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 조성은에 고발장 전달하며 “제가 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고발한 것이다’가 나오게 돼”

유선희 기자
MBC뉴스데스크 캡처

MBC뉴스데스크 캡처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총선 직전인 지난해 4월3일 범여권 정치인들과 언론인들에 대한 고발장을 ‘고발 사주’ 사건의 제보자 조성은씨에게 보낸 뒤 자신이 고발장을 제출하러 검찰에 가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제가 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고발한 것이다’가 나오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MBC 뉴스데스크가 공개한 김 의원과 조씨 간 지난해 4월3일 통화 녹음파일을 보면, 김 의원은 “고발자 요 건 관련해가지고 저는 쏙 빠져야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의원이 조씨에게 텔레그램으로 보낸 고발장의 최초 발송자는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으로 표시돼 있다.

김 의원이 ‘저는 쏙 빠져야 된다’고 각별히 당부한 것은 ‘윤석열 검찰’이 고발에 관여했다는 의심을 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제의 고발장에는 윤 전 총장과 부인 김건희씨,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 등이 피해자로 등장한다.

김 의원과 조씨는 고발장 전달 전후로 1회씩 총 2회 통화했다. 첫 통화에서 김 의원은 “고발장 초안을 아마 저희가 만들어서 일단 보내드릴게요”라며 “ 자료들이랑 이런 것들 좀 모아서 드릴테니까 (네네네) 그거하고, 고발장을 남부지검에 내랍니다. 남부 아니면 조금 위험하대요.”라고 말했다. 친정부 성향의 지휘부가 있는 서울중앙지검 대신 남부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의원은 두번째 통화에서 고발장을 남부지검이 아니라 대검찰청에 내라고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 “고발장, 만약 가신다고 그러면 그쪽에다가 이야기를 해놓을게요. 그래서 (네) 적당한 수순, 수순이 나가고 너무 막 표나게 하면 안되니까”라고 했다. “언론장악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을 동원해서 가는 게 더 낫겠죠. 검찰, 검찰색을 안 띠고…”라고도 했다.

김 의원이 ‘그쪽에다가 이야기를 해놓을게요’라고 말한 것은 고발 사실을 대검에 미리 얘기해놓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너무 막 표나게 하면 안되니까’ ‘검찰, 검찰색을 안 띠고’라고 김 의원이 거듭 강조한 것은 문제의 고발이 검찰과 연계됐다는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각별히 신경 쓴 흔적으로 보인다.

김 의원 발언에선 고발장 전달 배후에 누군가 있음을 시사하는 듯한 표현이 적지 않게 나온다. ‘저희가’ ‘내랍니다’ ‘위험하대요’와 같은 표현이 그렇다. 마치 김 의원이 누군가로부터 지시를 받아 조씨에게 전달하는 듯한 화법이다.

김 의원은 통화에서 사흘 전 MBC가 보도한 채널A 기자의 ‘검언유착’ 의혹은 공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죠 그렇게 해서 그걸 아마 오늘 밝힐 거 같고”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MBC는 “김 의원이 통화에서 채널A 기자의 양심선언이 있을 거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면서 “당시 알려지지 않은 채널A 내부의 대응 전략을 어떻게 손바닥 들여다보듯 했는 지도 여전히 의문”이라고 했다.

앞서 김 의원과 조씨가 지난해 4월3일 두 차례 나눈 17분30초 분량의 통화 녹음파일을 복구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고발장 전달 과정에 손준성 전 수사정보정책관이 관여한 사실을 확인하고 배후 및 공모 여부와 문제의 고발장이 국민의힘에서 어떻게 유통됐는지 수사 중이다.


Today`s HOT
휴전 수용 소식에 박수 치는 로잔대 학생들 침수된 아레나 두 그레미우 경기장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해리슨 튤립 축제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