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도개공 전 사장 “대장동은 유동규가 이재명에 보고 없이 저지른 배임”

이효상 기자
윤정수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이 26일 출간하는 책 <대장동을 말한다>. 예스24 홈페이지 갈무리

윤정수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이 26일 출간하는 책 <대장동을 말한다>. 예스24 홈페이지 갈무리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이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는 보고서를 내고 퇴임한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사장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해 “유동규 전 공사 기획본부장이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저지른 배임이 유력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윤정수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은 오는 26일 출간되는 책 <대장동을 말한다>에서 “공사에 남아 있는 문서상으로는 대장동 사업 배임의 윗선이 있는지 여부를 알아낼 수 없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전 사장은 2018년 11월 공사 사장으로 취임해 3년 임기를 채우고 지난해 11월5일 퇴임했다. 임기를 한 달여 남겨놓고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공사 자체적으로 대장동 사업 계약 내용 등을 재검토해 ‘업무상 배임의 범죄가 성립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의 공개 여부를 두고 은수미 성남시장과 갈등을 빚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그 분 의견에 불과하다”, “성남시하고 (윤정수) 사장이 별로 사이가 안좋은 것 같다”며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유동규 단독 배임 유력”

윤 전 사장은 경향신문이 24일 입수한 자신의 책에서 ‘초과이익 환수’ 조항과 관련한 내용이 이재명 후보에게 제대로 보고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관련 결재 문서가 남아 있지 않고, 성남시장과의 소통 채널을 유동규 전 본부장이 독점하고 있었으며, 사업에 대한 이재명 후보의 해명이 사실관계부터 잘못돼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윤 전 사장은 “처음 정책을 수립하는 시점에서 확정이익 등에 대한 논의가 여러 번 있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공사 기록에서는) 이에 대한 공식, 비공식 문서도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이 후보는 성남시장 재직 중 대장동 사업 관련 결재문서에 최소 10차례 서명했다. 사업의 본격적인 시작을 의미하는 ‘다른 법인에 대한 출자승인 검토 보고’,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용역비 환수 계획 검토 보고’ 등 문서가 여기에 포함된다.

이에 대해 윤 전 사장은 “ ‘다른 법인 출자승인’ 절차에서는 투자조건과 이익배당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는다”며 “오히려 (수익구조 설계와 관련이 있는) 대장동 사업의 공모, 우선 사업자 선정, 사업 협약 등에 대한 결재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구체적인 수익구조 관련 사항은 ‘민간사업자 공모 및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절차에서 논의됐는데, 관련 문건은 성남도시개발공사 내에서만 보고가 이뤄졌다.

■“사장 나오라고 해” 무소불위 유동규

윤 전 사장은 “2018년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직원들에게 들은 바로는 당시 대장동 사업은 성남시 사업부서보다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주도권을 잡고 추진했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과 그가 만든 조직은 당시 성남시의 각본에 따라 움직이는 단순한 행동대원들이 아니었다”며 “대장동 사업을 검토하고 대안을 만들어 이재명 시장에게 보고하고, 사업계획을 수립하며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주체였던 것”이라고 했다.

윤 전 사장은 “유동규가 공사에서 재직 당시 거의 전권을 휘둘렀고, 그 힘의 원천이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이라는 사실은 공사에서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사장과 본부장의 집무실이 같은 층이었음에도 유동규 전 본부장이 보고 받는 자리에서 직원들이 사장의 의견을 전달하면 ‘사장 나오라고 해’ 하면서 큰 소리로 고함을 친 적도 많았다고 공사 직원들은 증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윤 전 사장은 “유동규 전 본부장이 성남시장으로 연결되는 보고 채널을 독점하였기 때문에 다른 계통을 통한 보고는 거의 없었다고 봐야 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유동규가 별도로 보고하지 않고 배임을 숨긴다면, 이재명 시장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윤정수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예스24 홈페이지 갈무리

윤정수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예스24 홈페이지 갈무리

■“이재명 해명, 근거 없어”

이 후보가 몰랐을 또다른 정황으로는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이후 이 후보의 해명을 꼽았다. 이 후보는 그간 자신이 대장동 사업의 설계자이며, 초과이익 환수 대신 안정적인 사전 이익 확정 방식을 택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예상보다 많은 이익이 발생했을 때 이를 공사가 환수하는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삽입했다면, 손해가 발생했을 때 안정적인 이익을 확보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윤 전 사장은 이 시장의 해명에 대해 “ ‘추가 이익 항목이 들어가면 확정이익을 제시할 수 없지 않은가’ 하는 의견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엉뚱한 주장”이라며 “전혀 근거가 없는 논리”라고 지적했다.

화천대유 측은 사업계획서에 아파트 부지의 평당 분양가를 1400만원으로 적어냈다. 이대로 사업이 실현됐을 경우 공사는 1822억원, 화천대유 측은 1773억원의 이익을 각각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실제 대장동 아파트 부지는 평당 1400만원 이상에 거래됐다.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없어 추가 이익은 화천대유 측이 독식했다.

윤 전 사장은 “(평당 1400만원 이상으로 거래돼 발생한) 추가이익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로 공사와 민간사업자 사이에 정하여야 하는 것이었다”며 “사업협약을 하는 과정에서 추가이익 분배조항을 삭제한 적법하고 타당한 이유는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정책 결정자 지속적으로 확인했어야”

이 후보의 관리 소홀 책임도 지적했다. 윤 전 사장은 “사업을 집행하는 단계에서 처음 사업을 결정할 때와는 전혀 다른 문제에 부딪힐 수 있는 것”이라며 “따라서 정책 결정자는 정책집행 과정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추적하며,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대장동 사업을 집행하는 단계에 있어서는 법규상으로도 이를 승인하고 확인하는 절차가 구비되지 못했다”며 “정책 집행을 총괄한 책임자, 즉 유동규 사장 직무대행이 전권을 행사한 가운데 부패했고 이를 실질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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