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 이슬람 사원 건립 적법”···법원, 1심서 이슬람 건축주 손 들어줘

백경열 기자

이슬람 사원 건축 공사를 중단시킨 관할 지자체의 조치가 잘못이라며 건축주들이 지자체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법원이 건축주의 손을 들어줬다.

대구지법 제1행정부(부장판사 차경환)는 1일 이슬람 사원 건축주들이 배광식 대구 북구청장을 상대로 낸 ‘이슬람사원 공사 중지 철회 처분 취소 소송’에서 공사 중지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날 재판부는 “(관할 지자체인) 북구청이 이슬람 사원 공사 중지 처분을 내리는 과정에서 법적 근거를 제시하거나 이 사실을 건축주들에게 미리 알리지 않았으며, 건축주의 의견도 듣지 않아 절차적이고 실체적인 위법을 저질렀다”면서 “공사 중지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구 북구 대현동 한 주택가에 지난 2월23일 ‘이슬람 사원 건립 반대’ 펼침막이 걸려 있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대구 북구 대현동 한 주택가에 지난 2월23일 ‘이슬람 사원 건립 반대’ 펼침막이 걸려 있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그간 재판에서 건축주들은 “(공사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이야기하는 재산권 침해와 정서적 불안은 추상적이고 법률에 근거하지 않았다”면서 “슬럼화가 우려된다는 주장 역시 합리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피고인 북구청은 “종교의 자유와 재산권 행사를 무제한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필요한 경우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의 헌법 조항 등을 들어 공사 중지 처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북구청은 “공사로 인해 벽에 균열이 가는 등 재산권 침해가 발생했고 이로 인한 정서불안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에 비춰 피고 측이 주장하는 헌법 제37조 2항의 경우 해당 행위를 법률로서만 제한할 수 있고 기본권을 제한하지는 못한다고 판단했다. 또 관련 법률이 아니라 인근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행정 처분을 내린 것은 위법하다고 봤다.

이날 판결 이후 서창호 대구경북차별금지법제정연대 집행위원장은 “재판부의 결정을 환영한다. 앞으로 절차에 따라 이슬람 사원 건립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러한 문제를 발생시킨 북구청은 무슬림에 대한 사과와 보상, 또 재발방지책을 내놔야 한다”고 밝혔다.

서창호 대구경북차별금지법제정연대 집행위원장이 1일 판결 이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서창호 대구경북차별금지법제정연대 집행위원장이 1일 판결 이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건립 여부를 두고 논란이 된 이슬람 사원은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인근 주택가에 2층 규모(연면적 245.14㎡)로 들어설 예정이다. 지난해 9월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 출신 무슬림 6명과 한국인(귀화) 1명 등 건축주 7명이 대구 북구 대현동에 소유한 4개 필지를 ‘종교집회장’으로 용도변경 및 증축 신고를 내 허가를 받았다. 그해 12월3일 착공 허가가 났고, 공사가 시작됐다.

마을 주민들은 이슬람 사원이 들어선다는 소문이 퍼지자 올해 초부터 공사를 반대하고 나섰다. 지난 2월 주민들이 사원 건립에 반대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북구청에 냈고, 북구청은 건축주에게 공문을 보내 공사 중단 조치를 내렸다.

이에 건축주 측은 지난 7월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지역 시민단체와 함께 국가인권위원회에 무슬림 혐오와 차별 관련 진정도 냈다. 대구지법은 같은 달 19일 가처분 결정을 통해 북구청이 내린 공사중지 조치를 멈춰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주민 등으로 구성된 이슬람사원건축반대 비상대책위원회의 반발로 공사는 재개되지 못했다.

이슬람 사원 건립이 추진되던 대구 북구 대현동의 한 주택가에 지난 2월23일 공사 중단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이슬람 사원 건립이 추진되던 대구 북구 대현동의 한 주택가에 지난 2월23일 공사 중단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그간 시민단체는 이주민 차별 및 혐오 조장 등을 우려하며 지자체의 적극적이고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해 왔다.

대구참여연대·대구경북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이슬람 사원 건립 문제와 관련한 사회적 갈등을 두고 보는 대구시를 비판한다”면서 “권영진 시장은 행정적인 노력과 사회적 협의체 구성 등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도 올해 10월1일 북구청에 공사가 재개되도록 조치하고 무슬림의 인권을 침해하는 현수막 등에 대해서도 조치할 것 등을 권고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인권위는 “이슬람 사원 건축 공사가 재개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앞서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10월13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이 이슬람 사원 문제에 대구시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자 해결책을 찾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대구시는 현재까지 이렇다 할 중재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다만 대구시는 북구청의 요청이 있을 경우, 전문가로부터 갈등관리 컨설팅을 받도록 한다는 방침을 세워둔 상태다.

대구시 관계자는 “이 문제의 관할 구청인 북구청이 앞으로 사원 건축주와 주민 간 조정이나 중재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때 서로가 대화를 통해 협의할 수 있을지, 또 어떤 방식으로 회의를 설계하는 게 좋을지 등을 판단하기 위한 컨설팅 절차를 지원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북구청은 사원 건축 예정지를 지자체가 사들이고 다른 장소를 임대하는 방안 등을 건축주에게 제시했지만, 건축주 측은 접근성이 떨어지고 임대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 등으로 난색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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