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경찰·공수처에 통신자료 12번 털렸는데…통지 못 받고 이유도 모른다

허진무·이보라 기자
경향신문 자료사진

경향신문 자료사진

서울경찰청, 수원지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서울중앙지검, 경기남부경찰청… 경향신문 법조팀 기자가 16일 이동통신사로부터 ‘통신자료 제공내역’을 받아 확인한 올해 기자의 통신자료를 가져간 수사기관들이다. 검찰(6회), 경찰(2회), 공수처(4회)가 수차례 기자의 통신자료를 이동통신사로부터 받아갔다. 공수처 공소부는 현재 공소유지하는 사건이 없는데도 통신자료를 조회했다. 법조팀 다른 기자 2명(3회·4회), 사건팀 기자 1명(6회)의 통신자료도 수차례 검찰, 경찰, 공수처에 넘겨졌다.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조회’는 저인망 어선처럼 마구잡이 수집으로 이뤄져도 제동 장치가 없어 인권침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수사 과정에서 사건 관계자의 통신자료가 필요할 수 있지만 대상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절차가 미흡하다. 수사기관은 법원의 허가 없이 대상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가입일, 해지일 등 개인정보를 가져갈 수 있다. 조회 사실을 대상자에게 통지하지도 않는다. 조회 여부를 확인하려면 대상자가 직접 이동통신사에 신청해야 한다. 왜 조회했는지 이유도 알려주지 않는다. 통화 일시, 통화 시간, 상대방의 전화번호를 파악하는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이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과 다르다.

수사기관이 통신자료를 조회하는 법적 근거는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이다. 이 조항은 “전기통신사업자는 법원, 검사 또는 수사관서의 장, 정보수사기관의 장이 재판, 수사,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보수집을 위해 자료의 열람이나 제출을 요청하면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고 돼 있다. 통신자료 제공은 강제나 의무가 아니지만 전기통신사업자(이동통신사)는 관행적으로 수사기관 요청에 따르고 있다.

경향신문 법조팀 기자가 이동통신사로부터 받은 ‘통신자료 제공내역’ 통지

경향신문 법조팀 기자가 이동통신사로부터 받은 ‘통신자료 제공내역’ 통지

국가인권위원회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2월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조회는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하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통신자료 조회 규정을 삭제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전기통신사업법상 ‘통신자료’를 통신비밀보호법상 ‘통신비밀확인자료’에 포함시켜 법원의 허가를 거쳐 제공받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정부는 그해 7월 “통신자료 제공 요건을 강화하면 범죄 수사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수사기관의 반대 의견이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권친화적 수사기구’를 자임한 공수처조차 검경의 수사 관행을 그대로 답습했다. 공수처는 기자뿐 아니라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인 김경율 회계사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무차장을 지낸 김준우 변호사의 통신자료도 조회했다. 공수처는 피의자와 통화한 상대가 누구인지 확인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공수처는 지난 13일 입장문에서 “단지 가입자 정보를 파악한 적법 절차를 사찰로 규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이 같은 절차는 검경 등 다른 수사기관의 경우도 동일하게 이뤄진다”고 했다.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은 2016년 3월에도 더불어민주당 당직자, 시민단체, 인권변호사, 노동조합 간부는 물론 세월호 참사 추모 집회에 후원금을 보낸 시민까지 통신자료 조회를 벌여 사찰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국정원도 공수처와 비슷하게 “내사 대상의 통화 상대방이었기 때문에 조회했다”는 해명을 내놨다. 참여연대, 민변, 진보네트워크는 그해 5월 “수사를 명분으로 민감한 개인정보를 제한 없이 수집하는 것은 공권력 남용”이라며 통신자료 조회 규정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약 5년이 지났지만 헌법재판소는 여전히 사건을 심리 중이다.


Today`s HOT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불타는 해리포터 성 해리슨 튤립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