어떤 검사랑 친하다’ 등의 말로 고액 수임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예로 꼽았다. 그는 “플랫폼 이용이 정착되면 변호사들이 상담 실력과 공개된 정보 위주로 투명하게 경쟁할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독점 폐해를 우려하며 변협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있다. B변호사는 “내 홈페이지에 별도로 상담 서비스를 구축했는데, 로톡 직원이 사무실을 찾아와 로톡에 광고하라며 권유했다. 변호사들이 로톡 내의 콘텐츠를 풍성하게 해주면서 궁극적으로 로톡의 영향력이 커지도록 하는 구조였다”며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플랫폼 사업자가 버는 식으로 종속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플랫폼에 소비자들이 남기는 감정적 후기 등이 정보비대칭을 해소하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기술 변화와 법률서비스를 결합한 ‘리걸테크’는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이다. 2015년 이후 글로벌 시장규모가 3배 이상 커졌으며 2019년 기준 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구글, 아마존 등과 달리 법률 분야는 플랫폼의 독과점 논쟁이 덜 일어나는 편이다. 해외 리걸테크 기업은 변호사 중개 외에도 인공지능을 이용한 판결문 분석, 법률문서 자동화 등 다각적 서비스를 하고 있다.

플랫폼 갈등의 배경으로 한국의 법률시장 환경을 꼽는 전문가도 있다. 강지원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미국은 주 정부가 변호사 수를 통제하지 않는 대신, 변호사의 활동 영역이 다양하다. 소송 외 자문도 발달돼 있다”며 “다양한 수요에 시장이 기민하게 반응한다. 법률플랫폼이 발달한 배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면 한국에서 법률시장은 여전히 규제시장이다. 법무부가 변호사 수를 통제하고 있어 수요에 기민하게 반응해 변호사들의 역할이 확장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홍대식 서강대 교수는 “국내 변호사법은 변호사에게 공익적 의무를 많이 부여했다. 그런데 최근 변호사 수가 급증하며 변호사업계에 시장원리가 많이 침투했는데, 변호사들에게 지워진 의무는 그대로이며 입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해 생겨나는 갈등”이라고 말했다.


Today`s HOT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