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국회 정보위 회의 비공개는 위헌…알 권리 침해한다"

김희진 기자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김영민 기자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김영민 기자

국가정보원을 관할하는 국회 정보위원회(정보위) 회의를 공개하지 않도록 한 국회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헌법재판소가 판단했다. 헌법은 국회 회의를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데 정보위 회의만 예외없이 일률적으로 비공개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헌재는 27일 시민단체 국정원감시네트워크와 군인권센터가 ‘정보위 회의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정한 국회법 제54조의2 제1항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이번 헌법소원은 국정원감시네트워크가 2018년 국회 정보위 법안심사소위원회 방청과 회의록 공개를 신청했으나 국회법을 이유로 거부당하고, 군인권센터가 2019년 국회 정보위 회의 내용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했으나 거부당하자 낸 것이다. 헌재는 접수된 두 사건을 병합해 심리했다.

이번 심판 쟁점은 국가안전 보장 차원에서 국가기밀 사항을 다루는 정보위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이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였다. 심판 대상이 된 국회법 제54조의2에는 ‘정보위에 대한 특례’가 있는데, 인사청문회나 공청회 외 정보위 회의는 비공개로 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정보위는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하고 국정원 등이 국가 기밀을 보고하면 여야 간사가 조율해 일부 내용을 언론에 브리핑하는 방식을 택해왔다.

헌재 다수의견은 정보위 회의를 일률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것은 헌법이 정한 의사공개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다수의견은 “헌법은 국회 회의를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하고 있다”며 “헌법상 의사공개원칙은 모든 국회 회의를 항상 공개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공개하지 않을 경우 헌법에서 정하는 일정한 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법이 정하는 회의 비공개 절차나 사유는 매우 구체적이고, 예외적인 비공개 사유는 엄격하게 해석돼야 한다”고 했다. ‘국회 회의는 공개한다’고 규정한 헌법 제50조 제1항은 ‘다만,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이 있거나 의장이 국가 안전보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단서를 뒀는데, 이 단서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수의견은 또 “해당 (국회법) 조항은 정보위 회의 일체를 비공개한다고 정하면서 국회 의정 활동에 대한 국민의 감시와 견제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며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헌법) 제50조 제1항 단서가 정하는 비공개 사유는 각 회의마다 충족돼야 하는 요건”이라고 했다. 회의 때마다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 여부를 따져 비공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이은애·이영진 재판관은 반대의견에서 정보위 회의는 실질적으로 국가기밀 사항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어 국가안전보장을 위해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회의를 비공개해 발생하는 알 권리의 제약보다 국가안전보장에 기여하고자 하는 공익이 크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 조항은 국가기밀을 보호하고 국가안전보장이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목적이 정당하다”며 “정보위는 관례적으로 보안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경과 등을 언론에 알리고 있어 회의가 내용을 전혀 파악할 수 없을 만큼 밀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고 했다.

매 정보위 회의 때마다 비공개 여부를 결정토록 해야한다는 다수의견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을 뿐더러 헌법 50조 제1항 단서가 정하고 있는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보다 더 엄격한 본회의 의결을 통해 민주적 정당성을 갖춘 법률 형식으로 회의를 비공개 결정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반박했다.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정보위 회의를 공개하지 않도록 한 국회법 조항은 이날 즉시 효력이 정지됐다. 헌재 관계자는 이날 결정에 대해 “헌재는 국회 회의 공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의사공개원칙을 선언하고 있는 헌법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성명을 내고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환영한다”며 “국방, 안보와 관련됐다는 이유만으로 감시와 견제를 불가능하게끔 하는 위헌적 법령과 제도를 바로잡는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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